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당 ‘달리‘ 인문기행 1 - 달리’ 길을 걷다 ②샌프란시스코 시청

박선정 승인 2019.02.28 22:49 | 최종 수정 2021.06.29 15:01 의견 0
3. 샌프란시스코 civic center 내의 전쟁 기념관 앞 도로위에는 유엔 헌장의 서명을 기념하는 글귀들이 새겨져있다. 달리 대표와 운영위원들이 일일히 독해하며 그 내용을 음미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빅센터 전쟁기념관 앞 광장에는 유엔헌장의 서명을 기념하는 글귀들이 새겨져 있다. 달리 대표와 운영위원들이 일일히 독해하며 그 내용을 음미하고 있다. 사진=박선정

샌프란시스코 나흘째 날, 우리 일행은 캘리포니아 북부 마린 카운티(Marin County) 공무원인 오빠가 미리 섭외해준 덕분에 샌프란시스코 시청사를 방문하고, 그곳 공무원과의 면담을 가졌다. 약 두 시간에 걸쳐 시 현황과 정책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질의응답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의 주요 목적 중 하나다.

시청사를 비롯한 시와 중앙 정부 청사들이 모인 시빅센터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시청 앞 큰 광장(Civic Center Plaza)을 걸어 시청을 향해 걸어가면서 어디선가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바로 바티칸의 산 피에트르 대성당 앞에서다. 아니나 다를까. 원래 지어졌던 시청사가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으로 붕괴된 후, 1915년 건축가 아서 주니어가 바티칸의 산 피에트로 대성당을 본떠 현재의 청사를 지었단다. 94m의 돔 지붕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고 한다.

웅장한 외관에 딸린 아름다운 문을 열고 시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보안검색대를 통과할 때까지만 해도 그냥 시청사였다. 싸늘한 기계장치를 통과하고 나자, 아름다운 르네상스풍의 외관만큼이나 내부도 아름다운 시청 안 곳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수많은 커플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만의 행사나 허가가 아니라 늘 있는 풍경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시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라 생소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1.1. 바티칸의 미켈란젤로의 산 피에트로대성당 외관을 본 떠 지은 샌프란시스코 시청사 외관
바티칸의 미켈란젤로의 산 피에트로대성당 외관을 본 떠 지은 샌프란시스코 시청사 외관. 사진=김재현

시청 내부의 화려한 발코니와 중앙계단에서는 하얀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신랑·신부들이 몇몇의 가족과 친구들의 축하 속에서 검사의 간단한 주례로 결혼식을 거행하거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처럼 이들은 이곳에서 간단한 식을 올리고는 함께 손을 잡고 1층에 있는 담당부서로 가서 우리식의 혼인신고를 한다. 물론 여기서가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그들만의 결혼식을 거행할 수 있지만, 굳이 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이렇게 의미 있고 아름다운 작은 결혼식을 거행할 수 있다면 가난한 커플들이나 이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연인들에게는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샌프란시스코 시청의 내부. 르네상스풍의 아름다운 실내에서는 수많은 커플들이 결혼식 및 혼인서약을 하고 있다. 시청이 실질적으로도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샌프란시스코 시청의 내부. 르네상스풍의 아름다운 실내에서는 수많은 커플들이 결혼식 및 혼인서약을 하고 있다. 시청이 실질적으로도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김재현

 

4. 시청사 내부에서 결혼식을 올리거나 서약식을 마친 커플들은 청사 일층에 마련된 부서에서 바로 혼인신고를 하고 있다.
시청사 내부에서 결혼식을 올리거나 서약식을 마친 커플들은 청사 일층에 마련된 부서에서 바로 혼인신고를 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아름다운 커플들의 행복한 미소를 뒤로 하고 중앙계단을 올라 사무실들이 빼곡히 자리 잡은 2층으로 올라갔다. 아래층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사무공간들이다. 이제야 익숙한 시청의 모습이다. 약속한 부서로 가서 소개를 하고 약속된 담당 직원을 아주 잠시 기다렸다. 회의가 조금 길어졌다면서 서둘러 들어서는 이곳 직원은 샌프란시스코 경제 및 인력계발부서장 메니쉬 고얄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는데, 눈가에 미소를 가득 담은 인도계 미국인쯤으로 보이는 멋진 남성이었다. 잠깐 동안의 소개와 환대어린 인사말에 이어서 우리는 샌프란시스코 시의 전반적인 정책 및 당면한 과제들 그리고 그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시의 노력과 계획, 특히 저소득층 및 노숙자들에 대한 대책 및 복지 등에 대한 포괄적 구체적 설명을 듣고 이에 대한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다. 긴 내용을 아주 간략하게 요약한다면 다음과 같다.

▷샌프란시스코 시의 일반 현황: 인구 약 85만 명, 연간 예산 12조 원($11 Billion)
▷ 최우선 과제 : 서민들이 살 수 있는 도시(Affordability)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시의 정책 및 주 정부와의 협력에 대한 긴 설명과 질 의 응답이 이어졌다.).
▷노숙자 문제 :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문제 중 하나. 약 7,000명으로 추정. 연간 2,500 억 원의 예산 투입($241 million).
▷시 정부 주도의 시민 교육은 없음. 즉, 시민들이 교육을 받겠다고 학교에 등록을 하면, 학자금 지원이나 시민의 소득 기준에 따라서 전액 장학금 지원을 받을 수 있음. 하지만, 시 정부가 능동적으로 시민들에게 교육을 주도하는 경우는 없음(이행봉 대표의 질문의 답변). 그러나 시 차원에서 능동적으로 지원하는 교육의 필요성 및 시의 평등한 교육지원 필요성은 절실하다고 함. 여기에서도 늘 교육이 힘이고 미래라는 말을 들음.

샌프란시스코 경제 및 인력계발부서장 미스터 메니쉬 고얄
샌프란시스코 시 정부의 시민교육에 대해 질문하는 이행봉(부산대 교수) 대표. 왼쪽은 메니쉬 고얄 샌프란시스코 시 경제&인력계발부서장. 사진=김재현

오고 갔던 긴 이야기들을 너무 간략하게 요약하였지만, 대한민국 부산에 있는 작은 개인단체(인문학당 달리)의 이름으로 찾아 온 우리를 환하게 맞이해주고 정성으로 브리핑 및 답변을 해주신 샌프란시스코 경제 및 인력계발부서장 미스터 메니쉬 고얄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소녀상 건립 문제로 한동안 일본 오사카 극우 단체들과 어려운 시간을 겪었다는 얘기를 사무실을 나서면서 겸연쩍게 꺼낸다. 2017년 샌프란시스코에 소녀상을 건립하는 문제로 일본의 오사카시는 샌프란시스코 시와의 자매결연을 끝낼 수도 있다고 위협했었다. 그럼에도 샌프란시스코 시의회는 소녀상 건립을 공식적으로 승인 처리하였다. 이를 위해 힘을 모은 한인단체들과 우리 소녀상 건립에 힘 실어준 샌프란시스코 시에 감사드린다.

시청사를 나와 일행은 광장 맞은편에 있는 전쟁기념관으로 향했다. 그곳에 위치한 헙스트 극장(Herbst Theater)은 1945년 유엔헌장이 서명된 곳으로 유명하다. 기념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이어 그곳 광장 보도블록에 새겨져 있는 유엔헌장의 구절들 하나하나를 모두 독해하고 가슴에 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인류의 궁극의 목표는 평화가 아닐까.

대표님이 유엔 헌장 서명 기념비를 읽어보고 계시는 장면입니다
이행봉 대표가 유엔헌장 서명 기념비를 꼼꼼히 읽고 있다. 사진=김재현

<인문학당 '달리' 소장·영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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