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51) 베푼 공덕은 결코 마음에 담아두지 말며 받은 은혜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허섭 승인 2021.02.20 14:28 | 최종 수정 2021.02.21 02:34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051 - 베푼 공덕은 결코 마음에 담아두지 말며 받은 은혜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내가 남에게 베풀어 준 공덕은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나의 잘못은 마음에 새겨 두어라.

다른 사람이 나에게 베푼 은혜는 잊지 말고,
남에 대한 원망은 잊어버려라.

  • 有功於人(유공어인) : 남에게 베푼 공이 있음.有恩於我(유은어아) : 나에게 베푼 은혜가 있음.
  • 不可(불가) : ~함이 불가하다, ~해서는 안 된다.
  • 不可不(불가불) : ~하지 아니함이 불가하다, 반드시 ~해야 한다.
황신(黃愼, 청, 1687~1770) - 연당쌍금도(蓮塘雙禽圖)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 글

▶『명심보감(明心寶鑑)』 '존심편(存心篇)'에

施恩勿求報(시은물구보) 與人勿追悔(여인물추회).
은혜를 베풀었거든 보답을 구하지 말고, 남에게 주었거든 후회하지 말라.

▶어느 시주(施主)에 대한 성철 스님의 무섭고도 자애로운 가르침

  • 시주(施主) : 자비심으로 조건 없이 절이나 승려에게 물건을 베풀어 주는 일.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6․25 전쟁 이후 마산 근방 성주사라는 절에서 서너 달 머물  때입니다. 처음 가서 보니 법당 위에 큰 간판이 붙었는데 <법당 중창 시주 윤OO> 라고 굉장히 크게 쓰여 있었습니다. 누구냐고 물으니 마산에서 한약국을 경영하는 사람인데 신심이 있어 법당을 모두 중수했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언제 여기 오느냐’ 고 물으니 ‘스님이 오신 줄 알면 내일이라도 달려올 겁니다’ 했어요.

그 이튿날 과연 그분이 인사하러 왔다기에 만났지요. ‘소문 들으니 당신이 퍽 신심이 깊다고 모두 칭찬하던데…. 나도 처음 오자마자 법당 위를 보니 그 간판이 있어서 당신 신심 있는 것은 증명되었지.’ 처음에는 칭찬을 많이 하니 퍽 좋아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런데 간판 붙이는 위치가 잘못된 것 같아. 간판이란 남들이 많이 보기 위한 것인데 이 산중에 붙여 둬 봐야 몇 사람이나 와서 보겠어? 그러니 저걸 떼어서 마산역 광장에 갖다 세우자고. 내일이라도 당장 옮겨보자고’ 그랬지. 

그러니까 그 사람이 ‘아이구 스님, 정말 부끄럽습니다’ 라고 했어. ‘부끄러운 줄 알겠소? 당신이 참으로 신심에서 돈 낸 것인가? 저 간판 얻으려 돈 낸 것이지’  ‘잘못되었습니다. 제가 몰라서 그랬습니다’  ‘몰라서 그랬다고? 몰라서 그런 것이야 허물이 있나. 고치면 되지. 그러면 이왕 잘못된 것을 어찌 하려는가?’ 그랬더니 제 손으로 그 간판을 떼어 내려서 탕 탕 부수어 부엌 아궁이에 넣어버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 『자기를 바로 봅시다』 중에서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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