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당 ‘달리‘ 인문기행 1 - '달리’ 길을 걷다 ⑤스탠퍼드대학교, 레드우드 파크, 그리고 와이너리

박선정 승인 2019.03.10 13:50 | 최종 수정 2021.06.29 15:02 의견 0
6.누가 샌프란시스코의 푸른 하늘을 보았다했던가
누가 샌프란시스코의 푸른 하늘을 보았다 했던가.

스탠퍼드대학교

스탠퍼드대학교에는 대학의 규모를 말해주듯 뮤지엄(museum)도 여러 개가 있다. 그 중 하나인 현시대미술관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추상표현주의 화가인 ‘잭슨 폴락’과 러시아 출신의 색채 추상화가인 ‘마크 로스코’를 비롯하여, 내로라하는 현시대 작가들의 작품들이 여기저기 턱하니 걸렸다.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뒤적이듯이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며 또 다른 사유에 잠긴다.

스탠퍼드대학교의 또 다른 유명 뮤지엄(Iris & Gerald Cantor Center for Visual Art)으로 일명 로댕미술관이 있다. 여기에서는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키스> 등 수많은 작품들을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장식 미술관의 현관 장식품을 만들기 위한 모티프를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거작 <지옥의 문>도 만날 수 있다.

로댕의 <지옥의 문>을 올려다보면서 ‘달리’ 대표님이 일명 '달리 스탠포드 선언'을 하신다.

“귀국하면 수많은 문학과 예술작품들의 모티프가 된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달리 읽는기다!!”

모두들 격하게 동의함에 따라, ‘달리 읽기’의 첫 번째 책, 단테의 『신곡』이 선정되었다. 단테의 『신곡』과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사랑, 그리고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의 사랑을 모른 채, 어찌 서양의 문학과 예술과 사랑을 논할 수 있겠는가.

(※ 2019.3.21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민주공원 김종기 관장과 이행봉 대표를 주독해자로 하는 ‘달리 단테 읽기’가 시작됩니다!)

로댕의 더 키스이 작품은 모티프도 단테 신곡 지옥편의 프란체스카와 파올로의 사랑이다.
로댕의 '더 키스'. 이 작품은 단테의 『신곡』 '지옥편'의 프란체스카와 파올로의 사랑이다.
10.지옥의 문. 단테를 알아야ᆢ 단테의 『신곡』 지옥편 독해에 함께 하시면 저 문에 새겨진 내용이 보입니다^^
로댕의 '지옥의 문'. 단테를 알아야... 단테의 『신곡』 '지옥편' 독해에 함께 하시면 저 문에 새겨진 내용이 보입니다.^^
스탠포드 서점
스탠퍼드대학 서점에서

레드우드 파크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이면서,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만 사는 레드우드라는 이름의 나무들이 모여 있는 레드우드 파크(암스트롱 공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동차로 두어 시간 거리인 소노마 카운티(Sonoma County)의 러시안 리버(Russian River) 근처에 있다.

100m에 육박하는 나무들로 빼곡하게 둘러싸여, 마치 원시시대의 숲 속을 걷는 듯한 기분을 자아내는 이 거대한 숲은 한 인물의 혜안이 아니었더라면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질 뻔했다. 콜로넬 암스트롱이라는 인물이 이 소중한 나무들이 모두 목재로 사라질 것을 염려하여, 이 숲 전체를 사들여서 보존하다가 이후 시에 기부함으로써 파괴를 막고 지금의 상태로 보존한 곳이다. (한국이었으면 정치에는 나갈 수 없을 듯하다. 투기꾼으로 몰릴 수 있기에.) 그가 아니었으면 공룡시대부터 살아왔던 레드우드는 목재로 또는 땔감으로 모두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덤으로 드리는 이야기: 러시안 리버 근처 세이프웨이(미국의 대표적인 소매잡화점)에 잠시 들렀다. 일행 중 흡연가인 남자 두 분이 잠시 틈을 타 건물 모퉁이 주차장 뒤쪽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흡연가들이 정말 불편하고 눈치가 보인다.) 그 순간 허름한 차림의 미국인이 다가와서 유창한 영어로 무어라 말한다.

“여기서 담배를 피우면 안 돼요. 여기는 수질 보호 구역이라서요. 더더욱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릴 생각도 하면 안 되고요. 여기서의 법을 지켜주지 않으면 우리 노숙자들이 모두 다 쫓겨나니깐 꼭 법을 지키세요.”

노숙자였던 거다. 무엇보다도 그는 우리 일행도 같은 노숙자인줄 알았던 거다. 같은 노숙자끼리 이곳의 법을 잘 지켜서 이곳에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얘기였다. 일행은 모두 감동하였다. 그 노숙자 분의 준법정신과 그의 유창한 영어실력에!!

7.옳은 판단을 했던 한 사람이 이 숲 전체의 생명을 구했다.
옳은 판단을 했던 한 사람이 이 숲 전체의 생명을 구했다.

와이너리

소노마 카운티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노마 밸리와 나파 밸리(Napa Valley)의 와이너리가 엄청 많다. 흙의 성질은 물론 기온과 강수량, 일조량에 따라서 동일한 품종의 포도도 각기 맛이 다르다고 한다. 그러니 그 포도로 만든 와인 역시 다 다른 맛과 향과 깊이를 품는가 보다. 와이너리의 본고장에 와서 어찌 와인을 멀리 할 수 있겠는가. 일행은 모두 다섯 곳의 각기 다른 와이너리를 방문하면서 와인 설명을 듣고 맛을 보면서 소노마 카운티에서 인문기행의 마지막 하루를 보냈다.

취기에 흠뻑 젖은 채 와이너리에서 생각해본다.

우리도 영주동 산동네 위, 달리 근처 어딘가에 막걸리 테이스팅하는 명소를 만들면 어떨까. 북면 막걸리, 봉하막걸리, 금정막걸리, 금정산막걸리, 복순도가 등을 직접 테이스팅하면서 제조과정과 재료의 차이 등을 함께 설명하는 것이다. 즉석 부침개와 두부김치 정도가 함께하는 ᆢ한국식 와이너리. 관광명소가 되지 않을까. 내외국인들 모두에게.

*숫자로는 짧지만 내용으로는 길었던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소노마 카운티에서의 여행 기록을 이것으로 마치고자 합니다. 글과 사진으로 함께 따라 다녀주신 분들께 작별 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8.와이너리에서 와인 테이스팅. 우리도 막걸리테이스팅을 관광상품ᆢ 어떨지. 달리에서?
와이너리에서 와인 테이스팅. 우리는 막걸리 테이스팅을 관광상품으로 만들면 어떨까, 달리에서?

<끝>

<인문학당 '달리' 소장·영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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