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48) 모름지기 군자라면 어두운 곳에서나 밝은 곳에서나 한결같아야 하리 

허섭 승인 2021.02.16 19:41 | 최종 수정 2021.02.19 00:20 의견 0

048 - 모름지기 군자라면 어두운 곳에서나 밝은 곳에서나 한결같아야 하리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간에 병이 들면 눈이 보이지 않고, 콩팥에 병이 들면 귀가 들리지 않는다.
병은 남들이 볼 수 없는 곳에 생기지만, 
반드시 남들이 보는 곳에 나타나는 법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밝은 곳에서 죄를 얻지 않으려면 
모름지기 어두운 곳에서도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 受病(수병) : 병이 들다, 병이 생기다.
  • 人所不見(인소불견) /人所共見(인소공견) : 남들이 볼 수 없는 곳 / 모두가 보는 곳
  • 發(발) : 드러나다, 나타나다.
  • 欲(욕)~ 先(선)~  :  ~하려거든 먼저 ~하라.
  • 昭昭(소소) : 환하게 밝은 곳. 
  • 冥冥(명명) : 어두운 곳,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
  • * 한의학에서는 오행설(五行說)에 근거하여 폐(肺)․간(肝)․심장(心)․지라(脾)․콩팥(腎) 등의 오장(五臟)은 각 코(鼻)․눈(目)․입(口)․혀(舌)․귀(耳) 등의 다섯 가지의 감각기관인 오감(五感)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선(李鱓, 청, 1686~1761) - 냉염유향도(冷艶幽香圖) 부분(1)

◆출전 관련 글

▶『대학(大學)』과 『중용(中庸)』에 나오는  < 신독(愼獨) >

所謂誠其意者(소위성기의자) 勿自欺也(물자기야). 如惡惡臭(여오악취) 如好好色(여호호색), 此之謂自謙(차지위자겸). 故君子必愼其獨也(고군자필신기독야). 小人閒居(소인한거) 爲不善(위불선) 無所不至(무소부지). 見君子而後(견군자이후) 厭然揜其不善(염연엄기불선) 而著其善(이저기선). 人之視己(인지시기) 如見其肺肝(여견기폐간) 然則何益矣(연즉하익의). 此謂誠於中形於外(차위성어중형어외). 故君子必愼其獨也(고군자필신기독야).   - 『대학(大學)』

- 이른바 그 뜻을 성실히 한다는 것은 자기를 속이지 않는 것이니, 마치 악취를 싫어하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것과 같으니 이를 일러 (그 본성을 따르는) 자겸(自謙)이라 한다. 소인은 한가하게 있을 때면 나쁜 짓을 하여 이르지 않는 바가 없다가, 군자를 본 이후에야 슬그머니 자신의 나쁜 짓을 감추고 선한 것을 드러낸다. 남들이 자기를 보는 것이 마치 폐나 간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하니, 그런즉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를 일러 속에서 성실하면 밖으로 드러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군자는 혼자 있을 때 더욱 삼가야 하는 것이다. 

道也者(도야자) 不可須臾離也(불가수유리야) 可離非道也(가리비도야). 是故君子(시고군자) 戒愼乎其所不睹(계신호기소부도) 恐懼乎其所不聞(공구호기소불문) 莫見乎隱(막견호은) 莫顯乎微(막현호미). 故君子愼其獨也(고군자신기독야).   - 『중용(中庸)』

- 도(道)라는 것은 잠시라도 떠날 수 없는 것이니, 만일 떠날 수 있다면 그것은 도가 아니다. 따라서 군자는 그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경계하고 삼가며, 그 들리지 않는 곳에서 두려워한다. 숨은 것이 가장 잘 나타나고 아주 작은 것이 가장 잘 드러난다. 그러므로 군자는 그 홀로 있을 때 더욱 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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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白凡)이 평소 애송(愛誦)했던 서산대사(西山大師)의 시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눈 내린 밤길을 걸어갈 때에는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럽히지 마라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오늘 걷는 나의 이 발자국이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서산대사의 시로 알려진 이 한시는 최근 임연(臨淵) 이양연(李亮淵 1771~1853)의 작품으로 밝혀졌다. 한문학자 안대회 교수는 『임연당별집(臨淵堂別集)』과 1917년에 장지연이 편찬한 『대동시선(大東詩選)』등에 이 시가 순조 때 활동한 시인 이양연의 작품으로 나와 있다고 했다. 『대동시선(大東詩選)』 8권 30장에 나와 있는 이 시는 제목이 ‘穿雪(천설)’ 로 되어 있고 내용 중 ‘답(踏)’ 자가 ‘천(穿)’ 자로, ‘일(日)’ 자가  ‘조(朝)’ 자로 되어 있는 것은 글자가 다를 뿐 의미는 똑같다고 설명했다.

1985년에 북한 문예출판사에서 발간한 『한시집』 안에도 이 시가 실려 있는데, 그 책에는 제목은 야설(野雪), 지은이는 임연 이양연으로 되어 있으며, 앞에서 말한 두 글자는『대동시선』과 같은 글자를 쓰고 있다고 한다.

백범(白凡) 김구(金九 1876~1949) 선생의 「 답설(踏雪)」
'눈오는 벌판을 가로질러 걸어갈 때 발걸음을 함부로 하지 말지어다. 오늘 내가 남긴 자국은 드디어 뒷사람의 길이 드느니.'
분단 전후 백범이 가장 즐겨 썼던 서산대사의 선시(禪詩)이다. 눈보라치는 조국의 위기에 당면하여 일신의 안위나 현실 정치의 이해관계보다 후손들에게 남겨줄 역사를 강조하였다.

<愼其獨> - 백범 김구(金九) 선생의 유묵(遺墨) 

경교장(京橋莊) 백범기념관에 전시된 유물로 흉적(凶賊) 안두희의 흉탄을 맞기 직전에 휘호(揮毫)한 것이라 혈흔(血痕)이 묻어 있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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