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저리타임은 「인문학당 달리(대표 이행봉, 소장 박선정)」의 인문학 나눔 운동에 동참하면서 독자께 인문학의 향기를 전하고자 '달리의 고전강독'을 소개합니다. 달리의 고전강독(수요강독)은 지난해 4월 22일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진행했고, 새해부터 『한비자』 강독이 진행 중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바랍니다.
◆ 제10편, 십과(十過: 열 가지 잘못)
십과(十過)란 군주와 관련된 열 가지 잘못을 뜻하는 것으로, 한비자는 군주가 저지르기 쉬운 열 가지 허물을 경고했다. 첫째, 작은 충성을 행하면 큰 충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으로 참된 마음을 작게 쓰는 것이다. 둘째, 작은 이익을 탐하면 큰 이익을 해칠 수 있는 것으로 작은 잇속에 매이는 것이다. 셋째, 행동이 편협하고 방자하며 제후들에게 무례하게 구는 것이다. 넷째, 정무를 돌보는 데에 힘쓰지 않고 음악만 좋아하여 곤궁한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다섯째, 탐욕스럽고 집요하게 재물을 좋아하여 이익만 밝혀 나라를 멸하게 하는 것이다. 여섯째, 무희들의 춤과 노래에 빠져 국정을 돌보지 않는 것이다. 일곱째, 간언하는 신하를 소홀히 하는 것이다. 여덟째, 허물을 짓고도 충신의 말에 듣지 않고 제멋대로 하는 독단을 저지르는 것이다. 아홉째, 안으로 자신의 능력을 헤아리지 않고 밖으로 다른 나라의 제후들에게 의지하려고 것이다. 열 번째, 나라가 작은데도 다른 나라에 예의가 없고 간언하는 신하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한비자는 십과를 통해 군주가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이러한 열 가지의 잘못을 저지르게 되면 자신뿐 아니라 나라까지도 위태하거나 망하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십과를 통해 일어나는 결과를 예를 들어 설명하는 한비자의 주장은 지금의 시대에 대비하여도 위정자에게 귀감이 되는 주장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LH 사태를 통해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물질만능과 기득권을 이용해 사익을 편취하는 형태는 고금을 막론하고 자신과 나라를 망치는 행위임을 알 수 있다.
◆ 제11편, 고분(孤憤: 홀로 분격해 하다)
고분(孤憤)은 홀로 분격해 한다는 뜻으로, 세상에 분노하고 세속을 질책한다는 의미이다. 한비자는 자신의 고국인 한(韓)이 이웃 나라인 진(秦)에게 위협을 받는데도 왕은 힘이 약하고, 중신들은 거대한 무리를 지어 왕을 압박하여, 국정농단 및 사리사욕만 추구하는 상황을 목도하였다. 이에 법술지사가 원대한 통찰력을 갖추고도 세상에 쓰이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며, 법도를 준수하는 인재가 군주의 신임을 받아 임용되면, 법령을 어기면서 자기 이익만을 추구해 나라를 좀먹는 사람들의 행동을 바로잡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법술지사는 군주의 총애를 받거나 높은 자리에 등용되는 경우가 드물며, 지위가 낮고 따르는 자도 없어 홀로 울분에 가득차 있음을 말한다. 고분은 법술지사와 권신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분석하여, 간극의 원인과 뛰어난 인재들이 배척당하고 중용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묘사한다.
고분은 한비자가 주장하는 법(法)·술(術)에 해당한다고 보인다. 비단 작금의 현실을 보아도 촛불을 통해 정권을 잡고 180석의 과반수 의석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사회의 개혁은 더디고 힘든 걸음을 딛고 있는 현실을 보면 사회 곳곳에 이러한 병폐가 은폐되어 있고, 관료와 정치인의 형태도 이러한 현 상태를 반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 제12편, 세난(說難: 설득의 어려움)
세난(說難)은 설득의 어려움을 뜻하며, 설득의 어려움과 설득에 성공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설득의 어려움은 상대방의 마음을 잘 헤아려 내가 설득하려는 것을 그에게 맞출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또한 “무릇 일이란 은밀해야 성공하고 말이 새 나가면 실패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우리 삶의 경험에서 통절히 느끼는 바이다. 자신이 누설한 것이 아니어도 대화하는 가운데 그만 숨겨진 일을 내비치는 경우가 있고 이로 인해 왜곡된 정보를 해석하거나 신뢰를 잃어버려 일이 그르치는 경우이다. 세난편은 설득의 방법론으로도 이해할 수 있으나, 입장이 서로 다르거나 권력과 권위의 차이 측 한국사회에서 갑(甲)과 을(乙)로 표현되는 관계에서 소통의 어려움과 중요함을 얘기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필자는 십과(十過), 고분(孤憤), 세난(說難)편을 통해 당시 시대상과 지금의 한국사회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에 안타까움과 허무함을 느꼈다. 또한 한비자의 깊이 있는 통찰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으며, 개인과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끊임없는 성찰과 진보가 필요함을 다시금 확인하였다.
<정리 = 인문학당 달리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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