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환의 새 이야기] 폭풍을 몰아내는 흰죽지수리, 힘내!
김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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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1 13:05 | 최종 수정 2021.06.1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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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16일 둔치2교 갈대숲 뒤편에 있는 큰고니 녀석들을 확인 차 도로를 한참 걸어 큰고니와 큰기러기를 보았다. 흰비오리 두 마리도 무엇이 좋은지 장난을 치고 있었고, 오리들은 추운지 보이지 않았다. 차 있는 곳으로 이동하던 중 상공을 선회하는 독수리 7마리를 보았다. 크기가 작은 솔개들 위로 아주 높게 비행하고 있었다. 솔개 무리에 귀찮아하던 흰꼬리수리가 제도수문 수면을 날다 여유 있게 두발을 뻗어 숭어를 낚아 올리자 갈매기들과 흰죽지수리가 쫓기 시작한다. 먹이 쟁탈전을 하면서 시야에서 사라진다.
흰죽지수리는 익숙한 녀석이었다. 몇 년째 낙동강 하구를 찾는 녀석이다. 반가우면서 한편으론 깃털이 빠진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겨울에 낙동강 하구를 거쳐 가는 것은 늘 보았지만 몇 년째 머물고 우리 곁에 있어 고맙기도 하였다. 늘 서낙동강 주변을 돌며 먹이를 찾고 잠자리는 아마도 둔치2교와 생곡쓰레기매립장 근처 나무를 이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소형 포유류, 도마맴, 뱀, 작은 물새, 썩은 고기 등을 먹이감으로 이용한다. 솔개를 촬영하는 사람들은 닭이나 소, 돼지 내장 등을 던져놓고 기다린다. 그럴 땐 안타깝게도 항상 큰부리까마귀와 까치에 쫓겨 그 주위만 맴도는 바람에 허탕을 치기 일쑤다.
흰죽지수리는 IUCN 적색목록에 멸종위기 취약종으로 등재되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멸종위기 2급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유럽남부, 러시아남부, 중국 등지에서 번식을 하고 남쪽으로 이동한다.
흰죽지수리는 불가리아리아에서는 수세기 동안 신성한 새로 여겨져 왔다고 한다. 왜냐하면 불가리아 조상들은 그것이 폭풍 구름을 몰아내고 농작물을 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여겨 오늘날까지도 불가리아의 일부 지역에서는 흰죽지수리를 죽이거나 해치는 것이 사람들에게 심각한 재앙을 불러온다고 믿고 있다고 한다. 신성하게 여기는 것은 날개에 있는 견장과 같은 흰 점이 비행 중에 보이기 때문에 '크로스 이글' 이라 부른다고 한다.
개체수가 극감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지난 세기 1950~70년대 흰죽지수리가 먹이로 이용하는 야생동물의 감소와 소멸이 가장 큰 요인이다. 구렁이의 대량 살처분, 서식지 파괴와 변화, 집중 농업 등에 따른 결과다. 농약의 부적절한 사용, 불법 독극물 미끼, 밀렵에 의해 죽어가는 수리들도 많다고 한다.
게다가 최근 흰죽지수리에 새로운 위협이 발생했는데, 불가리아에서는 '페리얼 이글의 보존' 또는 '랩터를 구하라' 프로젝트를 통해 원인 찾기와 보호 대책에 나섰다. 어린 흰죽지수리에게 위성 추적장치를 달아 조사해본 결과 상당수의 어린 흰죽지수리가 전기 감전으로 죽는 것으로 드러났다. 위성추적장치를 단 흰죽지수리의 78%가 불가리아와 터키에서 전력망에 걸겨 감전사로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독수리와 수리들의 먹이감이 없어 사람들이 먹이를 정기적으로 주는 지역도 생겨나고 있다. 로드킬을 당한 사체를 수리들의 먹이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김시환 습지보전활동가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현)
▷국립습지센터 습지블로그 모니터링 기자 (전)
▷낙동강하구 탐조 가이드북 『낙동강 하구의 새』 공동저자
▷낙동강 하구 정기조류조사
▷도요물떼새이동표식조사
▷고니조사
▷부산연구원조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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