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당 달리' 개소식 및 ‘그래 나는 소중하니깐-한 시골 소녀의 성장기’ 북 콘서트
부산 중구 영주동 산복도로에 인문학당이 하나 생겼다. 동아아파트 맞은 편 버스정류장 뒤편 영주로 68 2층(실제로는 3층이나 도로 쪽에서는 2층이다) 슬래브 집에 최근 ‘인문학당 달리’라는 간판이 내걸렸다. 지난 1월 19일 오후 5시 이곳에는 50여 명의 하객들이 모인 가운데 ‘인문학당 달리’ 개소식 겸 북 콘서트가 열렸다.
‘인문학당 달리는 달리 보고/ 달리 느끼며/ 달리 생각하고/ 달리 연구하며/ 달리 나누고자/ 하늘의 달을 딸 수는 없어도/ 지식과 지혜라는 물을 담아/ 항아리 속에 품을 수는 있을 터/ 달을 품은 물 항아리 달리는/ 그렇게 달빛이 녹아 든 물을/ 이웃과 지역과 사람들과 나누려 합니다.’
현관 입구 탁자에 놓인 ‘인문학당 달리’ 안내 팸플릿 첫 장에 씌어 있는 글귀와 함께 고개를 드니 유리창 밖으로 확 트인 부산항, 산복도로 아랫마을과 북항대교가 한눈에 쏙 들어온다.
개소식 사회는 유동철 부산복지개발원장(동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이 맡았다. 인문학당 달리 대표는 이행봉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소장은 박선정 부산가톨릭대 인문교양학부 외래교수(영문학 박사)이다.
박 소장은 인사말에서 “인문학당 달리를 열게 된 첫 번째 동기는 특히 문·사·철과 같은 비 인기 학문의 맥을 잇자는 데 있어요. 강사법 시행으로 제 자신도 이제는 학교에서 물러나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학문후속세대의 맥을 계속 이어가야 할 필요성이 커졌어요. 게다가 영주동은 제 어머니가 예전에 사셨던 마을이기도 하기에, 제가 요가강사 자격증도 있어 이 지역에 조그만 어르신들의 배움 사랑방도 운영하고 싶은 마음에 이곳의 낡은 집을 매입해 인문학당을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행봉 부산대 교수는 대표로서 덕담을 겸해 “물질만능의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잊혀져 가는 인간 본연의 모습과 삶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인문학이 우리 삶의 토대가 되며 우리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진정한 실용학문임을 보여주겠다고 시작한 ‘인문학당 달리’의 ‘바지사장’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달리’는 ‘달을 품은 물 항아리’를 줄인 말로 ‘지역의 작은 달빛’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강의실로 쓰인 너른 방 한 구석에는 40년 묵은 자개장롱이 놓여 있었다. 이전 주인 할머니가 버리려던 것을 얻어다가 인테리어 장식장으로 활용한 것이다. 김미경 도예가의 항아리 작품, 이창우 화백의 캘리그래피 등 지인들이 만들어 기증한 작품들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달리’는 접근성이 다소 불편한 산마루 동네에 있지만 아랫마을의 시각이 아니라 윗마을의 시각을 가지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교육, 문화, 정보 여건이 상대적으로 불편한 윗동네에서 인문학을 통해 이웃과 함께 우리 삶을 조금이나마 더 환하게 밝혀보고자 한다.
박선정 소장은 “우선 3월부터는 동서고금의 철학사 연구모임을 갖고, 이와 함께 지역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뇌건강에어로빅, 어린이 독서교육을 구상 중”이라면서 “인문학과 마을만들기를 함께 고민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문학당 달리의 운영위원으로는 주유신 영산대 교수, 원동욱 동아대 교수, 이기녕 동의대 교수, 김종기 부산민주공원 관장, 차재근 창작예술학교 대표 등 부산지역 대학 교수, 시민운동가, 예술가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1부 개소식을 마치고 마련된 음식으로 참석자들은 요기를 했다. 예쁜 떡과 신선한 과일 음료가 마련됐는데 다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다며 연신 휴대폰으로 사진 찍기에 바빴다.
2부는 박선정 소장의 북 콘서트 ‘그래 나는 소중하니깐-한 시골 소녀의 성장기’(도서출판3)가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말에 출판된 이 책의 머릿말에는 이렇게 씌어있다.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고 시골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자랐다. 잠시나마 입양도 보내졌지만 다행히 다시 집으로 보내졌다. 가난하지만 나름 즐겁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던 시골에서의 초등 시절을 보내고, 이후 차가운 성격의 새 어머니와 폭력적인 아버지와 함께 도시에서의 힘든 10대를 보냈다. 원했던 대학에 실패한 후 간호대학에 입학했고 잠시 간호사 생활도 하면서 다시 주경야독으로 원하던 영문학 공부를 병행하였다. 지금은 영문학 박사로서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일반인들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4남매의 엄마로서, 힘들어 하는 요즘의 청소년들을 위해서 우리 시대의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더불어 힘과 용기를 주고자 이 에세이를 썼다.’
이날 북 콘서트는 저자인 인문학당 달리 박선정 소장과 함께 이 책을 편집 발간한 정혜욱 도서출판3 편집장(영문학 박사)이 사회를 보고 유동철 부산복지개발원장, 구경민 부산시의원(기장2), 주유신 영산대 게임영상콘텐츠학과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다음은 이날 북 콘서트 행사 지상중계.
정혜욱=이 책은 자전적 소설이지만 ‘시화’라는 필명으로 씌어졌는데 이는 ‘시련 속에 피는 꽃’이라는 뜻으로 작가의 지인이 지어준 이름이랍니다. 먼저 사회자이자 출판사 편집장으로 우선 이 책의 출판동기를 저자에게 여쭤봅니다.
저자=작년 1월 암 정밀검사를 받으면서, 죽음이라는 게 그리 먼 곳에만 있는 게 아니구나 하고 느끼면서, 문득 어린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해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약 한 달 간 살아온 이야기들을 통해 누군가에게 힘이 되도록 하려고 글을 썼는데, 정밀검사 후 오진으로 판정되면서 책 출판을 중지했지요. 그러다 학술서적을 주로 내는 ‘도서출판3’ 편집장께 우연찮게 이런 원고가 있다고 보인 것이 '패착'이 되어 출판 권유를 받았구요. 그래서 용기를 내서 원고를 넘겼는데 책이 나온 게 지난해 11월 30일이에요. 절 낳아주신 어머니 기일이었죠. 어머니는 절 낳으시고 6개월 뒤에 돌아가셨어요. 이 책의 궁극적인 출판 목적은 나름의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과 그렇게 자라온 어른들에게 작으나마 힘이 되는 데 있어요. 오늘 이 자리에 제가 멘토링을 했던 학생 대여섯 명이 와있는데 ‘슈가(Sugar)’라는 이름의 멘티들이에요. 팝송 ‘슈가’와 같이 우리사회에 누군가에게는 설탕 같은 존재가 되겠다며 만들어진 모임인데 이 친구들에게 제 책을 전해줬더니 많은 위로와 격려를 느끼더라고요. 그래서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기증도 하고 있어요. 어느 수녀님께서는 주변에 위로가 필요한 분들께 나눠주고 싶다 하셔서 제가 100권을 기증하기도 했어요.
정혜욱=책을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데 1인출판사이고, 더욱이 학술서 위주의 출판사이다보니 책이 예쁘게 나오진 않아 저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아요. 그래도 디자인에 개의치 않으신 저자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유동철=박 교수님을 모임에서 알게 된 지 꽤 오래되는데 이 책을 보고나서 많은 걸 알게 됐어요.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가 너무 빠져든 나머지 내릴 곳을 지나치기도 했어요. 어려운 사람이 갖고 있는 삶의 냉정함도 있지만 한편 성장하는 삶의 모습이 잘 드러나 눈물이 났어요.
구경민=저는 책을 읽고 나서 저자에게 장문의 카톡을 보냈어요. 책이 아니라 나에게 보낸 편지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답장을 쓰듯이 보냈고, 읽고 나서 한동안 울었지요. 제가 1980년생인데 지금은 시의원이지만 간호사 3년을 한 점도 저자와 닮았어요. 저도 가정생활이 편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아는 사람들에게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해 전해주고 있죠.
정혜욱=흔히 역경을 딛고 이겨낸 성공신화에서는 으레 역경이 성공의 발판이 됐다고 하죠. 그런데 그런 성공담을 읽으면서 내가 초라해지는 걸 느꼈어요.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 ‘비커밍(Becoming)’을 보면서 나는 왜 새벽 5시에 일어나지도 못하는지 자책감이 드는 거예요. 박 교수님 책을 읽으면서는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역경을 딛고 성공한 이야기가 아니라 역경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평화, 삶의 숨결을 전해준다는 게 다른 책들과 달랐어요.
주유신=저는 추천사를 썼다는 이유로 여기 앉아 있는데 추천사를 쓰기 위해 원고를 읽으면서 오래지만 제가 2000년대 초반에 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일할 때 생각이 나더라구요. 아시아여성단편영화제 상영작 20개를 고르는 작업을 하면서 모두가 제 얘기 같아 충격을 받았거든요. 더욱이 다른 여성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는데 나는 왜 시도도 안 했는지. 실은 아직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점에 박 교수님은 참 용감하구나, 세상에 드러낸 용기, 사람에 대한 느낌, 헤겔이 말한 ‘문체가 그 사람’이란 게 와 닿아요. 박 교수님을 처음 만났을 때는 ‘의문의 여인’이었어요. 모든 사람에게 잘 해주기에 무슨 의도나 목적이 있는가 의심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모든 상황 모든 인간관계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임을 알게 됐고,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정말 드물게 좋은 사람임을 알게 됐어요.
정혜욱=우리사회는 관음증, 훔쳐보기는 쉬워도 자기를 드러내놓고 살긴 어려운데 말이죠. 이 책은 ‘취약성의 공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읽는 이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럼 질문을 좀 받아볼까요?
이행봉=책 나오기 전에 박 선생이 옛날 자기가 살던 영남알프스 쪽 밝을산 집에 우리들을 초대해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 얘기를 했어요. 그리고는 미국에 있던 오빠가 지난해 오셨을 때 몇몇 교수들이 함께 자리를 한 적이 있어요. 오빠는 아홉 살 때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그때 박샘은 한 두 살 때였단 말씀이지요.
저자=요즘 우리아이들은 우리시대의 삶을 잘 몰라요. 저는 하나의 예시로 저의 삶을 소개한 것 뿐이에요. 그래서 책 표지엔 제 이름을 안 썼지요. 우리 시대를 살았던 불특정 누군가의 이야기로 읽어달라는 의미에서요. 제 전공이 소설비평인데 이 책은 마치 제 삶을 텍스트로 삼고 그 삶을 소설 비평하듯이 비평해본 거예요. 그리고 결론은 “과거는 과거다. 늘 사람이 힘이다”이구요. 돈이 힘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그래도 이런 연구소를 차릴 수 있을 정도로 돈이 생긴 게 다행이긴 하지만요. 멋지게 차려놓으면 뭐해요. 사람이 오지 않으면. 그러니 결국에는 늘 사람이 힘인 거지요.
정인철(대학생)=작년 3월에 멘토이신 교수님을 만났는데 면접하실 때 기품 있어 보이셨어요. 활동하면서 어릴 적 이야기를 가끔 해주시며 “나를 통해 힐링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정말 힐링이 되더라고요. 저도 어릴 때 트라우마 있었는데 힘을 얻고 이제는 새롭게 살아 갈 수 있게 됐습니다.
저자=책에 씌어 있는 이야기인데요. 대학입시가 끝나고 같이 죽으려 했던 친구가 오늘 원래는 오기로 했는데 다른 급한 일이 생겨 못 왔어요. 그땐 진짜 광안리바다에 빠져 죽으려 했어요. 그런데 책을 쓰면서 청소년에게 자살을 유도해선 안 되겠다 싶어 표현을 많이 완화시켰죠. 하지만 어른들이 청소년들한테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합니다. 성적, 대학, 그런 것들이 젊은이들에게는 생명과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어떤 것으로 인식하도록 세뇌시켜 버린 세상이라는 거죠. 어쨌든 친구와 나는 살아서 다행이지만요.
제가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일을 할 때를 질문하셨죠. 한마디로 재미있었어요. 3년간의 임상을 메리놀병원에서 한 걸 소중하게 생각하는데요. 할머니와 살았던 기억이 늘 있어 특히 할머니 환자들과 잘 지냈어요. 특히, 환자 할머니들이 변을 못 보면 배변제, 관장 처방을 받는데, 그것도 안 되면 손가락을 써서 변을 꺼내야 해요. 그러고 나면 할매들이 부끄러움 미안함 평화로움의 만감이 교차하면서 저한테 ‘고맙데이~’ 라고 하는 말에 행복을 느꼈어요.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요? 저희 할머니와 단 둘이 살았던 1년이에요. 행복한 사람들과 함께 할 땐 돈이 문제가 안 된다는 걸 그때 깨달은 듯해요. 우리는 참 가난했지만 참 행복했거든요. 할머니는 상도 안 차리고 그냥 밥에 김치를 얹어 주곤 하셨지요. 사랑하는 사람과 살면 돈 없어도 살겠다고 생각을 했죠. 아, 그리고 진짜 행복했을 때는 제가 첫째를 낳아 내품에 안았을 때에요. 저기 큰 아들이 뒤에 와 있죠(웃음).
정혜욱=주디스 버틀러의 ‘위태로운 삶’에서 삶과 죽음 사이에 서바이벌(생존)을 넣지요. 놀이가 아닌 생존, 라이프를 위해. 섬에 끌려가도 마늘을 까면서도 생존이냐 삶이냐를 고민하되 ‘살 만한 삶(livable life)’으로 만드는 이 형용사가 중요해요. ‘살 만한’이라는 형용사가 주는 의미가 큰 것 같아요.
김숙남(부산가톨릭대 간호학과 교수, 부산호스피스센터장)=박샘은 제 6년 후배이죠. 전 삶과 죽음을 전공했어요. 대학에서 주로 죽음을 가르치는데 박샘은 간호학이 아닌 영문학을 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시각으로 살아온 후배가 자랑스럽습니다. 박 선생은 늘 아웃(out)을 하며 살았는데, 나는 늘 억제하고 살았어요. 공허한 게 많아요. 나도 많이 ‘아웃’하고 살아야겠다 싶습니다.
저자=존 포엘 신부의 에세이집인 ‘왜 나를 말하기를 두려워하는가’를 보면 우리는 자기의 부끄러운 이야기를 말 하기 싫어하고 남의 얘기를 잘 안 듣는 경향이 있어요. 재작년인가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만난 한 작품이 생각납니다. 세 벽면에 있는 수십 만 개의 작은 동영상들에서 모두 자기 이야기만, 그것도 스토리 없는 공허한 이야기들만 떠들고 있었어요. 그러니 섞여서 하나도 제대로 안 들리고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지요. 이처럼 현시대를 사는 우리는 각자 공허한 이야기들만 떠들 뿐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도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드러내지도 않지요. 그래서 다들 외로운 거구요. 하기 싫은 얘기는 하지 않고 듣기 싫은 얘기는 듣지 않으니 모두가 외롭고 공허한 거지요.
정혜욱=그런 점에서 소설가 돈 드릴로가 하는 말처럼 박샘의 책은 예시, 즉 총대 맨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진솔한 얘기가 곧 힐링이 되는 것이지요.
김소영(부산호스피스센터 간사)=난 선배를 볼 때 아직은 역경 속에 있다고 봐요. 왜 저렇게 사시나. 너무 정신없이 바쁘게 사시는 것 같아요. 예전에 집에 초대를 받아간 적이 있는데 어떻게 저 지경을 해놓고 사람을 초대하나 싶었어요(웃음). 앞으로 이 책 말고도 더 진전된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후속편을 내놓으시길 바래요.
저자=당분간 후속편은 없어요. 제 생명이 적어도 몇달 남았으면 모르지만. 네 아이의 엄마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어요. 부부간의 문제가 있어도 아이가 있으면 달라지지요. 예전엔 라면을 끓여먹어도 행복하겠다 생각했는데 그런 마음 빼고는 다 가진 지금의 남편과 결혼해 자식 넷 낳고 살고 있어요. 게임 끝이죠. 지금 얘기는 출판 위험이 커요. 나중에 유고집이라면 모를까(웃음).
정혜욱=‘그래 나는 소중하니깐’을 보면 모든 사랑의 출발은 자기 나르시즘이지만 자기의 존재를 밖으로 꺼내는 것 즉 외재화해 자신을 대상으로 바라보는 순간 언제나 성장한다는 거죠. 그런데 자신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기술하기 쉽지 않죠. 쉽게 흔들리는 그런 자신을 사랑해주겠다. 내가 날 사랑해야겠다. 난 소중하니깐 말이죠. 저기 아드님 와 있는데 한 마디 해주시죠.
김홍윤(저자 큰 아들)=아들 입장에서 엄마를 보면 문제가 좀 있어요. 지금 사는데 별 걱정거리는 없는데 늘 계속 뭘 해야 한다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여유로워 보이는데 굳이 뭘 해야 하나? 왜 힘든 일을 자꾸 만들어하려고 하나 싶어요(웃음).
저자=저는 태어나지 못할 수도 있었어요. 엄마는 저를 임신한 상태에서 위암 말기셨어요. 다행히 엄마의 자궁 안까지는 암이 번지지 않았던 거지요. 태어나서도 악착같이 살아봤어요. 약간 공짜로 얻은 삶, 죽을 수 있었던 삶이니 최대한 열심히 살고 본전을 뽑고 가자고 마음을 먹게 됐죠. 그런 의미에서 일을 벌인다면 많이 벌이는 거죠.
유동철=오늘 사회를 보시는 정 박사님은 편집자이시지만 연구자의 면모가 강하시네요. 앞으로 이 책 홍보 마케팅 전략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 북콘서트를 보면서, 나도 자신을 좀 더 솔직히 드러내고 좀 덜 거친 모습으로 솔직하게 또 다른 세상을 꿈꾸고 느끼는 삶을 살아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박 교수님께 다시 한 번 큰 박수 보냅니다.
2부 북콘서트가 끝나고, 3부는 원동욱 동아대 국제학부 교수가 기념공연으로 기타를 들고 나왔다. 원 교수는 서울대 노래동아리 메아리 출신이다. 이날 부른 노래는 노찾사의 ‘언제나 시작은 눈물로’.
‘언제나 시작은 눈물로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울듯이/ 그러나 우리의 첫걸음 딛을 때 웃으면서 가야하리/ 시작하는 사람들에 눈물은 미래를 바라보는 망원경/ 앞을 보라 당당히 가자 진실은 눈물로 피는 꽃이니/ 자유는 그 꽃을 향한 미소 우리는 함께 가는 길벗/ 앞을 보라 당당히 가자 진실은 눈물로 피는 꽃이니/ 자유는 그 꽃을 향한 미소/ 가자 승리 위해/ 시작하는 사람들의 눈물은 미래를 바라보는 망원경/ 앞을 보라 당당히 가자 진실은 눈물로 피는 꽃이니/ 자유는 그 꽃을 향한 미소 우리는 함께 가는 길벗/ 앞을 보라 당당히 가자 진실은 눈물로 피는 꽃이니/ 자유는 그 꽃을 향한 미소 가자 승리 위해/ 가자 승리 위해’.
‘다른 인문학’을 표방하는 ‘인문학당 달리’(051-467-2004)의 새로운 역사를 기대한다.
<경성대 교수·환경경제학자, 소셜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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