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당 ‘달리‘ 인문기행 1 - '달리’ 길을 걷다 ④특별한 갤러리 이야기
박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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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6 20:26 | 최종 수정 2021.06.2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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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서의 달리 인문기행 여섯째 날 ... 암스트롱 레드우드 공원 가는 길에 만난 특별한 갤러리
일행의 최종 목적지는 암스트롱 레드우드 공원이었다. 승용차로 소노마 카운티(Sonoma County)의 국도를 달리던 중, 이층짜리 건물 외벽에 ‘Fulton Crossing’이라는 간판과 더불어 그림 몇 점이 걸린 허름한 건물 하나가 보였다. 뭐하는 곳이냐는 질문에 새언니 대답이, 이전에는 닭 도살장이었으나 지금은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겸하는 갤러리로 탈바꿈한 곳이라 한다. 나의 격한 관심에 운전수(새언니)는 핸들을 돌려 이미 지나쳐 온 갤러리로 다시 돌아갔다.
갤러리를 들어서자 넓은 공간에는 가구와 예술품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전에 닭 도살장이었음을 짐작하게 해줄 만한 건 남아 있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공장이나 창고 같은 곳이었을 것이라고 짐작케 하기에는 충분했다. 갤러리 한쪽에는 이곳의 변천사를 잘 요약해서 보여주는 사진과 해설이 붙었는데, 그에 따르면 이곳은 1800년대부터 닭 도살장으로 사용된 곳이다. 2010년 문을 닫고 방치되었던 것을 2012년 지금의 갤러리 주인이 구입한 후 2년여에 걸친 개보수와 더불어 작가의 작품들을 전시함으로써 지역을 대표하는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한 공간이다.
1층 대부분의 공간은 전시 갤러리로서 다양한 회화 및 조각 설치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들 작품과 더불어 골동 가구들이나 소품들도 전시 판매되고 있었는데 묘하게도 작품들과 콜라보를 이루었다. 2층은 1층에 비해 작은 공간인데, 예술가들의 작업공간이면서 동시에 그 작가들의 작품들의 전시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이 갤러리가 내세우는 대표적인 매력은 신진작가들에게 작업공간을 마련해 주고 이들이 작업한 것을 전시 판매해준다는 데 있다. 작가들은 저렴한 월세를 내고 작업공간을 대여할 수 있으며, 거기서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기회를 얻는다. 이 공간에서 판매한 작품의 20퍼센트를 갤러리에 내고(한국은 대부분 50 대 50, 또는 60 대 40의 비율로 갤러리와 작가가 나눈다고 한다), 그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를 작가 자신의 수익으로 가질 수 있다. 관람은 무료이며, 관람객들에게는 작가들의 작품 창작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대부분 작업실이 열려 있고, 작가로부터 작품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공간이 주는 편안함에서인지, 우리가 있는 동안에도 관람객들의 발이 끊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곳에서 ‘작품 전시를 위한 2프로 차별화된 아이디어’도 얻어왔다. 1층 갤러리의 각 작품들 옆에는 그 작품에서 연상되는 유명한 시 구절이나 책의 한 구절이 나란히 붙었는데, 관람객에게 그 작품을 이해하는 또 다른 팁을 선사할 수 있는 듯했다. 내게 그것은 예술과 문학이 서로 손을 잡는 순간으로 다가왔다.
***길 가다 쉽게 들어갈 수 있고
거기서 한 소박한 예술가를 만날 수 있고
그와 더불어 편안히 예술을 얘기 나눌 수 있고
우리 집 벽에 예술 작품 하나 걸어놓고 싶다는
마음의 여유도 가지게 해 주는
그런 가난한 예술 공간 하나.
‘달리’의 두 번째 공간으로
영주동 산마루에다가 ‘달리 예술 공장’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린다.
<인문학당 '달리' 소장·영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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