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환의 새 이야기] 제비, 이제 강남 안 가요!

지난해 연말 낙동강 하구 등지에서 제비 포착

김시환 승인 2021.01.07 22:56 | 최종 수정 2021.06.16 11:36 의견 0
지난해 12월 낙동강 하구 둔치도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제비. 사진=김시환

대표적인 여름철새인 제비 무리가 강남으로 가지 않고 한겨울 낙동강 하구에서 서식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과연 월동할지 주목된다.

지난해 12월 20일 부산 낙동강 하구는 며칠 동안 매우 추웠다. 추위에도 몇 마리가 옹기종기 열심히 먹이 활동하고 있었다. 여름보다 몇 배 어려울 것이다. 춥고 배고프다는 말이 제비들에게 해당된다.

2차 한파 때 황조롱이, 큰부리까마귀 습격으로 서너 마리 외 무리가 보이지 않았다. 한 마리는 황조롱이 먹이 감으로 사냥 당했는지 보이지 않는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다시 나가봤다. 그 아래 지역으로 서너 마리가 이동하여 여전히 생활하고 있었다.

새해 첫 주 그 자리에 가봤더니 제비는 보이지 않았다. 걱정의 마음으로 한 주 더 확인하려고 한다. 기후변화가 있다 해도 아직 추운 시기, 점차 제비도 멀리 강남으로 가지 않고 텃새가 될 모양이다.

지난해 12월 9일 부산 사상구 엄궁동 부산화훼단지 외벽 간판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제비들. 사진=김시환

지켜는 보지만 인간의 파괴로 재앙은 시작된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기온이 예전보다 따뜻해졌다는 사실 새들을 통해 알 수 있다.

통과 새가 눌러 앉아 번식하고 텃새가 되었고, 나그네새도, 길 잃은 새도 기후변화로 사계절을 만날 수 있는 새들이 늘었다. 그 중 제비도 한 두 마리, 서너 마리 정도 간간히 월동 소식을 접하여왔다. 소규모 무리가 12월 중순까지 머물고 있다는 것은 월동개체로 볼 수 있다.

기후변화 시대의 제비

어미가 날아오자 먹이를 달라고 일제히 입을 벌리는 어린 제비들. 사진=김시환

봄의 전령사라 할 수 있는 제비. 우리의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제비. 이런 제비가 세계자연보전연맹(ICUN)의 ‘관심 필요 종’으로 분류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러시아 하바로브스크에서 내몽골 아래로는 일본, 북한, 남한 등지에서 번식을 하고 베트남, 미얀마, 동남아시아로 이동하여 월동한다. 번식지이자 중간기착지로 각 지역에서 모여 체력을 강화시켜 단체 이동한다.

예전엔 제비들이 낙동강 하구나 제주도 무리에 합류하여 강남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낙동강 하구는 9, 10월께 모여 1, 2차 나누어 이동하는 것을 보았다.

요즘 하바로브스크와 내몽골에서 내려와 경북 영주에 약 20만 마리가 모여 새벽에 먹이 활동 나가는 모습과 해질녘에 잠자리로 들어온 모습이 장관이다. 낙동강 하구에서는 이젠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제비가 번식하고 또한 모여 이동할 장소들을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사라졌다. 남아 있는 곳도 곧 사라진다. 기후변화 시대, 제비에겐 큰 위기가 찾아오는 것 같다.

김시환
김시환

◇김시환 습지보전활동가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현)
▷국립습지센터 습지블로그 모니터링 기자 (전)
▷낙동강하구 탐조 가이드북 『낙동강 하구의 새』 공동저자
▷낙동강 하구 정기조류조사
▷도요물떼새이동표식조사
▷고니조사
▷부산연구원조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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