김해창 교수의 생태 이야기 (5) 설날 덕담 '무병장수' - 동물의 수명은?

김 해창 승인 2022.01.30 13:03 | 최종 수정 2022.02.04 11:53 의견 0

이제 설 연휴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족친지 간에도 설에 서로 오가며 즐겁게 인사를 나누기가 부담스럽다. 집안 어른들을 찾아뵙고 시끌벅적한 가운데 차려진 음식을 나눠먹고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주고받던 정겹던 설날 모습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올 해도 더욱 건강하고 네 뜻 하는 바대로 이뤄지길 바란다”.

어릴 적엔 명절날 어른들로부터 듣던 덕담이 큰 힘이 되기도 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바람이다. ‘건강 100세’가 우리네 소망인데 다른 동물의 수명은 어떨까?

마음씨 좋은 거북이 딸과 잘 생긴 두루미 아들 간에 혼담이 나왔는데 시집가기 전날 거북이 딸이 흐느껴 울었다는 옛이야기가 있다. 만년을 산다는 거북이와 천년을 산다는 두루미. 거북이 신부는 9000년을 과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절로 나더라는 것이다.

두루미(학)[CC BY-SA 3.0]과 갈라파고스거북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새 백가지』에선 실제 사육을 할 때 두루미의 수명은 20~60년이라고 나와 있다. 갈라파고스거북은 수명이 100세 정도라고 한다. 이 거북은 체내에 수분 비축이 가능해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최대 1년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의 수명도감』(소보쿠사, 2006)에 따르면 북극고래의 수명이 70년 정도로 포유류 중에는 오래 사는 편이라고 한다. 잉어 수명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70년이라고 한다. 실제 일본 기후현 시라가와촌에서 기르던 ‘하나코’라는 이름의 잉어를 비늘로 나이를 측정한 결과 226년이라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더 놀라운 것은 해산물인 성게가 200년을 살고, 100살 성게의 생식능력이 10세 성게와 차이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아이슬랜드조개의 평균수명이 400년 이상으로 실제 507살 된 조개가 발견되기도 했다고 한다.

비단잉어

그리고 흔히 새의 수명이 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연구 결과로는 새의 수명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고 한다. 『새의 잡학사전』이란 일본 책에는 영국의 조류학자 러크의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재미있게 소개돼 있다. 러크 박사는 영국의 야조의 수명을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즉 붉은가슴울새가 1.1년, 참새가 1.3년, 흰점찌르레기가 1.4~1.5년, 재갈매기가 2.8년으로 놀랄 정도로 단명이라는 것이다. 알을 낳았을 때부터 계산하면 참새목으로 분류되는 새들의 평균 수명은 1년 미만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때의 수명이란 평균 수명을 말하는 것으로 각종의 새가 죽었을 때 생존연수를 평균한 것이다. 즉 이들 새의 평균 수명이 짧은 것은 어린 새들의 사망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전체 새의 수명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야생 조류의 평균 수명이나 장수 기록은 새에게 발가락지를 장착해 개체 식별하는 표지조사로 알 수 있는데 실제 조사를 해보면 많은 개체가 새끼 때 목숨을 잃어 성조가 되기까지 남아 있는 경우가 극히 적다고 한다. 야생 상태에서 질병, 먹이 부족 등의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조개

한편 러크 박사가 조사한 개체로서의 장수 기록을 보면 참새가 6년, 붉은가슴울새가 11년, 재갈매기가 27년, 검은머리물떼새 36년, 알바트로스가 53년이라고 한다. 참새목의 작은 새들도 야외에서의 장수 기록이 있는데 대륙검은지빠귀의 경우 20년을 살았다고 한다. 일본에서 표지조사 결과 검은머리쑥새가 10년, 개개비가 11년을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같은 새라고 해도 사육될 경우 재갈매기는 44년을 살았고, 모스크바동물원의 '쿠즈야'라고 이름 붙여진 콘돌 수컷은 72세, 오스트리아 빈의 샌브른동물원의 이집트독수리는 무려 118세까지 살았다는 기록도 있다. 사육 상태에서의 장수 기록으로 경이적인 것은 앵무새의 일종인 ‘기바탄’이란 새는 조류애호가로부터 1902년 새끼 때 런던동물원에 넘겨져 1982년에 죽을 때까지 80년은 확실히 살았다는 것이다.

김해창 교수
김해창 교수

이렇게 보면 야생 생활이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동물원에서 사육된 새는 천적의 습격도 받지 않고, 먹이를 손에 넣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상처를 입으면 수의사가 친절하게 치료를 해주고 알 낳는 것까지 도와준다. 그래서 야생 생활에 비해 2~3배 오래 산다고 한다. 그러나 하늘을 비상할 자유는 없다. 만일 우리가 새라면 장수를 택할 것인가 자유를 택할 것인가.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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