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44) 무릇 학문을 닦는 자는 정신을 가다듬어 한 곳으로 매진(邁進)해야 하나니 …

허섭 승인 2021.02.12 14:19 | 최종 수정 2021.02.13 14:42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044 - 무릇 학문을 닦는 자는 정신을 가다듬어 한 곳으로 매진(邁進)해야 하나니 …

학문하는 사람은 정신을 가다듬어 한 곳에 집중해야 한다.

만일 덕을 닦으면서도 공적과 명예에 마음을 둔다면 
참된 경지에 이르지 못할 것이며,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읊조리는 맛이나 풍류에 흥미를 느낀다면
결코 깊은 진리는 깨닫지 못할 것이다.

  • 要(요) :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야 한다.
  • 收拾(수습) : 흩어진 것을 거두어들임. 
  • 倂歸一路(병귀일로) : 한 방향으로 집중하는 것.  倂은 ‘아우르다, 모두, 나란히’ 의 뜻.
  • 如(여) : 만약.  如 若 모두 ‘같다’ 의 뜻이나 가정법의 ‘만약(if)’ 으로도 쓰임.
  • 留意(유의) : 마음에 둠.
  • 事功(사공) : 일을 성공시킴, 곧 공을 이루어 출세하는 것.
  • 實詣(실예) : 참된 경지, 참다운 조예(造詣).  詣는 ‘학예(學藝)가 높은 경지에 오름’ 을 뜻함.
  • 吟呤(음영) : 가락(音律)을 붙여 글을 읽는 것. 시를 읊는 ‘음영(吟詠)’ 과 같은 의미이다.
  • 風雅(풍아) : 본래 『시경(詩經)』의 <국풍(國風) ․ 대아(大雅) ․ 소아(小雅)> 를 의미하나, 여기서는 시문(詩文)을 뜻함.
  • 寄興(기흥) : 흥을 일으킴.  寄는 ‘기대다, 붙이다, 맡기다’ 의 뜻.
  • 定(정) : 부사로 ‘정녕코’ 의 뜻으로 쓰임.
044 이선(청 1686~1761) 잡화(雜畵) 1, 2. 27.8+30.3 1753년 광서장족자치구박물관
이선(李鱓, 청, 1686~1761) - 잡화(雜畵) 1(오른쪽), 2.

◆출전 관련 글

▶이른바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 이란?

그 옛날 우리들의 어린시절에는 집집마다 싸구려 족자 하나쯤은 걸려 있었는데, ‘봄에 씨를 뿌리지 아니 하면 가을에 거두지 못한다’ 는 <주자십회(朱子十悔)> 나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기를 다하여라’ 하는 정철의 시조 <훈민가(訓民歌)> 등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精神一到 何事不成> 이었다.

나중에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한자 차원을 넘어 한문 문장을 배우게 되자, 짓궂게도 이젠 한문을 조금 안다고 <精神一到하더라도 何事라도 不成이라> 라고 토를 붙여 지엄하신 선생님의 훈계(訓戒)에 되먹잖게 토를 다는 반항(反抗)을 하곤 하였다. 그 당시는 박정희 유신 독재 시절이라 그 시대의 모토인 ‘하면 된다’ 에 저항하여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라고 나름 강변하면서 저항한 것이라 생각된다.

이 문장의 출전은 『주자어류(朱子語類)』로 역시 주자(朱子)의 어록(語錄)이다. 이 문장의 앞 구절에 <陽氣發處(양기발처) 金石亦透(금석역투)> 가 있으니, 그 시절 우리들의 뻗치는 에너지는 무쇠나 바위를 뚫고도 남았으리라. 흔히 어른들이 말하는 ‘차돌맹이를 삼켜도 거뜬히 소화시킬 시절’ 이 아니었던가?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