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기를 어쩌다 무리에서 떨어져 외톨이가 된 처량한 신세를 비유해 ‘낙동강 오리알’ 이라는 말을 종종 쓴다. 여러 선거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공천을 받지 못하거나 공천을 받았지만 본선에서 낙마했을 때나 여느 조직에서 힘겨루기에서 밀려났을 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는 말을 한다. 처량한 신세와 ‘낙동강 오리알’이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기에 이런 말이 생겼을까.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낙동강 오리알’의 유래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가 있었다. 국군과 유엔군이 낙동강 방어진지를 점령하고 대치하고 있던 1950년 8월 4일. 낙동강변 낙동리에 배치된 국군 제 1사단 12연대 11중대 앞에 1개 대대 정도의 인민군이 낙동강을 건너기 위해 필사적인 도하를 시도하고 있었다. 총격전이 계속되고 있을 때 유엔 항공기에서 적 진지를 폭격해 불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이때 항공기에서 떨어지는 포탄과 국군의 사격으로 적이 쓰러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11중대장이 갑자기 큰 소리로 “야! 낙동강에 오리알 떨어진다”고 소리쳤다. 그후 ‘낙동강 오리알’은 낙동강전선에서 폭격을 받아 오합지졸 모습을 보이던 인민군을 국군용사들이 조롱하는 뜻으로 널리 사용하게 됐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국방일보』가 출처라고 한다.
즉 6·25 때 낙동강 전투에서 패한 인민군들의 처량한 신세를 오리알에 비유한 데서 비롯됐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다지 ‘필’이 와 닿지 않는다. 도대체 낙동강 오리알이 어때서?
그런데 낙동강 오리알이 낙동강의 흰뺨검둥오리의 알을 보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하는 견해도 있다. ‘습지와 새들의 친구’ 박중록 운영위원장은 “낙동강에는 많은 종류의 오리가 있으나 대부분 겨울철새인데 텃새로는 낙동강 하구에 번식하는 흰뺨검둥오리가 유일하며, 낙동강 하구는 흰뺨검둥오리가 많이 번식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박 운영위원장은 “이곳에 여름철 홍수가 지면 물가서 둥지를 틀었던 흰뺨검둥오리들의 알이 둥지를 잃고 떠내려갔을 가능성이 있다 보니 둥지나 어미에게서 떨어진 외톨이 오리알을 보며 낙동강가 사람들이 외톨인 신세를 그렇게 불렀지 않았을까 추측이 된다”고 말한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일면 수긍이 되는 면이 있다.
흰뺨검둥오리(Spot-billed Duck)는 기러기목 오리과로 강, 하구, 저수지, 호수, 해안에 서식하고, 식물 종자, 낟알, 풀줄기 등을 먹이로 한다. 크기는 약 61cm이며, 수명은 약 2~10년이다. 1950년대까지 흔한 겨울철새였으나 1960년대부터 번식을 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전국의 강 주변 초지에서 흔히 번식하는 텃새이다. 겨울철 하천, 호수에서는 청둥오리를 비롯한 다른 오리류와 혼성되어 큰 무리를 이루며, 단독 무리도 흔히 눈에 띤다. 둥지는 마른 풀잎과 풀줄기로 엮고 내부는 부드러운 깃털을 깐다. 한배에 낳는 알의 수는 10~12개이며, 알을 품는 기간은 약 26일 정도이다.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둥지를 떠나며, 어미의 보살핌을 받으며 먹이를 찾는다. 암수가 동일하여 구별하기 어렵다. 몸 전체가 암갈색이며, 일정한 갈색의 비늘무늬가 있다. 얼굴은 밝은 베이지색에 눈에는 검정색의 굵은 띠가 한 줄 있어 날 때 얼굴 전체가 희게 보인다(국립중앙과학관 텃새과학관).
그런데 낙동강 오리알에 대해 자신의 경험에 따른 새로운 해석을 내놓은 경우도 있다. 서태수 부산강서문인협회 고문이 낙동강문학연구회 카페(http://cafe.daum.net/tjxotn)에 올린 ‘반강호 문집 『강마을 이야기』-서낙동강 집오리 강서 하늘을 비상하다’라는 글에 반강호 씨의 낙동강 오리알에 대한 개인 경험담이 소개돼 있다. 교장 출신의 수필가인 반강호 씨는 『강마을 이야기』 가운데 ‘낙동강 오리알 유감’이라는 제목의 글에 낙동강 오리알의 연원이 자기 집에서 유래했다며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해놓았다는 것이다.
반 씨의 선친이 1960년대 서낙동강변에서 오리농법의 선구자였으나 오리 먹이와 오리알의 판로 문제 등으로 인하여 하는 수 없이 아침에 먹이를 준 뒤 낙동강에 풀어 놓아 먹이를 구하도록 하였는데 이들이 점점 야생으로 변해갔다는 것이다. 놓아먹인 오리들은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된 갈대숲이나 수중 풀숲 등에 마구 알을 낳았다. 강 곳곳에는 하얀 알들이 뒹굴었다. 맑은 물 밑의 하얀 오리 알을 누구나 주워서 삶아 먹곤 하면서 입에서 입으로 오리알 줍기 소문이 퍼져 나갔단다. 선친은 더 이상 오리 사육을 하기가 어려워졌고 오리는 이렇게 한두 마리씩 집오리에서 야생으로 돌아가 버렸다. 안타까운 사연이었지만 ‘낙동강 오리알’의 조어는 이런 연유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 또한 수긍이 간다. 그런데 이 경우 ‘낙동강 오리알 신세’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낙동강 오리알 줍기’라는 말로 알려졌으면 모를까.
집오리는 오리과에 속하는 새로, 가압(家鴨)이라고도 한다. 대부분의 가축화된 집오리는 야생 청둥오리를 길들인 것이다. 몸은 청둥오리에 비해 뚱뚱하고 편평한 달걀 모양에 온 몸에 솜 같은 깃털이 빽빽이 자라나 있다. 수컷은 아름답고 목에 흰 띠를 두르고 큰 소리로 운다.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발달해서 물속에 잘 들어간다. 곡물·어패·수초 등을 먹고 산다(위키백과).
필자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라는 말의 뜻으로 보면 박중록 위원장의 말이 더 와 닿는다. 대신 이제는 ‘낙동강 오리알’의 의미를 새롭게 부여해 보면 어떨까. 흰뺨검둥오리는 암수를 구별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유는 암수의 깃털이나 색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색 차이 없다는 것은 짝짓기 때 이성에 구애하는데 그리 힘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흰뺨검둥오리는 한번 짝을 맺으면 한평생을 간다.
흰뺨검둥오리는 청둥오리, 혹부리오리, 홍머리오리, 청머리오리 등이 겨울을 나고 떠나갈 때 홀로 남아 낙동강을 지키는 ‘토박이새’이다. 이런 점에서 ‘낙동강 오리알’이란 말은 더 이상 ‘외토리신세’가 아니라 ‘낙동강을 지키는 자랑스런 하구지킴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낙동강 사람들만이라도 ‘낙동강 지킴이’ 낙동강 오리알을 다시 보았으면 한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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