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50) 세상을 살아감에는 반듯함(方)과 원만함(圓)을 두루 갖추어야 하리

허섭 승인 2021.02.18 23:20 | 최종 수정 2021.02.28 15:37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050 - 세상을 살아감에는 반듯함(方)과 원만함(圓)을 두루 갖추어야 하리

치세에는 마땅히 방정(方正)하며
난세에는 마땅히 원만(圓滿)하며 
보통의 세상에서는 마땅히 이 둘을 아울러야 한다.

착한 이를 대할 때에는 마땅히 관대(寬大)하고 
악한 이를 대할 때에는 마땅히 엄격(嚴格)해야 하며 
보통사람을 대할 때에는 마땅히 이 둘을 함께 지녀야 한다.

  • 當(당) / 宜(의) : 당연히/마땅히 ~해야 한다.
  • 方(방) : 옳고 바름. 행실이 방정(方正)함.  
  • 圓(원) : 원만(圓滿)함. 
  • 淑(숙) : 아재비, 나이가 어리다, 젊다.
  • 季(계) : 끝, 막내, 말년.
  • 叔季之世(숙계지세) : 말세(末世), 평범한 세상(태평성대도 난세도 아닌 세상).
  •  * 공자(孔子)가 활동했던 노나라 삼환(三桓), 즉 맹손(孟孫) 숙손(叔孫) 계손(季孫)이 집권한 시대를 말함. 태평하지도 못했지만 전국시대처럼 어지럽지도 않았던 시대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음.
  • 庸衆之人(용중지인) : 보통의 사람들. 庸은 평용(平庸), 衆은 대중(大衆)의 뜻이다.
  • 互存(호존) : 아울러 함께 지님.
황신(黃愼, 청, 1687~1770) - 귀주도(歸舟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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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方)과 원(圓)에 대하여

方은 네모 난 모양으로 반듯함을 뜻하며, 圓은 둥근 모양으로 원만함을 뜻한다. 이를 인간관계로 확장해 보면 方은 ‘옳고 그름’ 을 분명히 하는 엄정함(嚴)에 해당할 것이고, 圓은 다른 사람의 잘못이나 실수에 대하여 관대함(寬)에 해당할 것이다. 方과 圓을 함께 갖추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대학 시절 신촌 안산 봉원사 아래 작은 암자인 용암사에서 하숙할 때, 하숙집 친구 중에 별명이 ‘인상파’ 로 불리는 친구가 있었다. 군대를 갔다 오고 대학을 졸업할 무렵 친구가 고향집으로 찾아와 함께 지리산을 오른 적이 있다. 

그 당시 나는 ‘빈항아리(空壺공호)’ 라는 자호(自號)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자기 호를 ‘흑두루미’ 로 지었다길래 ‘가마우지’ 로 하지 흑두루미가 뭐냐고 놀리면서 친구에게 ‘方圓齋(방원재)’ 라는 호를 지어 주었다. 

내가 겪은 바로 친구는 方은 충분한데 圓이 다소 부족하여 방과 원을 두루 갖추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준 것이었다. 

△엽전(葉錢)에 담긴 방(方)과 원(圓)의 정신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사물로 이 방과 원을 함께 아우르고 있는 물건이 있으니 바로 돈이다. 엽전의 모양은 원형방공(圓形方孔) - 바깥은 둥근데 안에 네모 난 구멍이 있다. 옛사람들이 엽전 모양을 方과 圓으로 만든 까닭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돈’ 의 어원을 두고 흔히 ‘돈은 돌고 도는 것’ 이어서 ‘돈’ 이라 했다하니, 그 바깥 모양을 둥글게 만든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런데 엽전의 한 가운데를 왜 네모난 구멍을 뚫게 되었을까? 돈을 줄에 끼워 ‘궤미’ 로 만들기 위해 한 가운데 구멍을 뚫었다면 굳이 네모난 구멍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네모난 구멍보다는 둥근 구멍이 훨씬 편할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 돈에는 圓과 아울러 方의 의미가 결부된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면 돈에 있어서 方의 의미는 무엇일까? 돈은 돌고 도는 것이니 누구나 한 때 그 돈의 주인이 될 수는 있다. 누구든지 그 돈의 주인이 될 수 있으나 그 돈을 사용함에 있어서는 모름지기 方의 정신이 요구된다는 것이 아닐까? 그 돈을 쓰되 반듯하게, 그 때에 맞게, 그 용처(用處)에 맞게, 바르게 써야 한다는 정신이 담겨 있는 것이다.  

* 엽전의 모양은 ‘천원지방(天圓地方) - 하늘은 둥글고 땅은 펀펀하다’ 는 고대인들의 우주관을 나타낸 것이다.  

△당구(撞球 Billiards)의 정신 - < 방(方)·원(圓)·직(直) >

대학 시절 당구를 배우지 않았던 나는 마흔을 넘어서 당구를 배웠고 이후 ‘늦바람이 곱새 벗긴다’ 는 속담이 무색할 정도로 요즘엔 간간이 당구 치는 재미로 살고 있다. 그런데 당구를 치면서 내 스스로 깨달은 바 있으니 당구의 정신은 바로 <方·圓·直> 이라는 것이다. 

당구를 치는 사람은 모름지기 <마음은 당구 큣대(cue stick)처럼 곧게 써야 하며 - 直, 행동은 언제나 당구대(billiard table)처럼 반듯해야 하며 - 方,  인간관계는 당구공처럼 둥글둥글 원만해야 - 圓> 한다는 것이다. <直方圓>이라 하면 돈 놓고 돈 먹는 내기 당구인 ‘직방’ 냄새가 나고, <方直圓>이라 하면 방직공장 직공 냄새가 나니, 그 순서는 <方圓直> 이라는 사람 이름 비슷하게 붙여 본 것이다. 

요즘 <빌리어드 TV>에서는 하나 더 보태어 ‘초크의 희생정신’까지 이야기하나, 당구의 역사에서 초크가 나온 것은 큐 끝에 가죽으로 만든 팁을 붙인 이후이니 쵸크는 큐에 딸린 하나의 부속물일 뿐이다. 초크의 희생정신까지 덧붙이면 이는 구색을 맞추기 위해 지어낸 작위적인 냄새가 너무 짙다. 그래서 당구의 정신은 나의 지론(持論)대로 그저 <方·圓·直>의 세 가지 정신으로 요약함이 좋을 것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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