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환의 새 이야기] 개개비의 시끄러운 노래에 여름은 깊어간다
김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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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1 18:19 | 최종 수정 2021.07.1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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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준비하는 습지의 푸릇푸릇한 갈대순에서 숨박꼭질을 할 수 있을 때쯤 개개비는 습지의 갈대밭을 찾아온다.
"날 찾아봐~라! 개개비비 개개비비."
개개비의 노래로 갈대숲은 시끄럽다. 여기저기 경쟁자가 몰리면 갈대꽃대 위에 바람을 타고 빨간 속을 내보이며 세상이 떠나갈 정도로 노래를 부른다. 더위와 매미 소리와 개개비가 경쟁을 하면 여름은 깊어간다.
천적인 족제비와 뱀을 피해 찰랑찰랑한 물이 있는 곳의 갈대에 둥지를 짓어 2개에서 6개의 알을 낳는다. 12일에서 14일 동안 품고 부화시켜, 14일 정도 둥지 안에서 육추(育雛)하여 이소시킨다.
갈대숲 속, 두 세 살 된 아이가 온 집안을 어지럽히듯이 '쿠루루룩 쿠루루룩' 오르락 내리락하며 형제, 친구들과 술래잡기 하는 개개비 어린 녀석들의 소리가 가끔 들리는 것 외에는 육추기간 동안은 조용하다.
물론 자신의 유전자를 확장하기 위해 다른 주파수의 노래를 불러 외도를 하는 개개비도 있다고 한 연구자는 말을 한다. 짝짓기를 하지 못한 녀석은 여름 내내 슬픈 노래를 한다. 떠날 때가 지났지만 마지막 희망으로 노래한다.
사람의 얼굴이 변모 변색하는 것처럼 개개비도 어느 때는 순수한 모습이다가 갑자기 폭군의 표정으로 변하기도 한다.
첫 새를 보기 시작할 때 스코프로 만난 개개비는 작지만 큰 새의 위엄이 느껴졌다. 또한 비를 맞고 끊임없이 자기 소리를 내는 개개비가 부럽기도 하다.
우리나라를 찾는 개개비는 유럽, 아프리카에서 서식하는 개개비의 아종으로 번식지는 남부 시베리아, 몽골, 북부, 중부 및 동부 중국, 한국 및 일본을 포함한다. 인도 북동부에서 남동 아시아를 거쳐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서 서식을 하고 월동지인 뉴질랜드와 호주로 내려간다. IUCN의 관심필요종으로 지정되어 멸종 위기 적색목록에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현실
은 녹녹하지 않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시끄러운 소리가 많이 들리지 않는다. 많이 도래하지 않아 낙동강 하구에 서식 밀도가 낮다는 의미이다.
개개비야, 내년엔 많이 찾아와 무더운 여름을 식혀주렴!
◇김시환 습지보전활동가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현)
▷국립습지센터 습지블로그 모니터링 기자 (전)
▷낙동강하구 탐조 가이드북 『낙동강 하구의 새』 공동저자
▷낙동강 하구 정기조류조사
▷도요물떼새이동표식조사
▷고니조사
▷부산연구원조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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