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45) 사람마다 대자비심(大慈悲心)이 있으니 소 잡는 백정과 유마거사(維摩居士)가 두 마음이 아니다

허섭 승인 2021.02.13 13:52 | 최종 수정 2021.02.14 14:24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045 - 사람마다 대자비심(大慈悲心)이 있으니 소 잡는 백정과 유마거사(維摩居士)가 두 마음이 아니다

사람마다 대자비심이 있으니 유마거사와 백정은 두 마음이 아니요.
곳곳에 나름의 참된 즐거움이 있으니 고대광실과 초가집이 다른 곳이 아니다.

다만 욕심에 가리고 정에 막히어 눈앞에 한번 실수를 저지르면 
바로 지척이 천리가 되는 것이다.

  • 維摩(유마) : 유마거사(維摩居士)라 불리는 유마힐(維摩詰).
  • 屠劊(도회) : 屠는 백정. 劊는 망나니, 죄인의 목을 치는 회자수(劊子手)
  • 茅簷(모첨) : 띠풀로 엮은 초가집.  簷은 ‘집의 처마’ 로 檐과 동자(同字)이다.
  • 眞趣味(진취미) : 참된 즐거움과 재미.  여기서 趣味를 우리말로 옮기자면 ‘보람’ 이 적당할 것이다. * 보람 : 어떤 일을 한 뒤에 얻어지는 좋은 결과나 만족감. 자랑스러움이나 자부심
  •  갖게 해 주는 일의 가치
  • 只是(지시) : 다만 ~ 이다. 
  • 當面(당면) : 목전(目前)의, 눈앞의.
  • 欲蔽情封(욕폐정봉) : 욕심과 정욕에 사로잡혀 마음이 흐려짐.  蔽는 ‘가리고 덮음’, 封은 ‘가두고 열쇠를 채움’ 의 뜻이다.
  • 錯過(착과) : 착오(錯誤)와 과실(過失), 잘못과 실수.
  • 使(사) : ~로 하여금.
  • 咫尺(지척) : 아주 가까운 거리.  咫는 원래 ‘여덟 치(寸)’ 이다.
이선(李鱓, 청, 1686~1761) - 초죽도(蕉竹圖)

◆출전 관련 글

▶유마거사(維摩居士) 이야기 -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유마경(維摩經)』은 소승불교와 대승불교의 대립구도를 십대 제자와 유마거사와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경전이다. 재가신도(在家信徒)인 유마힐(維摩詰)이 편협한 소승적 견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불제자들을 각성시켜 속히 대승적 의식에 눈뜨게 하고자 방편으로 꾀병을 앓아 불제자들에게 문병을 오게 한 뒤, 소승적인 의식을 비판하고 대승적인 보살도를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도를 설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중생이 앓으니 보살도 앓는다

유마거사가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부처님이 십대제자들과 미륵보살들에게 유마의 병문안을 가보도록 했는데, 그들은 모두 유마거사에게 이미 혼난 적이 있기에 그 소임을 맡을 수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문수보살은 “저도 유마거사의 말 상대가 못 됩니다만, 부처님의 말씀에 따라 제 몸을 돌보지 않고 문안을 가겠습니다.” 하고 대답하고서, 여러 대중들과 함께 유마거사 집으로 향한다.

문수보살은 유마거사를 만나 부처님의 걱정하시는 마음을 전하고선 병의 원인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유마거사는 이렇게 대답한다.

“내 병은 무명(無明)으로부터 애착이 일어 생겼고, 모든 중생이 앓으므로 나도 앓고 있습니다. 중생의 병이 없어지면 내 병도 없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살은 중생을 위해 생사(生死)에 들고 생사가 있으면 병이 있게 마련입니다. 중생이 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보살도 병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보살의 병은 대비심(大悲心)에서 생깁니다.”

신영복 선생의 「함께 맞는 비」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 글

▶사랑이란 ? -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다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제 한 몸조차 가릴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우리가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위로와 도움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에게 달려가 우산을 씌워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 이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同體慈悲(동체자비)’ 를 가장 큰 자비심으로 여겨 ‘동체대비(同體大悲)’ ‘무개대비(無蓋大悲)’ 라 한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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