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환의 새 이야기] 놀이터를 뺏긴 노랑부리백로
김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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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0 07:25 | 최종 수정 2021.07.23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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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새. 어르신들은 학이라고도 부르는 새. 그 중 하나인 백로과의 노랑부리백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비밀의 새다.
아주 만나기 힘든 녀석들인데 낙동강하구엔 봄부터 가을까지 만날 수 있다. 그것도 쉽게 두 세 마리가 늘 그 자리에 노닌다. 만약 사람들이 그들에게 땅을 조금 내어준다면 사람 옆에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물이 들어오기 전 두 시간 전 새벽 신호방파제를 찾는다. 그곳에 늘 먹이를 찾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곁에 다가가도 모를 정도로 열중한다.
신호 갯벌에 물이 들어오면 말목으로 이동하여 사람들의 이런저런 모습들을 살핀다. 어느 녀석은 등으로 들어가 편히 쉬거나 도요물떼새들 사이에서 활동한다.
예전에 갯벌이 드러나면 늘 만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새벽과 비오는 날에만 가깝게 만날 수 있고, 평소에는 낚시꾼과 갯벌을 점령한 사람들로 멀리 있는 녀석들을 볼 수밖에 없다. 그들은 놀이터이자 삶의 터전인 신호갯벌, 아니 낙동강하구를 사람들에게 빼앗긴 것이다.
노랑부리백로는 세계자연연맹(IUCN) 적색목록에 취약 종으로 분류하여 보호하고 있다. 2004~2005년 조사 결과 총 2,600에서 3,400마리가 살아남아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국제생물보존기구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BirdLife International)은 기술하였다.
이전엔 우리나라 인천, 북한 서해 일부에서 번식하고 인도네시아, 필리핀 해안가를 월동지로 삼는다는 정도 외에 생태적인 부분은 비밀에 싸여 있었는데 최근 우리나라 국립생물관 연구진들에 의해 많은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쇠백로와 크기는 비슷하고 노란 장화를 신고 있는 것도 같다. 여름 번식기 쇠백로의 장식깃은 여러 가닥이다. 댕기 깃은 두 가닥이다.
부리는 노란색이며 푸른 빛이 감도는 잿빛 기부는 묘한 느낌을 준다. 어린 녀석은 부리도 발도 검다. 자라면서 차차 부리와 발이 녹색이 감도는 노란색으로 변한다. 배 장식깃은 사라지고 윗부리는 검고 아랫부리 중 기부는 어두운 노란색으로 변한다.
17~19세기까지는 노랑부리백로의 장식깃으로 만든 장식 모자가 고가에 팔렸다고 한다. 노랑부리백로는 인간의 돈벌이에 희생됐고, 그 이후에는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로 급속도로 감소하는 추세라고 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서해안 일대와 낙동강하구가 파괴되고 사람에게 빼앗겨 노랑부리백로가 설 자리가 많이 없다. 우리는 우리의 후손과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노랑부리백로와 도요물떼새들에게 놀이터와 삶의 터전인 신호갯벌과 낙동강하구를 돌려주는 게 어떨까?
◇김시환 습지보전활동가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현)
▷국립습지센터 습지블로그 모니터링 기자 (전)
▷낙동강하구 탐조 가이드북 『낙동강 하구의 새』 공동저자
▷낙동강 하구 정기조류조사
▷도요물떼새이동표식조사
▷고니조사
▷부산연구원조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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