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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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3 09:15 | 최종 수정 2021.07.1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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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염막둔치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의 전주에 앉아 있는 녀석을 스코프로도 볼 수 있었다. 모습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배 아래 다리 부분이 주황색이었다는 것만 인식될 정도로 첫 대면은 감흥 없이 끝났다.
그 후로 많은 만남이 있었다. 을숙도, 둔치도 등 낙동강 하구 전역에서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 2급 종으로 보호를 받고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목록에 관심필요종으로 등재되어 관리를 받고 있다. '새호리기'라는 이름도 특이하다. 많은 사람에 '새홀리기'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녀석들은 새를 어떻게 홀릴까?
맹금류들은 사냥기법이 조금씩 다른데, 어떤 먹이를 사냥하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새호리기는 사냥하는 모습은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공중에서 사냥감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낙하하여 내리꽂듯 '꽂는 사냥'을 한다. 비행기에서 고공낙하할 때 팔을 벌리면 공기의 저항으로 천천히 낙하하지만 팔을 모으고 고개를 아래로 숙이면 가속도가 붙어 엄청난 속도로 낙하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새호기기는 공중에서 날개를 접고 엄청난 속도를 내어 사선으로 꽂듯이 공격을 한다.
잠자리와 새를 사냥할 때는 유연하면서도 빠르고 강하게 공격을 하는 새호리기의 모습에서 제비의 유연성과 민첩성을 보는 것 같았다.
2018년 가을 나의 눈길을 끈 장면이 생각난다. 지금은 사라진 에코델타시티 공사 구역 내 농경지에 각종 도요물떼새들이 머무는 곳이 있었다. 이곳 영역을 차지한 매가 휘젓고 다니자 새호리기가 그 꼴을 볼 수 없다는 듯이 매를 쫓아다니며 공격을 해댔다. 매는 도요을 사냥하고 새호리기는 매를 뒤쫓아 공격한다. 매는 사냥감을 놓고 반격을 해보지만 여의치 않다. 둘은 지쳐 각자 전주 하나씩을 차지하여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가고 큰부리까마귀와 까치는 매를 취찮게 한다.
작년엔 새호리기가 둔치도와 삼락둔치에서 한동안 활동했고, 삼락둔치에는 작년에 이어 올 4월부터 한 쌍이 살고 있다.
새호리기는 오래된 까마귀 등 다른 새 둥지를 이용하여 2~4개의 알을 낳고 28일 정도의 포란기를 거쳐 부화 후 28~32일의 육추기를 지나면 둥지를 떠난다. 이소 후에도 새끼들은 한동안 어미와 함께 활동한다. 삼락을 활공하는 녀석들은 삼락둔치 가까운 곳에서 번식한 듯 한데, 어미와 어린 녀석 열심히 작은 새들을 사냥하고, 여의치 않으니 메뚜기, 잠자리들도 사냥한다.
유럽에선 새호리기를 종다리 등 작은 새를 사냥하는 데 이용한다고 한다.
◇김시환 습지보전활동가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현)
▷국립습지센터 습지블로그 모니터링 기자 (전)
▷낙동강하구 탐조 가이드북 『낙동강 하구의 새』 공동저자
▷낙동강 하구 정기조류조사
▷도요물떼새이동표식조사
▷고니조사
▷부산연구원조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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