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환의 새 이야기] 알래스카 민물도요 친구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김시환 승인 2021.01.28 11:33 | 최종 수정 2021.06.16 11:34 의견 0
신자도 김양식장 부표에 줄지어 쉬고 있는 민물도요들 [사진 = 김시환]
민물도요 군무 [사진 = 김시환]

2008년은 경남창원에서 람사협약 총회가 열린 해였다. 낙동강 하구에선 전에 보이지 않던 가락지가 발견되기 시작하였다. 8월 다리에 유색가락지가 채워져 있는 작은 도요새가 발견되었다. 대만에서 채운 하얀플래그 아래로 파랑플래그 민물도요 NJ라는 표시가 된 녀석이었다.

그 기점으로 낙동강 하구에 민물도요 가락지 행렬이 일어났다. 람사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하여 낙동강 하구를 찾은 NGO 회원들 아미산 자락에서 하구를 내려다보며 전화 통화 속에 알래스카 플래그의 소식을 전했다. 일본에서 파랑흰색플래그를 채운 M4가 2010년 11월에 관찰되고 7년간 매년 그 시기에 찾았다. 또2012년  알래스카에서 채운 녹색플래그 노랑밴드 HVU도 발견되었다. 

두 녀석은 개체식별 가능한 녀석들 중 가장 오래 낙동강 하구에 머물고 7년이라는 도래기록을 남기고 사라졌다. 늙어 자연사했는지 아니면 사고사했는지 알 수 없다. 7년이나 계속 온 녀석들이 보이지 않아 가을, 겨울, 봄 내내 찾고 찾아 다녔으나 종적을 찾지 못해 기다림과 걱정, 그리고 실망으로 이젠 체념하였다.

2008년 낙동강 하구를 찾다가 이후 자취를 감춘 민물도요 NJ. [사진 = 김시환]
2010년 11월 처음 발견된 7년간 낙동강 하구를 찾은 M4 [사진=김시환]
알래스카에서 날아온 HVU [사진=김시환]

매년 월동하는 민물도요는 3500개체 정도에서 점점 줄어 요즘 1000~1500개체 정도가 월동을 한다. 낙동강 하구 생태지표 종으로 9월부터 도래하기 시작하여 남하 개체와 본진은 10월에 섞여 있다가 11월 월동 개체가 결정된다. 유아시아 경로에선 인도네시아, 말레시아, 대만 등 지역으로 이동한다. 낙동강 하구의 민물도요 월동기는 대략 이러하다.

알다시피 도요들은 헤엄치지 못해 간조시간대 충분한 먹이활동을 해야 만조시간대에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낙동강 하구의 민물도요 생활상은 어떠할까? 매라는 천적을 피해 쉬는 장소가 달라진다. 주로 예전엔 도요등 서편에서 중간을 못 미치는 곳에 자리를 잡았지만 요즘은 도요등 전 지역으로 넓게 퍼져 형성하고 있다. 신자도 동편이 일부 떨어져 장자도에 붙어 신자도라 하기도 그런 곳에 일부는 큰 도요들과 쉰다. 신자도 서편은 더 작은 수가 세가락도요와 함께 있기도 한다.

위험에 처해지면 겨울에 형성되는 김 양식장으로 내려가 생사의 줄을 타며 춤을 춘다. 봄의 바람이 불 때면 신호갯벌 말목으로 이동하여 물이 빠지게 무섭게 갯벌로 뛰어들어 먹이활동을 한다. 요즘 신호갯벌의 말목은 녹아내려 부산신항만 근처 녹산 갯벌 말목을 이용하기도 하여 5월 말까지 머물다 번식지로 이동한다.

도요등 서편 모래사장에서 쉬고 있는 민물도요 [사진 = 김시환] 

2021년 1월 17일 평소 때 보다 멀리 있지만 민감하게 경계를 하는 민물도요들이 누구에게 쫓기 듯이 이리저리 카드섹션을 펼친다. 이날 민물도요는 1,670개체가 관찰되었지만 밴딩을 찾지 못했다. 이번 겨울은 민물도요 검정노랑플래그 1개체만 확인될 뿐 더 확인은 되지 않았다. 식별할 기호나 글이 없어 이 친구는 낙동강하구에 몇 년째 머물고 있는지 알 수 없다. 3년째 도래한 H95는 봄에 하구에 머물다 번식지로 이동했고, 소형 추적장치를 한 민물도요도 가을에 낙동강 하구를 다녀갔다.

낙동강 하구에선 민물도요가 월동하는 지표 종으로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다. 앞으로 좋아지지 못하더라도 더 나빠지지 않고 현재의 개체수라도 잘 월동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시환

◇김시환 습지보전활동가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현)
▷국립습지센터 습지블로그 모니터링 기자 (전)
▷낙동강하구 탐조 가이드북 『낙동강 하구의 새』 공동저자
▷낙동강 하구 정기조류조사
▷도요물떼새이동표식조사
▷고니조사
▷부산연구원조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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