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55) 넘쳐나기보다는 차라리 모자라기를, 능하기보다는 차라리 서투르기를 …

허섭 승인 2021.02.23 17:33 | 최종 수정 2021.02.25 17:42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055 - 넘쳐나기보다는 차라리 모자라기를, 능하기보다는 차라리 서투르기를 …

사치스러운 사람은 넉넉해도 모자라거늘 

어찌 검소한 사람이 가난 속에서도 남음과 같으리오.

유능한 사람은 애써 일하고서도 원망을 사니 
어찌 서툰 사람이 한가함 속에서 본성을 지킴과 같으리오.

  • 何如(하여) ; 어찌 같겠는가.
  • 府怨(부원) : 원망을 사는 것.  府는 곳집(倉庫창고)를 뜻하니, 원망이 쌓이게 된다는 의미이다.
  • 逸(일) : 한가함, 여유가 있고 편안함.  편안할 逸.
  • 全眞(전진) : 본성(本性)을 보전함.  全은 ‘온전하다’.
055 황신(黃愼 청 1687~1770) 인물도 1756년 운남성박물관
황신(黃愼, 청, 1687~1770) - 인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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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지족(吾唯知足) - 나는 오직 족함을 아노라

不足之足常有餘(부족지족상유여) 足之不足常不足(족지부족상부족)
부족한데도 족함을 알면 늘 넉넉하고, 넉넉함에도 족함을 모르면 늘 허덕인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글귀로 마치 우리네 부적처럼 집이나 사업장의 눈에 가장 잘 들어오는 벽면에 걸어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글씨를 굳이 이름 붙이자면 ‘합체자合體字’라 할 것인데 우리는 중화요리 식당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위의 필체는 석주(昔珠) 스님의 글씨로, 고승들의 글씨를‘선묵(禪墨)’이라 하여 일반 서예가들의 글씨와 달리 깨달음의 경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아 서예의 필법으로 평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석주 스님의 글씨는 옛 선비들의 해정(楷正)한 글씨체에 가까워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매우 친숙함을 느끼게 한다.

한 25여 년 전, 강화도 풍물시장에 있는 자그마한 골동가게에서 예(例)의 석주 스님의 글씨가 새겨진 막사발(말차다완 抹茶茶碗) 하나를 보고 값을 물어볼까 하다가 괜히 아는 체를 한지라 값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매길 것이 분명하여 그냥 나온 적이 있었는데, 몇 년 뒤 풍물시장이 지금의 자리로 옮기고 상가가 정비된 즈음에 다시 그 가게를 찾아가 슬며시 석주 다완의 소종래(所從來)를 물었더니, 주인이 말하길 원인 모를 불로 가게가 전소(全燒)하는 바람에 그 다완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하여 몹시 아쉬워했던 일이 있었다. 

아무래도 그 물건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던 모양이다. 세상의 하찮은 물건에도 한때(一時)의 주인이 있기 마련인데 나는 그것을 잠시라도 곁에 두고 누릴 수 있는 그만큼의 청복(淸福)에도 결국 자격미달(資格未達)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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