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여행 닷새째 날, 오늘은 샌프란시스코 노숙자 지원센터인 콤파스 패밀리 서비스(COMPAS FAMILY SERVICES)를 방문하고, 이곳 메니저인 케런 램(Caren Lamb)의 안내 하에 총 다섯 곳에 흩어진 시설들을 둘러보고 그곳에서 만난 담당자들과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다. 시의 예산과 개인 및 단체들의 후원금 등으로 운영하면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들에 대한 이야기들과 더불어, 그 과정에서 만난 여러 가지 긍정적인 변모들(돌봄과 교육을 통한 노숙인들의 자립과정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면서 듣고 느끼는 아주 뜻 깊은 시간이었다. 특히 임산부와 아동, 그리고 가족이 있는 노숙자들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또다시 상대적으로 더 절실한 약자를 최우선 대상으로 여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내용들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콤파스 가족 서비스(Compass Family Services): 노숙자들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로서 5개의 각기 분리된 다른 시설로 구성되어 있음.
첫 번째 시설: 콤파스 클라라 하우스(Compass Clara House).
노숙자 가족들(임신부 혹은 18세 이하의 자녀를 가진 가족) 중 시 정부 프로그램(Coordinated Entry Program)의 선택 기준에 따라서 우선권 배정. 시 정부 혜택의 대상이 된 가족들이 거치는 최초의 시설로서 6개월에서 2년간 해당 시설에 머물 수 있음. 작은 아파트 형태로서 방 한 개부터 크게는 세 개짜리 아파트로 됨. 가족들은 시 정부 혜택의 조건을 충족시킬 계획서를 작성해야 함(예를 들면, 근로 능력이 있는 가족은 구직을 위한 교육, 구직 계획서 작성). 각 가족에게는 담당자(Case Manage)가 배정됨. 지금까지 95%의 가족들이 조건을 충족시키고 영구 거주지 등으로 이동. 콤파스에서 이러한 가족들을 위한 취업과정에도 적극적인 도움을 주며, 자립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짐. 사회에서 겪은 정신적 트라우마나 가족 내에서의 폭력이나 성적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정신과(Mental Health) 전문 의료인과 클리닉을 갖추고 있음. 또한 0 - 5세까지의 유아를 위한 놀이방과 어린이집이 시설 내에 있으며, 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자격을 갖춘 교사들이 이 시설 내에서 함께 근무를 하고 있음. 총 13개 가족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갖추고 있다.
두 번째 시설: 트위터 이웃둥지(Twitter NeighborNest)
트위터(Twitter) 회사가 소유한 빌딩 내에 노숙자나 집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가족이나 어린이들이 컴퓨터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공간. 트위터가 모든 비용 제공. 콤파스는 운영자.
세 번째 시설: 콤파스 어린이 센터(Compass Children’s Center)
0 - 5살의 노숙자 가족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집(Full-day childcare). 약 70명의 노숙자 가족들의 어린이들이 혜택을 받는 중. 체육(신체활동), 예술 (Art), 음악, 과학, 자연, 읽기, 수학 등의 교육을 받고 있음. 어린이들의 신체활동, 즉 놀이터 공간 확보에 중점을 두고 이사를 다녔다 함. 현재는 일층과 옥상에 넓은 놀이시설과 공간을 소유하고 있다. 정신 심리 상담 전문가가 상주.
넷째 시설: 콤파스 가족 보금자리(Compass Family Shelter)
이전에 작은 호텔이었던 건물을 개조한 임시 거처지로서 최대 6개월까지 체류가능. 통상 방 1개 화장실 1개로 구조된 옛 호텔방을 노숙자 가족들에게 제공. 노숙자 가족이 5인 이상이면 방 2개를 배정 받을 수 도 있음. 현재 22개 노숙자 가족들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음.
다섯째 시설: 콤파스 본사. 콤파스 전체 시설에 대한 관리를 하는 곳.
노숙자들 중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족들에 대한 선정 권리는 샌프란시스코 시 정부가 가지고 있음. 혜택 대상으로 선정이 된 이후에는 콤파스와 같은 비영리 단체가 전적으로 운영. 즉, 시 정부는 거의 간섭을 하지 않음(Hands-off approach). Compass Family Services 제정의 67%는 정부 지원(시 정부, 주 정부, 연방 정부).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걸어서 이동하는 동안 다양한 질문들을 주고받았다. 그중에서도 참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기관이면서도 우리들부터가 오랫동안 집 없는 기관이었다”는 램 메니저의 답변이 참 인상적이었다. 기관 스스로가 월세를 살면서 또는 기업체의 도움으로 공간을 얻어서 살면서,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시설들의 숙소에 마련된 다양한 가구들은 모두 기부로 갖추어진 것들이다. 부모님들이 사용하시다가 떠나시면서 남겨둔 가구들을 그대로 모두 기증하기도 하고, 업체들이 사용하던 가구들을 교체하거나 불필요하여 이곳에 기증하기도 한다. 이렇게 시설에서 사용하던 가구들은 이곳 가족들이 자신들의 거주지를 얻어 나갈 때 함께 가져갈 수도 있다고 한다. 또 하나 참으로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현장 직원의 상당수가 이전에 이 시설을 이용했던 사람, 즉 본인이 노숙자였던 사람이라는 점이다. 누구보다 이곳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잘 아는 이들이 현장 직원들인 셈이다. 한때는 자신들처럼 노숙자였고 나중에는 이 시설의 도움으로 살던 사람이 이제는 자립하여 이곳의 직원으로 당당히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더 큰 희망과 가능성을 꿈꾸지 않을까.
차가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내 이곳저곳을 함께 걸어 다니면서 자세히 설명해준 콤파스 패밀리 서비스(COMPAS FAMILY SERVICES)의 케런 램 매니저에게 깊은 감사드린다.
**여행이란, 단지 어떤 풍경과 공간을 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통해 만나는 과거와 현재의 누군가, 즉 사람을 느끼고 오는 것이 아닐까.
내가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의 눈과 가슴을 통해
그와 연결된 과거와 현재의 더 많은 진실과 사람들을 느끼는 것,
나는 그것을 여행이라 여긴다.
<인문학당 '달리' 소장·영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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