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현이 만난 사람](12) 박중록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대저대교 대안노선, 환경도 살리고 교통·경제도 살리면서 글로벌 위상과 이미지도 높이는 최적안을 채택해야.”

조송현 승인 2021.07.22 13:18 | 최종 수정 2021.07.26 20:44 의견 0
박중록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이 동구 초량동 (사)습지와새들의친구 사무실에서 천혜의 환경을 가진 ‘백조의 호수’ 낙동강하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조송현]

코로나19 팬데믹은 기후위기에 의한 환경재앙의 예고편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제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자연환경을 개발의 대상으로만 여기던 30여 년 전부터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과 (사)습지와새들의친구 등 환경NGO로 꾸준히 자연보전활동을 해온 사람이 있다.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곳은 신이 내린 축복의 땅,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일찍이 1966년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낙동강하구다. 그 낙동강하구의 큰고니의 핵심서식지를 관통하는 대저대교 건설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바로 박중록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이다. 지난주 박 위원장이 운영위원장으로 있는 부산 동구 초량동 (사)습지와새들의친구 사무실을 찾았다.

- 요즘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어떤 것입니까?

▶대저대교 최적 대안노선 채택을 위한 노력입니다. 지난 7월 12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대저대교 최적 대안노선 채택을 위한 범시민운동본부’ 출범식을 가졌습니다. 다음달 2일 범시민운동본부 추진위원회 발족을 목표로 발기인 등 구성원을 모집 중입니다. 기존 65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외에도 부산YMCA와 부산YWCA가 동참의사를 밝혔고, 개인들도 발기인 참여의사를 밝혀오고 있습니다.

- 기존 대저대교 노선의 가장 큰 문제점을 꼽는다면 어떤 것입니까?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큰고니 핵심서식지를 파괴한다는 점입니다. 동화나 그림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백조가 바로 큰고니입니다. '백조의 호수'라는 말은 친숙한데, 정작 부산의 낙동강하구가 바로 '백조의 호수'라는 사실은 우리가 모르고 있습니다. 3000~4000마리 백조가 찾아오는 도시는 세상에 부산 말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낙동강하구가 얼마나 대단한지, 왜 1960년대라고 하는 환경도 자연도 모르던 시절에 이 땅 전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는지 그 이유를 보여주는 새 입니다. 대저대교가 기존노선대로 세워지면 그러잖아도 그 수가 줄고 있는 큰고니는 치명적 피해를 피할 수 없게 됩니다.

- 일단 최적 대안노선 채택 과정에 이르게 됐다는 것 자체가 시민행동의 큰 성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시민행동의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조작이 드러난 이후 민관의 공동조사 결과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인가요?

▶기존 환경영향평가가 거짓작성된 것이 판명된 후 제대로 된 조사를 하기 위해 작년 12월 3일 부산시와 시민행동, 환경청 3자가 공동조사 협약식을 갖고 작년 11월 부터 올 3월 말까지 매주 1~2회, 약 100회에 이르는 조사를 하였습니다. 그 결과 교량이 자꾸 세워져 강이 동강 나면 서식지 파편화로 큰고니가 서식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고, 그 결과를 반영해 기존 계획의 변경을 환경청이 공식적으로 부산시에 요청한 것입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제시한 4개의 대안노선

- 이 공동조사 결과를 인정해 환경청이 4개의 대안을 제시한 것이군요. 이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교량 건설의 문제점을 인정한 것은 진일보한 면이 있지만 공동조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2안과 3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큰 실망감을 갖고 있습니다. 공동조사를 통해 다리가 세워지면 서식지가 작게 파편화되어 큰고니가 살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고 , 평가위원들이 이를 인정하면서도 파편화를 초래하는 2, 3안을 제시하였습니다. KEI와 국립환경연구원, 국립생태원의 전문가들이 사실과 반대되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이 분들이 왜 전문가로 국가의 녹을 받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환경영향평가가 거짓작성된 것도, 교량건설 예정지가 큰고니 핵심 서식지인 것도 모두 우리가 알려주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힘들여 공동조사 결과를 내주었는데도 전혀 엉뚱한 결과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니 환경영향평가가 개발사업의 면죄부라는 비판을 받는 것입니다.

불행중다행인 것은 시민행동이 제시한 4안을 2위로 매겼다는 점입니다. 상류 쪽으로 우회하는 1안을 1위로 매겼는데, 이는 삼락과 대저 생태공원을 크게 훼손하고 교량도 훨씬 길어지는 등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낙동강을 횡단하는 교량은 결코 모자라지 않습니다. 교통량이 모자라 을숙도대교만 하더라도 해마다 수십억 원을 혈세로 보전하고 있습니다.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만 굳이 만들어야 한다면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도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4안을 택해야 합니다.

- 최종 선택은 박형준 부산시장한테 달렸는데, 박 시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시죠.

▶4년에 걸친 힘든 시민운동 과정을 거쳐 어렵게 변화의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어차피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통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주기를 당부드립니다. 4안은 환경도 살리고, 교통문제도 가장 빠르게 해결 가능하며 건설 경비도 줄일 수 있는 최적의 안입니다. 부산이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2030부산월드엑스포의 주제 중 하나가 지속가능성입니다. 대저대교 최적안을 선택한다면 지속가능발전의 세계적 모범사례로 부산의 위상과 이미지를 높임으로써 엑스포 유치에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2008람사르총회를 위한 한국NGO네트워크 발족식 기념 사진.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 안경 쓴 이가 박 위원장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 이번 대저대교 최적안 채택 건과 관련해 세계습지NGO네트워크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2008년 창원에서 열린 람사르총회를 계기로 국내습지NGO들을 중심으로 당시 한국습지NGO네트워크(KWNN)를 결성했고, KWNN이 일본람사르네트워크 등과 협력해 세계습지NGO네트워크를 발족시키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대저대교 건설과 관련해 저희들이 WWN에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으며, WWN의 여러 회원 단체들과 회원들이 낙동강하구 보전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낙동강유역환경청장과 환경부 장관, 문재인대통령 앞으로 발송하였습니다.

- 이제, 개인적인 주제로 넘어가보겠습니다. 1995년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 2000년 (사)습지와새들의친구를 창립해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활동해오고 있는데 환경보호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명여고 퇴임식을 마치고 제자들과 함께 [박중록 제공]

▶고등학교 생물교사로 근무하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시험기술을 가르치고 죽은 교과서 내용을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가장 위대한 스승이자 교실’인 자연을 만나게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교사들을 만나게 되었고, 이들과 함께 90년대 초반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환생교)을 만들어 활동을 하게 되었고, 그 활동 과정에 한국이 지닌 세계적 자연유산인 습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로 미국 일본이 억만금을 들여도 만들지 못하는 삼천리금수강산을 상징하는 자연유산입니다. 이 한국 갯벌의 대표가 바로 부산의 낙동강하구입니다. 그런 소중한 자연인데도 매립 등으로 마구 파괴되고 있었고 별로 관심갖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러면 우리라도 지켜야 한다 해서 환생교 선생님 등이 중심이 되어 2000년 '습지와새들의친구'를 창립하였습니다.

- ‘자연이 최고의 교실’이라는 말은 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충분히 납득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30년 가까지 활동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요?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낙동강하구는 개발로 인한 자연파괴의 상징과 같은 곳으로 인식되고 있었습니다. 처음 낙동강하구를 찾아간 것도 자연을 찾아서가 아니라 환경파괴 현장을 만나기 위해서 였습니다. 다시 을숙도에 쓰레기 매립장이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과 쓰레기문제의 심각함을 알기 위해 을숙도를 찾았는데, 그때 학생들이 돌아간 뒤 을숙도를 더 깊숙이 들어갔다가 지금의 을숙도 남단갯벌을 만났습니다. 정말 놀랐습니다. 광활한 갯벌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고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도요새들이 무리지어 있는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철새 주남저수지나 우포늪에 가야 만날 수 있다 생각했었습니다. 주남저수지나 우포로 철새기행을 갔었지 낙동강하구는 전혀 생각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이후 1998년인가 집에서 차를 구입하였고, 주말이면 이 차를 몰고 낙동강하구 구석구석을 누비기 시작했습니다. 들러는 곳마다 그야말로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자연다큐에서나 만나던 풍경들이 하나씩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그야말로 만나는 매 순간이 감탄이었습니다. 그 감탄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그게 낙동강하구가 지닌 힘이고 자연의 늘 그러한 모습입니다. 그 힘이 우리를 자연으로 이끄는 힘입니다.

 낙동강하구 갯벌의 가을 풍경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 ‘습지와 새들의 친구’라는 단체를 만든 계기도 낙동강하구 갯벌과 인연에서 비롯되었겠네요?

▶낙동강하구가 여전히 광활한 갯벌이 남아 있고, 대자연임을 보여주는 숱한 새들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주중에는 학교에서 근무하고 주말에는 낙동강하구 곳곳을 누비며 그런 모습을 만났는데, 90년대 후반입니다. 지금의 신호갯벌인데 갯벌에서 방파제 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멀쩡한 갯벌에 제방을 쌓고 있어 우선 막고, 지역의 환경단체에 이를 알리고 보호운동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운동영역이 달랐습니다. 그러던 중 명지대교 건설, 명지주거단지 아파트 고층화 계획 등을 알게 되었고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러면 우리라도 이를 지키자 해서 2000년 10월, 환생교 선생님들과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이 모여 한국 최초로 습지보전 시민단체 '습지와새들의친구'를 을숙도에서 창립하여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 벌써 20년이 넘었네요. 2018년부터는 운영위원장을 맡고 계시죠?

▶예, 외면하고 싶은 순간도 있습니다만 우리마저 눈감으면 그 땅이 어떻게 변한다는 것을 아니까 차마 그러질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와 기후위기가 결국 자연파괴 때문에 온 것인데 지금도 자연파괴가 일상인 세상이 까마득한 절망감을 줄 때가 많습니다만, 새들의 눈빛이 전하는 놀라운 힘, 자연의 그 경이로움이 전해주는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뉴질랜드에서 낙동강하구를 거쳐 시베리아로 이동하는 멸종위기종 큰뒷부리도요 ‘얄비’와의 추억을 들려주는 박 위원장 [사진 = 백귀란]

- 이들 단체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자연이 보여주는 모습이 늘 놀라운 순간의 연속입니다만 큰뒷부리도요 '얄비'와의 만남도 그런 순간의 하나입니다. 2008년 4월 명지주거단지 서편 제방에서 저 멀리 신호대교 아래 양식장 말뚝에 앉아 있는 큰뒷부리도요 한 마리를 봤습니다. 700~800m 정도되는 먼 거리였습니다만 눈에 어떻게 발에 찬 플래그(표식)와 가락지가 선명히 보였습니다. 흰 플래그에 노랑(Y)빨강(R)파랑(B)노랑(Y) 가락지를 끼고 있었지요. 새들의 이동을 연구하기 위해 나라마다 플래그 색이 지정되어 있는데 흰 플래그는 뉴질랜드입니다. 뉴질랜드에서 표식을 채운 새는 처음이었습니다. 이 새는 뉴질랜드에서 8000km를 논스톱으로 날아와 낙동강하구에서 약 한달을 쉬며 몸을 회복해 다시 알라스카까지 5000km를 이동하고 알라스카에서 번식을 마친 뒤 이번에는 뉴질랜드까지 논스톱 비행으로 이동을 하는 이 지구에서 가장 먼거리를 여행하는 철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는 그 새를 발가락지 YRBY 발음과 비슷한 ‘얄비’라고 불렀습니다. 얄비는 이듬해도 비슷한 시기에 다시 하구를 찾아 왔습니다. 정말 놀라왔습니다. 그 먼거리를 날아 다시 정확히 작년의 그 자리를 찾아왔다는 것이 자연의 경이로움 외에 어떤 말로도 그 반가움과 놀라움을 표현하기 힘들었습니다. 얄비는 2010, 2011년에도 어김없이 4월이면 하구에 모습을 드러내었고, 우리는 2012년 봄, 얄비 5주년 환영식을 가질 준비를 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얄비는 보이지 않았고, 가락지를 채운 뉴질랜드의 마나와투강의 제시에게 연락을 하니 작년 가을 뉴질랜드로도 오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2011년 낙동강하구에서 본 게 얄비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알라스카나 뉴질랜드로 가는 도중 태풍을 만났을 수도 있고, 알라스카에서 사냥을 당했을 수도 있습니다. 얄비 이야기는 KNN에 근무하던(현재 대기자) 진재운 감독에 의해 2012년 「위대한 비행」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 얄비처럼 반가운 손님처럼 해마다 보다가 어느 해에 보이지 않으면 정말 섭섭하겠네요. 도래하는 새가 감소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고요.

▶한 번은 대저생태공원의 잔디밭에 흰뺨검둥오리들이 앉아있는 모습을 만났습니다. 유채꽃 축제장으로 사람들이 몰려가 잔디밭이 비어있었습니다. 얼마나 평화로운 장면이었는지 모릅니다. 민들레 노랑꽃이 사방에 피어있고 그 사이로 오리들이 평화롭게 쉬고 있는... 그런데 그곳이 대저대교 예정지 지적이거든요. 대저대교가 세워지면 그런 장면은 다시는 볼 수 없는... 하구에 가면 가슴 아픈 것은 그런 일들이 늘 있습니다. 가슴 아픈 것은 코로나 위기는 물론 기후위기를 면하기 어렵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낭동강하구를 찾아오는 새들이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적색목록에 등재된 낙동강하구의 여름을 대표하는 철새인 쇠제비갈매기는 3000, 4000마리의 번식 개체군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만나기 어렵다는, 호랑이보다 그 수가 더 적다는 넓적부리도요가 2010년 이전에 한 자리서 네 마리씩을 만나곤 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1년에 1마리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내성천 조사 중 영주댐 앞에서 '내성천의친구들' 문종오(오른쪽) 대표와 함께한 박중록 위원장. 내성천의친구들은 지율스님과 그 친구들이 4개강 사업의 마지막 사업인 영주댐 건설로부터 내성천을 지키기 위해 만든 단체이다. 2013년부터 매월 1회 내성천 조류 조사를 함께 하게 있다.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 교사로서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사회생활에서도 친환경적인 생활을 실천한다고 들었는데, 소개해주십시오?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새 옷을 사지 않는 등 나름의 개인적 실천을 하기는 합니다만, 개인적 실천으로 지금의 환경문제, 코로나 문제는 해결이 안 된다는 데에 큰 절망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미래세대는 당장의 변화를 요구하는데 정작 이를 실행하는 행정부, 당장 내년에 뽑힐 대통령만 하더라도 지금 그런 걱정을 조금이라도 하는 사람은 없고, 여전히 경제 경제 소리만 들리는 게.... 아! 어떻게 희망을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게 요즘의 큰 고민 중 하나입니다.

최근 영화 ‘그레타 툰베리’에서 보듯 기후변화의 경각심을 일깨우려 애쓰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위기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인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정말 두렵습니다. 상황이 절박한데도 대선예비후보 중 기후위기에 관한 정책을 얘기하는 사람을 못 봤습니다. 개인적인 실천으로는 인류에게 성큼 다가온 환경대재앙을 결코 넘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참으로 무섭다는 말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전 세계인의 숨통을 죄고 있는 코로나19도 따지고 보면 환경재앙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일상화된 기후재앙이 그 징표입니다. 지구는 지금과 같은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제를 더는 감내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한 시점입니다. 개인적 실천을 넘어 전 국가적으로, 전 지구적 차원에서 바뀌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제는 개인의 실천을 넘어 어떻게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나아가 생각을 넘어 뭔가 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자전거 타기와 철봉 매달리기, 그리고 새 만나러 가기입니다. 자전거는 제가 학교에 근무할 때 30년 가까이 민락동 집에서 학교 출퇴근을 할 때 이용했고, 지금도 부산시청 등에 집회나 회의가 있거나 부산역 앞 습지와새들의친구 사무실을 오갈 때 탑니다. 그리고 철봉 매달리기는 몇 년 전 목 디스크 같은 증세가 왔는데 지인의 권유로 철봉 매달리기를 해보니 거짓말같이 증세가 사라져 계속하게 됐습니다. 턱걸이 개수도 제법 늘어났습니다. 탐조는 10여년간 매주 주말에 망원경을 들고 철새조사를 하면서 많이 걷는 편이죠. 그게 건강관리 비결이라면 비결인셈이죠

낙동강하구 진우도에서 생태환경을 설명하는 박중록 위원장 [습지와새들의친구

- 좌우명이 있다면 소개해주시죠.
▶특별한 좌우명은 없고 그저 새들이나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 덜 부끄러웠으면’ 하는 마음은 있습니다.

이 좌우명을 갖게 된 데 특별한 계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박 위원장은 “특별한 계기는 없다”면서 “다만 세상에 미안했고, 학생들에게 미안했다”고 했다. 교사로서 환경자원활동가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박 위원장의 이 말은 그가 얼마나 겸손한 심성의 소유자인지를 느끼게 해줬다. 2년 전 교직에서 명퇴한 박 위원장은 ‘인생 2막’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낙동강하구를 찾아 새를 보고, 대저대교 최적안 채택 건으로 환경청을 방문하고 부산시 관계자들을 설득하러 다닌다. 그것도 20년이 넘는 기간 내내 금전적 보상을 받지 않는 자원봉사활동이다. 그래서 환경활동가가 아니라 환경자원활동가다. 인터뷰를 마치고 습지와새들의친구 사무실을 나오면서 이제는 사람들이 기후변화와 자연재앙에 경각심을 갖고 박 위원장 같은 환경자원활동가들에게 미안함을 가져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1959년 부산 출생 ▶부산대명여고 교사(1988-2019)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창립회원(1995-2019) ▶(사)습지와새들의친구 창립(2000), 현 운영위원장 ▶람사르총회한국NGO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2008) ▶국가습지위원회 위원(2017-2019) ▶UNDP/GEF 국가습지보전사업 조정위원회 위원(2006-2009) ▶낙동강하구살리기시민연대 공동대표(2006) ▶현 부산시 낙동강하구관리협의회 위원 ▶현 환경부 겨울철새 동시센서스 낙동강하구 조사원 ▶현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낙동강하구 조류들에 관해 설명해주는 박중록 위원장(왼쪽). [사진 = 김영춘]

<선임기자, 백귀란 기자>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