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49) 복(福)은 일 적은 것보다 더한 다행이 없고, 화(禍)는 마음 번다한 것보다 더한 재앙이 없다

허섭 승인 2021.02.17 18:12 | 최종 수정 2021.02.19 00:19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049 - 복(福)은 일 적은 것보다 더한 다행이 없고, 화(禍)는 마음 번다한 것보다 더한 재앙이 없다

복은 일 적은 것보다 더 큰 복이 없고, 

화는 마음 쓸 일 많은 것보다 더 큰 화가 없다. 

오직 일에 시달린 사람이라야 비로소 일 적음이 복인 줄 알고
오직 마음 편한 사람만이 비로소 번다한 마음이 화인 줄 안다.

  • 莫(막)~ 於(어)~ : ~보다 더한 ~는 없다.
    莫(막) : 없다,  ~하지 말라(勿)  
    於(어) : ~보다(비교격),  ~에(처소격),  ~에게(여격) 
  • 方(방) / 始(시) : 마침내, 비로소, 바야흐로
  • 唯(유) : 오직
이선(李鱓, 청, 1686~1761) - 오송도(五松圖)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 글

▶이백(李白 701~762)의 「산중문답(山中問答)」

問余何事棲碧山 (문여하사서벽산)  무슨 일로 산에 사냐 물어들 와도
笑而不答心自閑 (소이부답심자한)  빙그레 묵묵부답 이내 마음 한가롭네
桃花流水杳然去 (도화유수묘연거)  복사꽃 띄운 물이 아득히 흘러가니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  이야말로 별천지 인간 세상 아니라네

※ 중국 당(唐)나라 시인 이백(李白)의 작품으로, 『이태백문집(李太白文集)』에 실려 있다. 시제가 ‘산중답속인(山中答俗人)’ 으로 되어 있는 판본과 제1구가 ‘問余何意棲碧山’ 으로 되어 있는 판본이 있다. 보통 칠언절구로 분류되며, 1,2,4구의 마지막 글자, 즉 山(산)·閑(한)·間(간)이 운자(韻字)들이며, 4·3으로 끊어 읽는다. 이 시를 근체시(近體詩)의 율격과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칠언고시로 분류하기도 한다.

도교가 유행하던 중국 진(晉) 때 도연명(陶淵明)이 쓴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소재를 취했다. 속세를 벗어나 자연 속에 묻혀 한가로이 지내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는 낭만주의적 경향의 시이다.

제3, 4구는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 중 무릉(武陵)에 사는 한 어부가 도화림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별천지에 이르게 되었다는 고사(故事)를 인용하여 도원경(桃源境)을 그린 것으로서, 제1구의 물음, ‘왜 푸른 산중에 사느냐’ 는 속인의 물음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기도 하다. ‘別有天地非人間’ 이란 말이 단순히 경치가 아름다운 것만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높은 경지를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제는 세속을 벗어나 자연 속에 은둔하는 한가로움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제2구 ‘笑而不答心自閑’ 에 잘 나타나 있다. ‘笑而不答’ 과 ‘心自閑’ 은 각기 별개의 의미를 지닌 두 말이 조화를 이루어 독특한 시적 분위기를 고취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자연에 대한 동경과 낭만주의적 경향은 젊어서 도교에 심취했던 작가의 면모를 잘 드러내준다. 

▶김상용(金尙鏞 1902~1951)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이 시의 묘미는 첫 행의 선언적(宣言的) 발어(發語)와 마지막 연의 극단적(極端的) 축어(縮語)에 있다. 단순한 패러디(Parody)를 뛰어넘어 과히 ‘문학적 전통의 참다운 계승(繼承)’ 이라는 하나의 전범(典範)을 이루어낸 쾌거(快擧)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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