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당 달리 '사기열전' 강독 - (2) 소진·장의 열전
강독 교재 : 사마천의 『사기열전』(서해클래식)
참석자 : 김도훈 김시형 김영주 이영희 박선정 장예주 정미리 진희권 최영춘 최중석 이희자 예동근 원동욱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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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1 18:23 | 최종 수정 2021.06.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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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 혼돈 속에서의 정치가 소진(蘇奏)과 장의(張儀)에 대한 이야기다.
소진은 동주 낙양사람이고 제나라 귀곡선생의 제자다. 강태공(姜太公)이 지은 것으로 전해지는 병서 『음부陰符』를 공부하고 전국시대 초강자로 떠오른 진나라에 맞서는 계책을 내세워 중원 여섯 나라(제·조·초·연·한·위)를 돌며 당대의 군주들을 설득했다. 남북으로 걸친 진나라 대항 여섯나라의 종적 연합을 합종책이라 한다.
소진은 조나라, 한나라, 위나라, 제나라, 초나라, 연나라를 차례로 돌며 군주들을 만나 유세했다. 소진의 유세는 각 나라가 처한 지리적, 객관적 상황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분석하고 합종책合縱策만이 유일하게 진나라에 맞서 나라를 지킬 방도임을 설득했다.
소진이 합종을 머뭇거리는 연나라 왕에게 꿈 깨라며 인용한 세 인물에 대한 평가는 소진의 현실인식의 진면목을 보여 준다.
'증삼(曾参)과 같은 효자는 이름은 드높을지 모르나 부모를 떠나 하룻밤도 머물지 못할진대 어찌 그가 천리 먼곳 연나라까지 와서 왕을 섬기겠습니까? 청렴하기로 이름난 백이(伯夷)도 수양산 밑에서 굶어 죽어 버렸는데 어찌 성을 지키겠습니까? 여인과의 만남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밀물이 들어오는 다리 밑에서 기둥을 부둥켜 안고 죽은 미생(尾生), 성실하다 할지라도 어찌 강한 병사를 물리칠 수 있겠습니까?'
소진은 진나라 중심의 패권적 질서를 거부하고 연합과 연대에 기초한 자력갱생을 도모한 ‘비동맹 연합 외교’의 선구자였을 것이다.
장의는 위나라 사람으로 소진과 함께 귀곡선생 문하생이다. 둘은 평생의 라이벌이었고 실제로 라이벌 의식도 강했다. 소진이 합종책으로 혼란한 전국시대를 돌파하고자 했을 때 장의가 진나라 패권질서를 구축하는 연횡책連衡策으로 맞서는 것은 당연한 귀결인 셈이다.
소진의 합종책이 연합과 연대에 기반한 자력갱생이라면 장의의 연횡책은 이간과 협박에 기반한 패권에 굴종하는 것이다.
장의의 연횡책은 단순 무식하다. 먼저 약소국끼리의 이간을 획책한다.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진나라가 침략할 것이라 협박한다.
제·초·조·연·한·위 여섯나라는 합종과 연횡을 거듬하며 생존을 이어갔지만 적자생존의 냉혹한 원리가 지배하는 중원에서 점차 진나라에 차례 차례 병합되어 갔다.
역사에는 자비가 없음이 새삼 슬프다.
<정리 = 최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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