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산시 대저대교 건설계획과 엉터리 환경영향평가
1) 대저대교 건설 개요 및 추진 경과
부산광역시의 대저대교 건설사업 추진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가 부실·조작된 사실이 드러나 환경단체가 낙동강유역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를 촉구하고 국내외에 대대적 청원운동을 펴고 있는 가운데 부산시는 반려된 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해 대저대교 건설을 계속 추진할 의사를 보이고 있어 공공사업 추진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부산시는 현재 낙동강을 건너는 대저대교, 엄궁대교, 사상대교 등 3개의 다리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 대저대교는 부산 사상구 삼락동(사상공단)에서 강서구 식만동(식만분기점)을 연결하는 총 길이 8.24㎞(4차로) 규모이다, 대저대교는 낙동강하구의 삼락생태공원, 문화재보호구역인 낙동강하구 본류, 김해평야 농경지, 문화재보호구역인 낙동강하구 평강천 및 서낙동강을 관통한다. 예상 사업기간은 2018년부터 2024년 완공이 목표로 사업비는 3,956억 원이며 이 가운데 국비50% 보조를 받고 공사비 2,887억 원, 보상비 855억 원, 부대비 214억 원이다.
부산시는 우선 대저대교와 엄궁대교를 서둘러 건설하고 교통량을 분석한 다음 사상대교를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낙동강 횡단 교량 3곳이 신설되면 낙동강을 지나는 교량은 현재 10곳에서 13곳으로 늘어나고, 부전-마산간 복전철, 하단-녹산간 경전철을 포함하면 모두 15개로 늘어나게 된다. 연합뉴스(2019년 11월 10일)에 따르면 현재 낙동강 횡단 교량 8곳의 하루 평균 교통량은 2018년 기준 56만3000대로 매년 10%가량 증가하고 있으며, 부산시는 에코델타시티, 연구개발특구 등 강서구에 대규모 개발사업이 완료되는 2025년에는 하루 평균 교통량이 69만9000대로 지금보다 약 2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저대교 건설 사업자는 부산시이며,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는 (주)한맥기술, (주)거원엔지니어링인데 재대행업체로 전략환경영향평가 및 환경영향평가 가운데 환경질은 ㈜한국종합공해시험연구소가, 생태계는 ㈜한국환경생태기술연구소가 맡았다. 그런데 2020년 6월 환경영향평가가 거짓 작성된 것으로 판정된 이후 재대행업체로 환경질은 (주)한국이엠시 등 5개 업체가 맡은 반면 생태계는 ㈜이풀과 거짓작성 해당 업체인 ㈜한국환경생태기술연구소가 맡아 다시 동계조류 조사(2019년 12월~2020년2월)에 참여해 논란을 빚었다. 그간의 대저대교 건설사업 추진 주요 경과는 다음과 같다.
2001년 부산시는 대저대교 엄궁대교 사상대교 등의 건설계획을 입안했고, 2010년 식만~사상간 도시권 혼잡도로 건설사업예비타당성조사를 완료하고, 2014년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에 착수해 2016년 전략환경영향평가서(재보완) 제출 및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완료하게 된다. 그러나 부산녹색연합, 부산환경운동연합, 습지와새들의친구 등 13개 단체가 2018년 5월 낙동강하구문화재보호구역난개발저지시민연대를 결성해 대저대교 건설사업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섰다.
2018년 6월 환경영향평가서(초안)가 나왔고, 8월까지 평가서 초안 공람과 주민설명회, 공청회 개최 등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2019년 2월 부산시는 낙동강유역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 그해 4월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준)이 발족됐다. 낙동강하구문화재보호구역난개발저지시민연대 외에 한국습지NGO네트워크(46개 단체)와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부산YWCA, 천주교부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 동부교육시민모임 등 전국 65개 단체가 참여한 것이다. 그해 6, 7월 환경영향평가서가 보완 및 재보완돼 제출됐으나 8월 14일 시민행동은 거짓부실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평가대행사를 고발하고 20일 환경영향평가서 부동의 촉구 낙동강유역환경청 앞 농성을 시작했으며 9월 6일 환경청이 중립적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 구성과 공정한 소명 기회 제공을 약속해 농성이 철회됐다. 11월 7일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1차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가 개최됐다.
2020년 1월 16일 생태계 조사업체가 자료체출을 거부하자 환경청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2월에는 환경영향평가제도개선전국연대가 창립돼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의 철저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3월에는 전국연대가 큰고니 감소 실태 발표를 발표했다. 6월 9일 환경영향평가협의회가 환경질 분야 거짓작성을 최종 의결했고, 10일 부산지방경찰청이 생태계 조사업체를 조사내용 조작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7월 16일 환경청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는 환경영향평가서 자연생태분야도 거짓작성임을 의결했고, 8월 13일 환경영향평가협의회가 자연생태 분야 거짓작성을 최종 의결하고 이날 시민행동은 부동의 촉구와 평가제도 개선 요청 기자회견을 열었다. 환경영향평가서 반려 4개월 후인 10월 26일 부산시는 공사 구간을 분리해 재작성 환경영향평가서(1구간)를 접수했고, 11월 20일 시민행동은 재작성 환경영향평가서 반려와 추가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2월 3일 환경청과 부산시 그리고 시민행동은 대저대교 겨울철새 공동조사 협약식을 가졌다. 그 사이에 낙동강하구 난개발철회 1인 릴레이시위가 117일째 이뤄졌다.
2021년 1월 하순부터 2월 초순 사이에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청소선, 수자원공사 부산지사 조이호, 부산관광공사 낙동강에코호 등이 낙동강하구에서 큰고니를 쫓아내는 광경이 목격돼 언론에 보도됐다. 이에 시민행동은 26일 공동조사 방해와 큰고니 서식 교란 관련자 고발 및 기자회견을 열었다. 2월 24일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공동조사 방해 관련 조사평가위원회를 개최했고, 3월 31일 공동조사가 종료됐다. 4월 14일 조사위원회가 개최되고 조사위원의 종합의견이 작성돼 전달되고, 23일 공동조사 평가위원회가 열렸다. 5월 6일과 6월 11일 2차례의 조사, 평가위원회가 열렸다. 그 사이 5월 24일 삼락생태공원 대저대교 건설 예정지가 멸종위기종 대모잠자리 국내 최대 서식지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2) 낙동강 하구의 생태적 중요성
낙동강하구는 1966년에 정부가 철새도래지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한 지역으로 문화재보호법, 연안오염특별관리법, 습지보전법 등 5개의 크고 작은 법으로 보호를 받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연문화자산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국제적으로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넓적부리도요의 정기적인 중간기착지이자 청다리도요사촌, 노랑부리백로, 저어새, 참수리, 매와 같이 멸종위기에 처한 새들의 서식지로 중요한 지역이다. 특히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큰고니 개체군의 70% 이상인 연평균 3000~4000마리가 월동하고, 쇠제비갈매기의 동아시아 최고 번식지의 하나로 연평균 3000~4000마리가 도래하던 지역이다. 그러나 1987년 하구둑 건설을 비롯해 낙동강하구 일원의 계속된 개발로 2010년 이후 쇠제비갈매기 번식 개체군은 완전히 사라졌고, 큰고니 월동 개체군 역시 1000마리대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을 관통하는 대저대교 건설 예정지인 삼락생태공원의 하늘연못에서는 국내 최대로 추정되는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대모잠자리 서식지가 새롭게 발견되었다. 부산지역 환경단체 ‘습지와새들의친구’는 2021년 5월 삼락생태공원 하늘연못 등 1만㎡ 부지를 조사한 결과 대모잠자리 35마리를 발견했다. 이들은 조사지역 바깥에도 비슷한 규모의 연못이 5곳 이상 있는 점을 고려해, 이 지역에 서식하는 대모잠자리수를 최소 140마리로 추정했다. 그런데 이러한 생태계의 실태가 기존의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누락돼 있었다.
낙동강하구는 해운대해수욕장, 광안대교 등의 국내급 명승지와는 차원이 다른 곳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자연으로 명성이 높은 순천만과 우포늪, 주남저수지를 다 합쳐도 그 규모가 미치지 못하는 한국 최고의 자연유산이다.
3)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부실 조작 내용
뉴스1(2020년 6월 19일)에 따르면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혐의로 A연구소 B대표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B씨는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현장조사를 진행하면서 대저대교 건설 예정지인 낙동강하구 주변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개체 수와 사진, 조사시간 등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환경청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은 관련자에 대한 소환 조사와 평가서를 비롯한 서류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B씨의 혐의가 입증된다고 판단했다. 환경청은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 가운데 생태계 조사를 제외한 환경질 분야도 거짓으로 작성됐다고 보고 부산시에 반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중록 낙동강하구지키기 전국시민행동 집행위원장은 “사진, 영수증, 출장부 등을 통해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며 “특히 대기질 측정은 법이 규정한 절차대로 진행되지 않았으며, 생태계 조사는 조사방법이 틀려 서식하지도 않는 물두꺼비가 있다고 기술하고 가시연 같은 멸종위기종은 존재함에도 누락됐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부산시가 대저대교 환경평가서 조작 업체에 재조사를 맡긴 사실이 드러났다. 연합뉴스(2020년 6월 12일)에 따르면 2019년 1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중 생태계 부문 재조사를 원래 용역을 수행했던 A사가 맡았다는 것이다. 부산시는 ‘재조사 당시에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이라 문제가 있는 업체였다는 것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낙동강환경유역청이 2020년 1월 동식물 조사 관련 내용에 대해 거짓작성 여부를 밝혀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에서도 A사가 3월까지 생태계 조사를 이어간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는 것이다. 현재는 업체가 바뀐 상태이지만 이미 5개월에 걸쳐 진행된 생태계 조사도 신뢰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시민행동은 “환경영향평가에 앞서 2016년 실시된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협의 의견으로 ‘법정보호종에 대한 선 현황 파악 후 훼손이 심할 경우 대저대교 노선을 변경하라’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부산시는 이를 무시한 채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평가서가 부동의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행동은 향후 낙동강환경유역청이 환경영향평가를 부동의 하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 등을 통해 계속해서 대저대교 건설에 반대할 의사를 내비쳤고, 부산시는 반려된 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해 다시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4) 공동조사협약과 조사 결과
환경단체가 지적한 환경영향평가서 거짓작성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불거졌고, 이후 부산시와 낙동강유역환경청, 환경단체는 겨울 철새 공동조사와 평가위원회를 거쳐 노선을 선정하기로 합의했다. 대저대교 도로건설공사 공동조사를 가졌고, 조사자 전체의 종합의견이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제출된 상태이나 공식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다만 조사 결과, 부산시의 조사 방해 의혹 등 많은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량 건설 예정지가 큰고니의 핵심서식지이며, 교량 건설이 이루어질 경우 서식지 기능이 훼손된다는 데 조사자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사위원인 습지와새들의친구 박중록 위원장의 의견서는 크게 교량 간격에 따른 큰고니 분포 조사와 멸종위기종 분포 조사 결과로 나눠 제시되고 있다.
첫째 교량 간격에 따른 큰고니 분포 조사 결과 ①월동기간 동안 수상레저활동과 선박 운항 등 다양한 형태의 교란이 존재하였고 ②전체 조사 구간 중 큰고니 개체군의 92% 이상이 교량 사이의 간격이 넓은 2개 구간, 하구둑-서부산낙동강교 구간과 경전철교-수관교 사이의 구간에 서식하고 있었고 ③교량 사이의 간격이 좁은 지역은 먹이가 부족하거나 교란이 발생하는 등 한정된 조건에서 일시적 서식지로 이용하기에 이 구간에서의 교량 건설은 큰고니의 서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둘째, 멸종위기종 분포 조사 결과 ①중사도 외 지역은 처음 조사하는 지역으로 이 지역을 이용하는 조류 현황을 체계적으로 조사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지만 조사를 통해 도로건설 계획노선 주변의 농경지가 멸종위기종 맹금류와 큰기러기 및 오리류와 종다리, 멧비둘기와 집비둘기 무리 등의 주요 서식지임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②큰기러기 무리는 월동 초기에 면적이 넓은 농경지에서 많은 수가 관찰되다가 겨울이 깊어지면 면적이 작은 인가 주변의 농경지도 채식지로 이용해, 이 지역의 농경지들이 낙동강하구 철새의 먹이터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③ 농경지를 횡단하는 도로건설이 이루어질 경우 서식지 감소와 단편화 등으로 멸종위기종 조류의 감소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이번 공동조사는 2020년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 실린 부산대 홍석환 교수의 ‘낙동강하구 교량간격에 따른 큰고니Cygnus cygnus 월동개체수 차이연구’와 거의 같은 형태로 진행됐는데, 홍교수는 논문에서 ‘조사결과 큰고니는 교량과 교량 사이가 2km 이내로 협소한 구간에서는 거의 관찰되지 않았고 4km 이상의 2개 구간에서만 안정된 개체군이 관찰되어 멸종위기종인 큰고니 서식을 위해서는 교량과 교량 사이가 최소한 4km 이상 이격되어야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5) 환경부의 뒤늦은 환경영향평가 개선 용역 추진
문화일보(2021년 6월 9일)에 따르면 이러한 과정에서 환경부가 제도개선안 용역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내년 3월까지 그간 거짓·부실 작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제도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각종 태양광 사업과 부산 대저대교 조성사업 등 대규모 개발사업 진행 과정에서 제시된 환경영향평가가 연구 내용이 불충분해도 인용되는 등 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적절한 대책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환경부는 6월 중 ‘환경영향평가의 내실화·효율화를 위한 제도개선방안 마련 연구’ 용역을 실시해 내년 3월까지 관련 제도개선안을 도출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2. 대저대교 건설의 쟁점과 대안
1) 대저대교 건설 관련 주요 쟁점
시민단체가 제기하는 대저대교 건설 관련 주요 쟁점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큰고니 핵심 서식지 파괴 우려이다. 대저대교는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 문화재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79호)에 있는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호)의 핵심 서식지를 관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멸종위기종 대모잠자리의 국내 최대 서식지(추정) 파괴 우려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사례가 금강하구 국립생태원 습지에서 보고된 100여 마리인 점을 고려하면, 삼락생태공원 일대는 국내 최대 대모잠자리 서식지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대모잠자리는 IUCN(국제자연보호연맹)의 R적색목록에 등재돼 있는 세계적 희귀종으로 건강한 습지의 소실로 그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셋째, 멸종위기 조류 서식지 파괴 우려이다. 대저대교가 통과하는 지역의 농경지는 김해평야의 일부로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에 오는 기러기와 오리류를 포함한 각종 멸종위기종의 먹이터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도로가 지나가는 서낙동강 구간은 멸종위기 1급종인 귀이빨대칭이의 서식지이다.
넷째, 환경영향평가법 위반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 거짓작성이 묵인됐다. 현장조사도 하지 않고 평가서를 작성해 거짓작성 판정을 받은 평가사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도 작성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환경청은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의 정상 작성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환경영향평가를 진행 중이다. 또한 거짓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초안)로 한 주민공람과 설명회, 공청회를 묵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부산시의 과장된 교량건설 필요성 자체에 대한 의문 제기이다. 시민행동은 낙동강 횡단 교량은 이미 10개나 있고, 부전-마산간 복전철 건설이 추진되고 있고, 하단-녹산간 경전철 또한 추가 건설 예정이라는 것이다. 서울의 강남 대 강북 인구가 498만 대 466만 명인데 비해 부산 도심 대 강서 인구는 325만 대 12만9천 명이다. 예측과 다른 급격한 인구감소와 고령화도 변수이다. 2020년 부산 인구를 396만6000명으로 예측했으나 2019년 실제 부산 인구는 337만3000명이며, 2025년 319만, 2035년 301만 명으로 급격히 감소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교통량 부족으로 을숙도대교는 매년 수십억 원의 예산을 보전하고 있으며, 액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00년 대저대교 입안 시 시내시외 2배 이상 증가를 예측했으나 부산광역시 홈페이지 ‘차량교통 연도별 비교’(2018년 10월 기준)를 보면 낙동강과 도심을 연결하는 주요도로망인 대동요금소, 북부산요금소, 국도14번(김해교) 모두 2013년에 비하여 2017년에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이다.
2) 시민행동이 제안하는 대안
대안 1은 교량건설계획의 철회이다. 불필요한 교량 건설은 시민의 생존 토대와 자연을 파괴하고 혈세를 낭비한다. 국내 최대의 피서지인 해운대구가 5개의 도로망으로 도심과 연결되고 있고, 강서와 비슷한 인구인 영도구는 4개의 교량으로 도심과 연결되고 있는데 강서구는 이미 10개의 교량이 건설돼 있다. 교량 건설의 필요성에 대한 객관적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안 2는 기존 교량 확장과 교량 접속로의 개선이다. 교량 건설이 꼭 필요하다고 해도 자연훼손과 세금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택해야 한다. 현재 낙동강본류 교량 횡단 시 발생하는 출퇴근시간의 교통체증은 교량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접속로의 문제가 주원인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대안 3은 사상대교 우선 건설과 대저동서로 등의 확장이다. 사상대교는 경전철교 노선에 붙여 건설하기에 낙동강하구 훼손이 최소화되고 서부시외버스 터미널과 사상역이 있는 광장로와 바로 연결돼 시외버스 등이 감전IC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에 교통시간 단축은 물론 감전IC와 서부산낙동강교의 교통분산 효과가 있으나, 대저대교의 사상 쪽 접속로는 도심의 동편과 연결되지 않아 효율이 떨어진다. 여기에 기존 2차선 대저동서로와 평강로, 동서교와 강동교를 확장하는 것이 자연훼손과 예산 낭비를 최소화하고, 도로의 효율성을 높여 대저대교 건설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대안 4는 강서낙동강교에 인접해 건설하는 것이다. 최하급 대안이나 강서낙동강교에 가깝게 대저대교를 건설함으로써 삼락생태공원, 대모잠자리 서식지 보존, 큰고니 서식지 훼손 최소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3) 관련 기관의 역할과 책임
환경영향평가법 제3조(국가 등이 책무) 2항은 국가, 지자체, 사업자 및 국민은 이 법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가 적절하고,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후위기․탄소중립시대에 습지보전 등 지속가능성을 위한 관련 기관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고 하겠다.
첫째, 부산시장의 새로운 비전과 담대한 결정이 요구된다. 시민단체는 부산시장이 더 이상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을 개발의 장애물이 아니라, 부산 미래 발전의 최고 자산이라는 새로운 인식을 가져 주길 바라고 있다. 다리 건설과 도로 노선문제 해결을 위해 부산시와 시민행동이 자발적 해결 기구를 구성해 부산의 문제는 부산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둘째, 부산시의회가 대저대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환경영향평가 거짓작성 및 환경파괴 논란으로 대저대교 건설문제가 지역사회의 최대 이슈가 된 지 4년째이다. 시민단체들은 이제 시의회가 문제 해결에 나서 관련 대책위나 특위를 구성해 줄 것을 요망하고 있다. 실태를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여, 시민의 대변자로서의 본래 역할과 책임을 다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부산시와 시의회가 시민행동이 제안한 대안을 함께 검토하는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마지막까지의 공정한 판단이 절실하다. 환경청은 그간 환경영향평가서의 거짓 작성을 밝혀냈고, 대저대교 건설이 멸종위기종 큰고니 등의 서식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하여 4개월간의 겨울철새 공동조사를 실시하는 등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환경영향평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종 결론까지 흔들림 없는 공정한 판단을 내려주고, 이번에 발견된 멸종위기종 대모잠자리의 국내 최대 서식지 발견에 대해서도 실태 파악과 서식지 보호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넷째, 부산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코로나시대, 기후위기시대를 맞아 더 이상의 대규모 자연파괴는 없어야 한다. 다리 건설에 들어갈 수천억 원의 혈세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거나, 코로나로 어려운 상공인을 돕는 등 시민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나아가 환경부장관과 대통령에게도 ‘지속가능한 국토환경 조성’ 국정과제와 ‘보전과 이용이 조화되고 사람과 동물이 공생하는 국토 환경 조성’이란 정책 목표에 보다 관심을 갖도록 청원 등을 통해 실행에 옮겨줄 것을 강력히 요청할 필요가 있다.
3. 공공사업의 구조적 문제와 개혁방안
1) 공공사업의 환경파괴 구조
공공사업이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자본인 도로․항만 등을 건설하고 유지하는 일이지만 이명박 정부 때 소위 ‘4대강 사업’과 같이 대형 국책사업을 비롯한 공공사업의 상당수가 국민 혹은 지역주민 대다수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자연파괴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우리사회는 공공사업에 대한 반성이나 재검토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법제연구원 전재경 박사는 한국사회환경단체회의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대형국책사업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국토이용 방안’ 제목의 발제를 하면서 “국책사업은 경제논리보다 해당 사업에 특별한 법적 지위를 부여해 법률상 각종 규제를 피해나가기 쉽게 돼 있는 허점이 있으며 이는 개발과 보전간의 법적 균형이 결여된 우리나라의 법률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공공사업은 사업 결정에 있어 타당성 결여나 절차적 비민주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책사업의 경우 지금까지 대선 및 총선 때 ‘선심성 공약’에서 출발해 타당성조사나 사전환경영향평가 등이 거의 무시된 채 정책결정자의 지시에 따라 ‘형식적 검토’를 거쳐 쉽게 착공되는데서 태생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국책사업을 비롯한 공공사업은 필연적으로 이들 정치인과 행정관료 그리고 재벌 건설업체간의 유착관계를 낳고 있으며 이들은 ‘부패고리’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은 국민 혹은 지역주민들에게 표를 얻기 위해 ‘공약’을 하고 관료들에게 특정건설업체의 수주 로비도 해주고, 건설업체는 답례로 이들에게 정치자금을 대주고, 행정관료는 떡고물을 받아 챙기고 이들은 서로가 서로의 뒤를 봐주다보니 ‘한번 시작한 공공사업은 결코 멈추지 않는 신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김해창, 국책사업을 구조조정하라, 녹색평론, 2003).
이러한 환경파괴를 초래하는 대규모 공공사업은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에 케인스가 제안한 경기부양대책 중 재정정책과 관련이 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대부분의 나라에서 경기부양대책으로 공공사업을 하면서 2가지 문제점을 낳았다. 그것은 첫째 관료의 부패나 부정의 온상이 됐고, 둘째 공공사업에 의한 심각한 환경파괴가 초래됐다는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에 의한 공공사업은 민간이라면 웬만해서 손대기 힘든 사업이지만 채산성을 전체로 하지 않는데다 공공재산인 자연환경을 조작할 권리를 행사하기 쉽기 때문이라는 것이다(小島寬之, エコロジストのための經濟學, 東洋經濟新報社, 2006).
일본의 사례를 보면 비대해진 공공사업은 국가나 지자체 등 공공사업 주체가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등장하게 됐는데 공공사업 한 건의 사업비가 수천억 원에서 수조원에 이르고 환경영향평가도 제3자가 아닌 사업주체가 행하고 있기에 공공사업이 ‘공익’이 아닌 ‘공해’사업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공공투자의 대부분이 건설업에 들어가지만 그것도 지역중소건설업체 보다는 재벌 건설업체의 불량채권 처리로 들어가기에 지역경제 활성화효과는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공공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된 것은 공공사업의 목적인 사회간접자본이 완공된데 따른 시설의 사회적 유용성보다 건설투자 그 자체만 중시하는 일본의 정치인이나 관료의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다.
2) 공공사업의 개혁 방안
그러면 잘못된 공공사업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 4대강 사업에서 보았듯이 국책사업이나 공공사업에 대한 사회적 규제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하는 것이 과제이다. 이에 대해 우리가 지금까지 국책사업을 비롯한 공공사업에서 모델로 삼아왔던 ‘토건국가’ 일본에서조차 잘못된 공공사업과 관련한 중대한 결단이 행해졌다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다. 2000년 8월 ‘한 번 시작된 사업은 결코 중단되는 법이 없다’던 일본의 공공사업이 자민 공명 보수당 등 여3당의 발의로 국회차원에서 ‘공공사업개선위원회’가 구성돼 일본의 공공사업이 전면 재검토되기 시작했다. 검토 기준은 ①사업채택 후 5년 이상 경과해도 착공되지 않은 것 ②완성예정년도부터 20년 이상 경과해도 미완성 상태인 것 ③조사비를 계상해 10년 이상 채택되지 않은 것 ④정부의 공공사업재평가제도에서 제외키로 결정한 것 ⑤지역주민이 중지를 모아 합의한 것 등으로 이중 한 가지에 해당하는 사업은 원칙적으로 중지한다. 이로 인해 중지 권고된 공공사업은 모두 233건에 이른다. 여론의 비난을 받아왔던 잘못된 일본의 공공사업에 첫 제동이 걸린 사례이다(保母武彦, 公共事業をどう変えるか, 岩波書店, 2001).
대저대교 건설 논란을 계기로 공공사업의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공공사업을 둘러싼 정치인 관료 재벌기업의 ‘부패사슬’을 끊기 위한 사회적 감시망이 강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감사원 국책사업감사단의 행정감사체제가 강화돼야 한다. 특히 공공사업 추진 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공사업의 목적과 효과, 비용 대 효과, 사전환경성평가, 대체수단의 유무 평가, 입찰방법, 예정가격 및 입찰결과, 낙하산인사 유무, 사후평가 등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시민단체의 공공사업 감시역량을 키워야 하며, 정치인에 대한 기업의 헌금을 제한하고, 공공사업 개발부서 업무담당관료의 퇴직 후 관련기업의 낙하산 인사를 막고 수주경쟁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회 차원에서 내에 ‘국책사업재검토위원회’를 설치해 건설 및 계획단계에 있는 국책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광역 및 기초지자체에도 지방분권 차원에서 광역시의회에 ‘공공사업재검토위원회’를 설치해 지역의 공공사업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셋째, ‘공공사업기본법’(가칭) 같은 것을 제정해 21세기에 맞는 사회간접자본 정비의 기본원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 잘못된 공공사업을 중지하기 어려운 것의 하나가 법률의 미비에 기인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넷째, 국토부 등 개발부처와 밀착되어 있는 ‘개발기술자집단’의 자기증식을 막는 일이다. 개발기술자집단이란 공공사업관계 전문기술자로 이들이 도로 하천 도시계획 항만 공항 등 전체 공공사업의 계획에서 시공까지 거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전문가집단이다. 이들이 행하는 용역보고서에 책임을 지우고 처벌을 강화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들 개발기술자집단의 자기증식을 막고 공공사업의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및 감리를 전담할 독립된 ‘국립환경영향평가원’(가칭)을 설치할 필요가 있고 평가결과는 반드시 공개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국책사업을 비롯한 공공사업의 개혁을 위해서는 공공사업의 시행에 있어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하게 하고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발과 보전이 팽팽히 맞서는 지금이야말로 이러한 공공사업의 구조조정에 나설 적기라고 볼 수 있다.
<김해창 / 경성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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