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환경단체 '세계 습지의 날' 행사 ... "지켜요, 낙동강 하구"

김 해창 승인 2019.02.02 13:35 | 최종 수정 2019.02.02 16:47 의견 0
낙동강하구문화재보호구역보전시민연대 주최 부산환경시민단체의 '세계 습지의 날 행사'가 1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사진=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낙동강하구문화재보호구역보전시민연대 주최 부산환경시민단체의 '세계 습지의 날 행사' ... 1일 부산시청 앞 광장

“세계적 자연유산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파괴하는 10개 교량, 마리나 건설계획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세계 습지의 날(2월 2일)을 하루 앞둔 2월 1일 오후 2시 부산지역 환경시민단체가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습지의 날 행사를 가졌다. 낙동강하구문화재보호구역보전시민연대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2019 세계 습지의 날 기념 고니의 땅,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고니 보호대책 수립과 부산시의 10개 교량 ‧ 3개 마리나 건설 철회 요청 기자회견 및 퍼포먼스’였다.

이날 행사장에는 부산지역 환경시민단체 50여 명이 모여 쌀쌀한 가운데서도 ‘습지 지켜 기후변화와 미세먼지를 막자’, ‘지켜요 낙동강하구, 개발보다 환경보존’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정부와 부산시 등에 낙동강하구 보전과 10개 교량 건설계획의 철회를 촉구했다.

김수정 부산녹색연합 사무국장이 전체 사회를 보면서 행사 시작을 알렸다.

주기재 부산하천살리기운동본부 민간대표(부산대 교수)는 “올해 습지의 날의 주제는 기후변화와 습지입니다. 지난해 두바이 총회에서 급격히 소실되는 도시습지의 가치를 중시하고 보전에 힘쓰자고 결의했습니다. 습지는 도시 물 순환에도 크게 기여합니다. 습지의 훼손을 막기 위해 시민사회가 생각을 공유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염윤돌 부산미세먼지안전부산시민행동 집행위원장은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방지를 위해 습지보호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부산시는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을 훼손하는 등 생태계 파괴정책을 펴고 있다.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지구의 허파인 습지를 보호하고 낙동강하구의 난개발을 막아 고니 등 철새를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은주 부산환경운동 사무처장은 “1971년 람사르조약이 체결된 이후 부산시는 낙동강하구를 람사르사이트로 등록하기는커녕 에코델타시티 건설 추진 등 개발에만 앞장서왔다. 유엔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서 강조하고 있는 미세먼지 방지, 먹는 물 보호, 쾌적한 삶을 위해 부산시가 진정성을 갖고 낙동강하구 보호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우리 시민들도 적극 행동에 나설 것을 다짐하자”고 힘줘 말했다.

이성근 부산환경회의 공동대표는 “설을 앞두고 이렇게 추운 날씨에 우리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하구에 교량 10개를 건설하겠다는 부산시의 잘못된 정책의 철회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다. 하구의 고니가 줄어들고 부산시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1980, 90년대에 계획했던 교량 10개 건설 추진이 과연 필요한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시민참여를 통해 이러한 하구생태계를 살려내는 일에 우리 모두 앞장서자”고 강조했다.

우창수 김은희 부부가수의 환경 노래 공연. 사진=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이어서 우창수 김은희 부부가수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이날 소개된 노래는 김유철 시인의 시 ‘그저 흐르게 할 일’에 우창수 가수가 곡을 붙인 것이다. 부산에서 살다 지금은 경남 창녕 우포늪에 살고 있는 이들 부부는 이날 행사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냈다.

‘그저 흐르게 할 일’은 ‘아이들 눈망울에서 내가 보일 때/ 별이 보일 때 꽃이 보일 때 내가 별이고 꽃이 됩니다. (중략) 멈추게 할 일이 아니라 흐르게 할 일/ 예쁘게 할 일이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 흐르게 할 일, 흐르게 할 일/ 그저 있는 그대로 흐르게 할 일.’

이어 부른 곡은 ‘아이들에게 생명을’. 이 노래는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지은 노래다. 이날은 그 노래를 개사해 다음과 같이 참가자들이 함께 소리 높여 불렀다. ‘대저대교 반대합니다. 엄궁대교 반대합니다. 장락대교 반대합니다. 낙동강에 생명을, 하늘을 사랑합니다. 땅을 사랑합니다. 풀꽃을 사랑합니다. 아이들에게 생명을. 반딧불이를 구해주세요. 고니를 구해주세요. 펭귄을 구해주세요. 지구에게 생명을.’

이어서 춤꾼 박소산 선생의 학춤이 펼쳐졌다. 박소산 선생은 ‘학춤, 천 곳에서 평화의 날개짓을’이란 염원으로 이런 행사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펼쳐왔다. 이날 공연이 380번째라고 한다. 흰옷에 갓을 쓰고 학처럼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낙동강하구에 고니와 두루미가 더 많이 찾아오길 기원하는 평화의 춤이었다.

박소산 선생의 ‘학춤, 천 곳에서 평화의 날개짓을' 공연. 사진=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이날 행사는 기자회견으로 이어졌다. 박중록 습지와 새들의 친구 운영위원장이 마이크를 잡고 성명서를 낭독했다. ‘2월 2일 세계 습지의 날,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보전 시민연대 성명서’이다.

2월 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습지의 날이다. 이번 세계 습지의 날 슬로건은 습지와 기후변화다. 우리 생명의 토대, 습지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온실가스를 흡수해 지구온난화를 막고 맑은 공기를 우리에게 공급하는 일이다. 산업화 이후 무분별한 개발로 우리 주변의 습지는 빠르게 소실되었고 이로 인해 온실가스가 급증하였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이상기후가 일상화하면서 이제는 미세먼지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해졌음에도 습지파괴는 지금도 계속된다. 여러 경고에도 인류는 파국의 벼랑을 향해 달려간다.

낙동강하구는 신이 내린 축복의 땅이라 불리며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명성이 자자했던 곳이다. 습지와 환경의 중요성을 전혀 모르던 1960년대에 철새도래지로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세계 최고 습지의 하나이다. 안타깝게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음에도 습지의 가치를 알지 못한 나머지 마구잡이 개발이 진행되었고 이제는 자연 파괴의 상징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워낙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었던 터라 남은 모습만으로도 한국 최고의 습지로 여전히 기능하는 이곳에 부산시와 해양수산부는 10개의 교량과 3개의 내수면 마리나 건설계획을 또 다시 추진한다. 마지막 남은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명줄을 자르려는 처사나 다름없다.

새는 습지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지표종이다. 낙동강하구의 여름을 대표하던 철새, 쇠제비갈매기가 모두 사라졌고, 겨울을 대표하던 큰고니는 평균 3천 마리가 찾아오다 1천 마리대로 급감하였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1천 마리 수준에 머문다. 1천 마리 수준이 2년 연속 이어진 것은 2004년 시민에 의해 매월 정기조류조사가 이루어진 이래 처음이다. 이는 낙동강하구 습지가 돌이키기 어려운 속도로 파괴되어 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의 생존만이 아니라 후손들의 생존을 위해서도 최소한의 습지는 보존되어야 한다. 보호구역마저 마구잡이로 개발이 진행되어서는 희망이 없다. 우리 생존의 토대, 습지가 사라지면 미세먼지는 더욱 극성을 부리고 맑은 물은 더욱 귀해져 우리 생존 역시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엄중한 인식 아래 오늘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여기 모인 우리는 우리 정부와 부산시에 아래와 같이 우리의 요청과 우려를 전한다.

하나. 우리는 대저대교 엄궁대교 장락대교 내수면 마리나 건설 등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내에서 추진 중인 각종 개발사업의 중단을 요청합니다.

하나. 우리 정부는 엄중하고도 철저한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 현상변경 심의과정을 통해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을 보전하여 지속가능한 국토환경 조성이라는 국정과제를 달성하여야 한다.

하나. 대저‧엄궁‧장락대교 내수면 마리나 건설계획은 부산시의 도시목표와도 상반된다. 이는 세계적 생태관광자원인 낙동강하구를 파괴하여 건강한 일자리 조성기회를 없애 ‘일자리가 풍성한 경제혁신도시’와 ‘문화가 흐르는 글로벌 품격도시’를 조성한다는 도시목표와도 한참 거리가 있다. 우리 시와 의회는 환경과 습지의 가치를 전혀 모르던 1990년대 말, 2천년대 초에 세워진 지금의 도시계획을 전면 재검토하여 시대에 맞는 새로운 도시 건설 목표를 제시하여야 한다.

2019년 2월 1일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낙동강하구문화재보호구역보전시민연대와 지속가능한 사회를 희망하는 시민 일동’

부산시민환경단체의 '세계 습지의 날' 행사. 사진=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이날 행사장인 부산시청 앞 광장에는 참으로 많은 각종 플래카드가 붙어있었다. 그 중 눈에 들어오는 것이 ‘부산시는 풍산재벌 특혜 센텀2지구 개발계획 전면 재검토하라!’였다. 그리고 길쪽에는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죽음의 외주화 중단하라!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님 시민분향소’가 차려져 있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난개발저지 부산시민연대는 대천천네트워크(362-4111), 부산그린트러스트(468-3326), 부산녹색연합(623-9220), 부산환경운동연합(465-0221), 생명그물(507-1859), 습지와 새들의 친구(205-5183) 등 부산지역의 환경시민단체의 연대체이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9월 20일에도 이 같은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올들어 지난달 17일에는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 50여 명이 낙동강하구를 찾아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내 건설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박중록 습지와 새들의 친구 운영위원장은 “오늘 부산시와 환경부, 문화재청, 해양수산부에 오늘 행사에서 모아진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보전 및 10개 교량과 내수면 마리나 건설계획 철회 요청서를 제출했다”며 “이 같은 노력으로 일단 오는 14일 부산시와 공동으로 낙동강하구 현장조사를 하기로 했고, 오는 26일에는 교량 건설의 필요성 여부를 놓고 시와 시민연대가 공동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나마 부산시와 시민단체가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한 것은 큰 진전"이라고 밝혔다.

시민연대 관계자들은 지난해 문화재청을 방문해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낙동강하구는 1966년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됐다. 각종 개발사업에도 여전히 한국 최고의 철새도래지로 기능하며, 이러한 사실은 환경부의 겨울철새동시센서스 자료 기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내친 김에 낙동강하구의 실상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 낙동강하구의 무분별한 개발과 보호구역의 축소는 심각하다. 그간 완료된 사업이 1987년 하구둑 건설을 비롯해 신평장림공단, 신호공단, 녹산국가공단, 을숙도1, 2차 쓰레기매립장 건설, 명지주거단지 건설, 신호대교 건설, 경관조명 설치, 맥도 배수펌프장 건설, 녹산배수펌프장 건설, 을숙도 야외 자동차 극장 건설, 하구둑 야간경관조명 설치, 을숙도 문화회관 건설, 일웅도체육시설 조성, 녹산갯벌 추가 매립, 신항만건설, 을숙도관통(명지)대교 건설, 명지주거단지 건설, 낙동강둔치 정비사업, 서낙동강 일원 제방 축조사업, 화전산업단지 건설, 홍티지역 매립사업, 사상~김해간 경전철 건설, 가덕대교 건설, 다대포해수욕장 해변관광공원 조성, 녹산산단 산업폐기물매립장 건설, 서낙동강 수변공원 조성, 제2하구둑 건설, 4대강 정비사업, 신호산업단지 건설 및 아파트 단지 건설, 명지주거단지 고층화, 일웅도 현대미술관 건립 등 30가지 사업이나 된다.

또한 진행 중인 사업만 해도 둔치도 개발사업,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 강서지구 택지개발 사업, 다대배후도로 확장공사, 하구 주변지역의 도시화 등이다. 강서구 일원에서는 수변부 거의 전부가 불법 매립되었으며 현재도 진행 중에 있다. 사하구, 사상구의 보호구역 경계부 도로 확장, 보도 건설 등으로 수변부 서식이 불가한 상태로 변화한다.

현재 계획 중인 사업으로는 신공항 건설, 눌차만 매립계획, 엄궁대교 건설계획, 사상대교 건설계획, 삼락대교 건설계획, 장락대교 건설계획. 이밖에 문화재보호구역 내 6개 교량(서낙동강 2개소, 평강천 4개소), 내수면 마리나 3곳 추진, 경전철 가덕선 건설계획 등으로 시민연대와 마찰을 빚고 있는 것들이다.

대저대교 건설 예정지. 사진=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그러면 이러한 난개발로 인한 낙동강하구는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첫째, 문화재보호지역의 감소이다. 문화재보호지역이 12,536ha에서 9,546ha로 약 24% 감소했다. 그런데 이 수치도 녹산갯벌 매립 등 2005년 이후 상실지는 포함되지 않아 정확한 수치가 얼마인지 알 수 없다.

둘째, 주요 조류의 변화이다. 낙동강하구의 상징종은 겨울철은 고니(천연기념물 제201-2호), 여름철은 쇠제비갈매기(IUCN 적색목록의 관심종)이다.

셋째, 하구의 형태 변화와 철새 감소 원인이 너무 많다. 각종 개발로 인한 보호구역(서식지)이 감소했고, 교량 건설 등으로 인한 서식지가 단편화(fragmentation)됐다. 도시화로 인한 교란 증가, 매립, 교량 설치 등으로 인한 물 흐름의 변화, 침식과 퇴적상의 변화, 모래섬의 침식과 뻘 갯벌의 모래 갯벌화, 관리체계의 부재로 인해 하구에 쓰레기가 넘쳐나는 등 ‘신이 내린 정원’ 낙동강하구가 ‘버려진 땅’이 되는 것이 오늘날 우리 부산의 현실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낙동강하구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시민연대는 이러한 낙동강하구의 보전을 위해 문화재청에 이러한 대책을 요청한다.

첫째, 보호구역 보존 및 확대가 필요하다. 보호구역 확대는 국가의 의무이다. 국정과제 59 지속가능한 국토환경 조성에서는 보전 총량 설정 및 훼손가치 만큼 복원・대체 의무화를 한다. 2021년까지 보호지역을 국토대비 17%로 확대(′16년 11.2%)하고, 생물다양성협약(CBD) 2020목표, 각 당사국 2020년까지 최소 육상 17%, 해양 10% 보호구역 지정 등이 필요하다.

낙동강 하구를 지키자는 플래카드 퍼포먼스. 사진=습지와새들의친구

둘째, 관리 감독권의 철저한 행사가 필요하다. 개발과 관련한 현상 변경 허가 신청의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개발을 막아 달라는 것이다. 사업의 필요성을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철저 검증할 필요가 있다. 검증 과정에 보호 단체의 공정한 참여 기회 보장 및 자료 제공이 요구된다. 불가피한 사업의 경우 보호구역 보전을 위해 현명한 이용,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을 적용해 보호구역 훼손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기존 시설의 확장, 기존 시설에 붙여 건설, 파편화 최소 지역 건설, 대안에 대한 객관적 검토 과정 요청, 중립적 전문가, 보호단체 공평 참가가 보장돼야 한다. 문화재보호구역의 관리 및 이용에 대한 민관 공동 실태 조사, 부산시 개발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민관 공동 검증 기회 제공, 보호구역 주변부 개발 및 관리 부재 등에 대한 관리 감독,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보전 및 현명한 이용 지침 수립이 필요하다.

‘어머니대지’ 낙동강하구는 호소한다. “낙동강을 그저 있는 그대로 흐르게 하라”고 말이다

<경성대 교수·환경경제학자, 소셜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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