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당 달리 '한비자' 강독 (2) - 법은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강독 교재 : 『한비자』(김원중 옮김, 휴머니스트)
참석 : 김도훈 김시형 김영주 박선정 양경석 원동욱 이영희 장예주 정미리 진희권 최중석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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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8 16:21 | 최종 수정 2021.06.2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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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저리타임은 「인문학당 달리(대표 이행봉, 소장 박선정)」의 인문학 나눔 운동에 동참하면서 독자께 인문학의 향기를 전하고자 '달리의 고전강독'을 소개합니다. 달리의 고전강독(수요강독)은 지난해 4월 22일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진행했고, 새해부터 『한비자』 강독이 진행 중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바랍니다.
법불아귀(法不阿貴).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유도편(有度篇)’에 나오는 문구다. 법치를 주장한 한비자에게 법을 고무줄처럼 적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법 없이 자기 덕으로 통치할 때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한비자가 법으로 통치할 때도 이를 규구(規矩)처럼 정확하게 적용할 것을 강조했다. 잘못을 했는데 귀족이라고 해서 봐준다면 백성은 결국 법을 무시할 것이고 그러면 군주의 권위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제(齊) 초(楚) 연(燕) 위(魏)를 예로 들면서 나라의 흥망성쇠가 법도에 따라 결정되었음을 보여줬다. 법치를 하면 군주는 여유가 생겨 모든 일을 순조롭게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필자는 이날 강독에서 최근 모 대기업 전 부회장과 지역 반도체 기업 회장이 결재를 하지 않는 점을 들어 이와 비교했다.
군불현기소욕(君不見其所欲). 군주는 자기가 원하는 바를 드러내지 않는다. 드러내면 신하들이 그것으로 아부하기 때문이다. 제 환공(桓公)이 맛을 즐기자 유명한 요리사인 역아(易牙)는 자기 맏아들을 쪄서 환공에 진상했다고 한다. 군주가 좋아하는 것을 버리고 싫어하는 것도 버려야 하는 이유이다. 군주는 허정(虛靜)하고 무위(無爲)해야 나라가 잘 다스려진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한비자가 추구하는 최고의 정치는 도가(道家)와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토론에서 한비자가 단순히 유가를 비판만 한 것이 아니라 유가를 극복하고 도가를 아우럼으로써 당시 제자백가를 아울렀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병(二柄)에서는 군주가 상벌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형에 해당하는 벌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봤다. 자기 이미지를 좋게 하려고 상만 주고 벌을 놓았다간 백성들이 군주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권위는 형(刑)이라는 자루(柄)를 들고 있는 데서 나옴을 간파한 것이다. 오늘날 검찰권을 검찰의 손에 쥐어줬을 때 우리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고 있다. 검찰권은 주권자의 손을 벗어나서는 안 됨을 회원들이 공감했다.
한비자는 양각(揚搉)편에서 군주의 술(術)에 해당하는 것을 서술했다. ‘입을 열지 말고 신하의 의견을 들어라’ ‘장딴지가 넓적다리보다 굵으면 빨리 뛰기 어렵다’ ‘위와 아래 사이에는 하루에도 백 번 싸운다’고 했다. ‘장딴지가 넓적다리보다 굵다’는 것은 군주가 권위를 잃으면 호랑이 같은 신하가 뒤를 노린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한 말이다.
팔간(八姦). 한비자가 풀이한 간사한 여덟 가지 유형의 신하이다. 이중 달리 회원들은 민맹(民萌)과 사방(四方)에 주목했다. 민맹은 신하가 국가의 곳간을 생각하지 않고 각종 복지 혜택을 막 퍼주는 것이다. 원래 이런 시혜는 군주가 해야 하는 것인데, 이를 신하가 가로채는 것을 말한다. 이런 신하 뭔가 수상하다. 회원들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벌금수배자들을 당분간 체포하지 않도록 수배를 해제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는데 언론에 이를 떠들썩하게 알렸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로 자영업자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데 재정건전성 타령을 했다. 결국 못 이기는 척 재난지원금 신속 지원에 동의했는데 마치 자기가 이런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인식되게 했다는 것이다. 팔간 같은 신하는 오늘날에도 곳곳에 있음을 확인했다.
<불기(不器) / 인문학당 달리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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