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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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6 16:43 | 최종 수정 2022.04.0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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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심장을 뜯는 작은 맹금류 새매를 아시나요?
서늘하다.
뒤엎은 논 저 멀리에서 지면을 스치듯 엄습하여 먹이활동 중인 집비둘기를 낚아채는 새매. 다른 비둘기는 화들짝 놀라 사라진다. 한 녀석 희생으로 목숨은 건졌다.
농로 가장자리 옆에서 차가 지나가도 자기 등치만 한 비둘기의 가슴 깃털을 정신없이 뽑아내고 심장을 뜯기 시작했다. 피의 냄새가 하늘로 피어오른다.
삐~~ 용 소리에 경계에 들어간다. 들지도 못하는 먹이 끌고 자리를 이동한다. 두 배의 경계를 하며 내장을 뜯는다. 어느새 솔개들 몰려들자 먹이를 움켜잡고 사라졌다.
이 녀석의 오늘 사냥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스텔스처럼 엄습하여 작은 뱁새, 참새목의 새를 사냥하는 것도 성공률을 따진다면 10~20% 정도이다. 실패하였을 때 다시 상승하여 내리꽂는다. 활처럼 위아래 곡선의 폭이 있게 다시 공격하기도 한다. 오늘은 억세게 운이 좋은 날이다. 솔개나 큰부리까마귀, 까치에게 빼앗기지 아니하면 다행인 것이다. 맹금류답게 카리스마가 넘쳐나는 포스를 보여 주고 있다.
솔개들은 한참 그 자리 상공을 선회하였다.
녀석은 강 건너 인적이 없는 물오른 버드나무 가지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오렌지 물결 가슴 무늬는 아름답고 더 매혹적으로 보여 평온함을 느꼈다. 솔개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멀리까지 와서 배가 부른 것인지 빼앗겼는지 아니면 욕심이 없어 나누어 주었는지 남은 집비둘기 사체를 놓고 큰부리까마귀들이 혈투를 벌이고 있다.
다른 맹금류보다 수명이 짧은 특징을 갖고 있다. 부화하여 어린 새끼가 생존할 확률은 34% 성조에서 1년을 넘기는 생존율은 69%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4년을 넘기지 못한 삶을 산다고 해외연구자는 말한다.
잡식성으로 메뚜기, 잠자리, 쥐도 사냥하기도 한다고 하는데, 낙동강하구에서 목격되는 사례는 주로 뱁새, 참새, 박새, 암컷은 찌르레기도 공격하는 것을 보았다. 유럽에선 경주 비둘기 죽음의 1%는 새매가 담당했다고 한다. 나 역시 비둘기 사냥은 처음 목격하였다.
나뭇가지 사이를 다니며 사냥할 수 있는 능력은 날렵하고 속도를 잘 조절할 수 있는 날개이며, 낚아채는 강한 두 다리와 강한 부리가 있다.
새매의 부리로는 비둘기를 죽일 수는 없다고 한다. 긴 발톱과 짧고 굵은 발톱으로 눌러 털을 뽑고 뜯어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낙동강하구엔 번식기 때는 잠시 숲으로 들어가 가끔 모습을 보여 주는 녀석도 있지만 다른 깊은 숲으로 들어간다. 한 해 가을 이동 시기에 다른 맹금류와 다르게 갈 대위를 스치듯 낮게 남서로 뜨문뜨문 줄이어 이동하는 모습을 보았다.
길이 32cm~39cm, 몸무게 100g~350g인 작은 새매. 그 눈매는 매서운 맹금류였다.
<글, 사진 = 김시환 습지보전활동가>
◇김시환 습지보전활동가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현)
▷국립습지센터 습지블로그 모니터링 기자 (전)
▷낙동강하구 탐조 가이드북 『낙동강 하구의 새』 공동저자
▷낙동강 하구 정기조류조사
▷도요물떼새이동표식조사
▷고니조사
▷부산연구원조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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