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시대9-시정칼럼] 출범 30년을 맞는 기초 의회들도 진영논리로 대립, 정당공천 없애자

시민시대 승인 2021.09.13 14:13 | 최종 수정 2021.09.14 12:18 의견 0

여야 동수로 사사건건 대립하는 구의회

지방의회 출범 30주년을 맞는 지난 7월 1일 해운대구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최모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좌동에 계획된 청소년문화시설의 조속 건립을 촉구했다. 이날 촉구는 집행부에 하는 것이 아니라 건립을 반대하는 국민의힘당에 호소하는 내용이다. 오래 전부터 청소년문화시설 부지로 도시계획이 결정되고 예산도 확보되었는데 국민의힘당에서 불필요한 낭비라며 예산 투입을 반대하는 바람에 시설건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구청장 공약으로 제의한 ‘해운대구 시설관리공단 설립’은 구의회에서 4번째 퇴짜를 맞았다. 여당 소속 구청장은 해수욕장, 공원 등 시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공단 설립 용역을 추진해 오고 있지만, 여야 동수인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구청은 2018년부터 본예산과 추경 예산안에 해당 용역비를 4차례나 편성했다. 하지만 예산을 심의하는 구의회에서 번번이 제동이 걸렸다. 구의회 야당 의원들이 예산 낭비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데, 여야 의원이 9명씩 동수여서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장군을 비롯해 서울과 인천 등의 기초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시설관리공단을 운영하고 있다며 용역이라도 시작할 수 있도록 구의회에 반복적으로 요청해왔다.

해운대구가 2년 동안 시행한 구민안전보험 예산이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3년째부터는 중단할 수밖에 없다. 그 외에도 장산 정상 개방에 따른 예산 투입을 둘러싼 찬반 시비 등 많은 안건을 두고 의회 내에서 여야로 나뉘어 대립한다고 한다.

석면이 검출된 남구의 한 어린이집의 석면 철거 공사가 추경예산 미확보로 무기한 연기됐다고 지난 7월 30일 밝혔다. 기초의회 의원들의 당파 싸움에 추경 예산이 불발되면서 아이들의 건강이 우려되고 있다.

부산 남구는 당초 올해 2차 추경안에 반영된 예산(4000만 원)으로 7월 26일부터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7월 21일 열린 남구의회 본회의가 산회된 뒤 23일과 27일에도 잇따라 개최가 무산되면서 결국 2차 추경안은 본회의 표결조차 진행되지 못한 채 불발됐다. 당시 남구의회는 남구시설공단 설립 예산을 두고 여야 의원 간 팽팽히 맞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불참하면서 정족수 미달로 산회됐다.

이 어린이집은 지난 3월 석면 면적 조사를 벌여 보육실과 복도 등 231.35㎡ 규모의 천장에 석면이 덮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남구는 공사 기간 동안 원아들을 인근 아파트 유휴 보육 시설과 게스트하우스로 전원시킨다는 계획까지 세워놓았다. 옮겨 갈 아파트 쪽과 월 220만 원에 한 달 임차 계약을 맺고 지난 12일부터는 영아반 원우를 우선 전원 조치했다.

남은 원우들은 공사가 시작되면 옮겨갈 계획이었으나 이번에 추경이 무산되면서 다음 의회 회기에서 추경안이 통과될 때까지 현 어린이집에 남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계획 차질로 임차 계약을 연장해야 하면서 쓰지 않아도 될 구비까지 추가로 투입됐다.

해운대구와 남구의 사례를 들었지만, 그 외 대부분 구군의회도 당파 간의 정쟁 때문에 지방정치가 난맥을 보인다는 소리가 높다. 그리고 전국의 사정을 보면 소속이 다른 지역 국회의원들의 불협화음이 소속 구의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앙의 정쟁이 기초의회까지 미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리고 전후반기 회기를 시작하기 전, 원 구성을 둘러싼 기초의회의 파행 소식도 전국적인 현상이다. 그 유형도 대동소이하다. 결국 양대 거대정당 의원들 사이의 힘겨루기 때문에, 좀 더 거칠게 말해 이전투구, 진흙탕싸움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생활정치에 구의원의 정당 공천제가 필요한가

어떤 안건이라도 장단점과 찬반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진영논리에 따라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를 주장하면서 끝없는 정쟁을 계속하는 중앙정치의 나쁜 폐습을 따라하고 있다. 차라리 과거처럼 구의원의 정당 공천제를 없애는 것이 효율적이고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김영춘 선임기자
김영춘 선임기자

1990년대 말 동래구와 수영구에 근무하면서 구의회를 상대했던 필자의 개인적 기억에 의하면,의회 출범 초창기로 구의원 자질론, 구의회 무용론이 일었지만, 적어도 당파끼리 정쟁을 하는 모습은 없었다.

해운대구의회는 전국 처음으로 원내대표제를 도입했다. 지난 3월 '해운대구의회 교섭단체 구성 및 운영 조례안'을 가결하고 5월부터 시행 중이다. 양당 의원이 9대 9로 동석인 상황에서 여야가 충돌되는 안건은 원내대표를 통한 사전 협의와 조정을 거쳐 여야 간 갈등을 최소화한다고 한다. 하지만 18명의 의원들이 토론하며 서로 양보하고 협조할 수 있는 사항을 원내대표 중심으로 갈등을 만들고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구민의 복리증진과 관련된 생활정치를 논의하는 구의회도 진영논리에 좌우되어 사사건건 대립하는 모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과거처럼 구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와 원내대표제를 폐지하면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영춘, 선임기자, 시민시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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