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53) 어찌 홀로 모든 것을 갖출 수 있으며, 어찌 사람마다 다 도리에 맞기를 바라겠는가? 

허섭 승인 2021.02.21 17:30 | 최종 수정 2021.02.25 17:43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053 - 어찌 홀로 모든 것을 갖출 수 있으며, 어찌 사람마다 다 도리에 맞기를 바라겠는가? 

사람들의 경우를 보면 어떤 것은 갖추고 어떤 것은 갖추지 못하거늘
(어찌) 나 혼자만 다 갖추려고 할 수 있겠는가?

또 자기 마음을 보아도 도리에 맞는 것도 있고 맞지 않는 것도 있거늘
(어찌) 사람마다 다 도리에 맞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이와 같이 남과 나를 견주어 다스려 나간다면 
이 또한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편이 될 것이다.

  • 際遇(제우) : 경우, 처지. 여러 가지 사정, 나름대로의 처지. 맞닥뜨리는 시운(時運)의 의미도 담겨 있음.
  • 齊(제) : 갖춤, 복(福)을 갖춤.  가지런할 齊.
  • 情理(정리) : 마음가짐, 정신상태
  • 順(순) : 도리를 따름, 이치에 맞음.
  • 能使(능사) : 능히 ~로 하여금 ~하게 하다.  使는 시킴을 나타내는 사동형으로 쓰인다.
  • 相觀對治(상관대치) : 나와 남을 견주어 균형을 잡아 나가는 것, 즉 남에게 견주어 스스로를 다스려 나감.
  • 方便法門(방편법문) : 세상을 살아가는 편의적인 방법. 불교의 진실법문(眞實法門)에 대응하는 말이다.
  • ※ 본문의 대의(大意)를 조금 더 분명히 나타내려면 ‘어찌 安’ 자를 각기 넣어주는 것이 좋을 듯하다. 즉, 而는 그대로 두어도 무방하지만 能 앞에 安을 넣으면 종결어미 乎와 호응하여 그 뜻이 더욱 분명해 질 것이다. 

人之際遇 有齊有不齊 而安能使己獨齊乎,
己之情理 有順有不順 而安能使人皆順乎.

053 황신(黃愼 청 1687~1770) 산수인물도 3, 4. 27.9+44.5 1735년 북경고궁박물원
황신(黃愼, 청, 1687~1770) - 산수인물도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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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시인 푸시킨(Aleksandr Sergeevich Pushkin 1799~1837)의 잠언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기어코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은 쏜살같이 지나가나니 
그리고 지나간 것은 그리움이 되리니.

If by life you were deceived,
Don’t be dismal, don’t be wild!
In the day of grief, be mild,
Merry days will come, believe!
  
Heart is living in tomorrow,
Present is dejected here,
In a moment, passes sorrow
That which passes will be dear.
  
-미국 시인 넬러(M. Kneller)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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