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저리타임은 「인문학당 달리(대표 이행봉, 소장 박선정)」의 인문학 나눔 운동에 동참하면서 독자께 인문학의 향기를 전하고자 '달리의 고전강독'을 소개합니다. 달리의 고전강독(수요강독)은 지난해 4월 22일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진행했고, 새해부터 『한비자』 강독이 진행 중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바랍니다.
▶최상의 덕은 덕이 아니다.
“최상의 덕은 덕이라 하지 않는다”라는 것은 그 정신이 외부 사물에 의해 어지럽혀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정신이 외부 사물에 의해 어지럽혀지지 않으면 그 몸은 완전하게 되는데, 이것을 덕이라고 한다. 덕이란 자신에게 얻는 것이다.
무릇 덕이란 하지 않음으로써 모이고, 욕심이 없음으로써 만들어지며, 사고하지 않음으로써 평온해지고, 수단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견고해진다. 만약 그것을 하고자 하고 욕망한다면 덕은 머물 곳이 없고, 덕이 머물 곳이 없으면 완전하지 못하다. 인위적으로 덕을 구하면 덕이 없게 되고, 덕을 구하지 않으면 덕이 있게 되는 것이다.
『노자』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최상의 덕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무엇을 위하여 하는 것도 없다.”
이 장을 읽으며 청년 연구원인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못 하는 것이 없는 무위의 정치를 통해 무지무욕하며 살 수 있는 이상적인 꿈을 꿔본다.
▶인의〮예〮
도道는 축적되는 것이며, 축적되면 효과가 있게 된다. 덕德은 도의 효과이다. 효과에는 충실함이 있으며, 충실해지면 빛을 발하게 된다. 인仁은 덕의 빛이다. 빛에는 윤택함이 있으며, 윤택해지면 일이 있게 된다. 의義란 인이 드러낸 할 일을 말한다. 일이 있으면 예가 있게 되고, 예에는 꾸밈이 있게 된다. 예란 의의 꾸밈이다. 그래서 말하였다.
“도를 잃은 뒤에 덕을 잃고, 덕을 잃은 뒤에 인을 잃으며, 인을 잃은 뒤에 의를 잃고, 의를 잃은 뒤에 예를 잃게 된다.”
도덕〮인〮의〮예〮는 서로 연계되고 일체 되어 있지만 책을 보면 도를 가장 높이 두어 우위를 점하였다. 교수님께서는 도덕경이 원래 덕도경이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이 둘의 관계가 그럼 어떻게 되는 것인가? 어렵지만 참으로 궁금하다.
▶뿔이 하얀 검은 소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행하고 이치가 밝혀지기 전에 움직이는 것을 전식(前識, 앞서 인식함)이라고 한다. 전식이란 근거 없이 멋대로 추측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비자는 전식이란 도의 꾸밈이며 어리석음의 시초라고 말한다.
제19편에서도 보았듯이 거북이의 등딱지를 태워 점을 치거나 산가지를 헤아려 점괘를 뽑고 별자리의 이동을 보면서 무모한 전쟁을 일으켜 영토를 잃는 지경에 이르는 어리석은 행동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재앙은 복이 기대는 곳, 복은 화가 숨어 있는 곳
사람은 재앙을 당하면 마음이 두려워지고, 마음이 두려워지면 행동이 단정해지며, 행동이 단정해지면 재앙과 화가 없게 되고, 재앙과 화가 없으면 천수를 다하게 된다. 행동이 단정하면 생각이 무르익고, 생각이 무르익으면 사물의 이치를 얻게 되고, 사물의 이치를 얻게 되면 반드시 공을 이루게 된다. 천수를 다하면 온전하게 장수할 것이며, 반드시 공을 이루면 부유하고 귀해질 것이다.
온전하게 장수하고 부유하고 귀한 것을 ‘복福’이라고 한다. 복은 본래 재앙이 있는 곳에서 생긴다.
“재앙이란 복이 기대는 곳이다.”
이 구절을 보고 개인적으로 나만의 인생 철학이 떠올랐다. “인생은 황하(黄河)와 같다.”
예로부터 황하의 범람은 사람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비옥한 땅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리고 물이 불어나 사람들의 생계 수단인 장비들을 다 쓸어갔다고 해보자. 그러나 그들은 오히려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렇게 말한다.
“물이 불어나면 불어난 대로 살면 되지요. 모래를 채취해서 파는 대신에 고기를 잡아 팔면 되거든요.”
그렇다. 황하의 범람이 꼭 재앙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토사가 풀려 강물이 혼탁해지면 산소가 부족해지게 되고 사람들은 자연스레 물 위로 오른 물고기들을 그냥 떠 올리면 되는 것이다.
자연재해가 닥쳐도 그것이 재앙이 아니라 또 다른 기회가 되는 셈이다.
이처럼 중국어로 위기危機라는 말에는 위험이라는 뜻과 기회라는 뜻이 같이 들어있다. 황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인생이나 세상일은 고정된 것이 없고, 황하의 물길처럼 변하기 마련이며, 행운과 불행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앙이란 복이 기대는 곳이다.” 이 문장도 위와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해보면 우리 각자에게 색다를 의미를 가져다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욕심보다 큰 재앙은 없다.
“재앙 중에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큰 것은 없다.”
나는 이 구절이 마음에 든다. 이는 우리 어머니께서 나에게 자주 하시는 말씀인데 아마 한비자를 미리 읽어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익을 얻으려는 욕망이 심하면 근심하게 되고, 근심하면 질병이 생기게 된다. 질병이 생기면 지혜가 줄고, 지혜가 줄면 분별력을 잃게 되고 결국에는 재앙과 화가 이르게 된다.
욕심(欲心)에서 욕(欲)은 하고자 하는 마음, 바라는 마음을 말한다.
더 나은 삶을 위한 모든 노력과 의욕이 모두 욕심에서 생긴다. 하지만 그것이 나쁜 욕심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러한 사례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항상 많이 보아왔다.
청년 연구원인 나는 “욕심보다 큰 재앙은 없다”라는 말처럼 우리 모두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자세를 지니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정리 = 양경석 / 달리 청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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