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41) - 군자는 평소에 너무 짙어서도 아니 되고 너무 엷어서도 아니 되나니 …

허섭 승인 2021.02.09 14:18 | 최종 수정 2021.02.11 13:03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041 - 군자는 평소에 너무 짙어서도 아니 되고 너무 엷어서도 아니 되나니 …

마음이 두터운 사람은 자신을 대함에도 후하고 다른 사람을 대함에도 후하여 
이르는 곳마다 모두 두텁다.

마음이 말쑥한 사람은 자신을 대함에도 박하고 다른 사람을 대함에도 박하여 
하는 일마다 모두 말쑥하다.

그러므로 군자는 일상에서 즐기고 좋아하기를 
너무 짙어서도 안 되고 지나치게 엷어서도 안 된다.

  • 念頭(염두) : 마음, 생각.
  • 濃(농)/淡(담) : 짙고/엷음, 두텁고/얇음, 후(厚)하고/박(薄)함, 정이 많고/쌀쌀함.
  •  * 여기서 말한 淡은 채근담의 큰 주제에 해당하는 ‘담박(淡泊/澹泊)함’ 과는 조금 거리가 먼 부정적인 의미로 읽혀진다. 음식으로 치자면 ‘싱거움’ 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이 없고 s냉정한 것’ 을 의미한다.
  • 居常(거상) : 평소시(平素時)에, 평상(平常).
  • 濃艶(농염) : 짙고 고움, 인정이 많고 후함.
  • 枯寂(고적) : 메마르고 쓸쓸함, 인정머리가 없고 냉담함(쌀쌀함).  枯淡寂寞(고담적막).
  • * 말쑥하다 : 원래는 ‘말끔하고 깨끗하다’ 의 뜻이나, 여기서는 ‘인정이 메마르다’ 는 의미로 쓰임. 따라서 ‘念頭濃者’ 는 ‘마음이 너그럽고 후한 사람’ 을, ‘念頭淡者’ 는 냉담(冷淡)한 사람, 즉 ‘마음이 옹졸하고 각박한 사람’ 을 뜻한다.
041 이선(청 1686~1761) 송등도(松藤圖) 124+62.6 1730년 북경고궁박물원
이선(李鱓, 청, 1686~1761) - 송등도(松藤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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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외지사(方外之士) - 불기인(不羈人)이란?

방외지사(方外之士)란, 그 어떤 틀에도 벗어난 사람, 그 어떤 틀로도 가두어 둘 수 없는 사람을 말한다. 불기인(不羈人)이란, 말 그대로 그 어떤 굴레에도 매이지 않는 사람, 자유자재(自由自在)한 사람을 말한다.

여기 방외지사와 불기인의 모습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면,

그는 능수능란(能手能爛) 하고 ⇒ 능소능대(能小能大) 하고 ⇒ 나아가 자유자재(自由自在) 한 사람이다.

- 무슨 일이든지 잘 해치우는 솜씨 좋은 사람, 숙수(熟手)의 의미이지 활수(滑手)의 의미는 아니다.
  숙수(熟手) : 어떤 일에 익숙한 사람. 
  활수(滑手) : 무엇이든지 아끼지 않고 시원스럽게 잘 쓰는 사람.

- 큰일(大事)은 큰일대로 작은일(小事)은 작은일대로 잘 처리하는 사람,
    대범하면서도 섬세한(꼼꼼하고 치밀하고 자상한) 사람.

- 어떤 틀에 가두어 둘 수 없는 사람, 기존의 사회적 이념이나 도덕적 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는 사회적 인습이나 관념을 떠나 근본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 한 마디로 표현(규정)할 수 없는 사람. 범인의 관점으로는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사람,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어떤 이를 두고 ‘너무 무심하다’고 비난하고, 또는 ‘너무 자잘하다’ 고 비난하지만, 실상으로 보자면‘대범한 것’을 두고 무심하다고 하며 ‘자상한 것’두고 ‘자질구레하다’ 고 비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범해야 할 때에 치졸하게 구는 것이나, 자상해야 할 때에 무관심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타고난 기질이 있고 그에 따라 형성된 성격에 따라 행동한다. 그러나 자신의 타고난 성격을 넘어 무심(無心)과 자상(仔詳)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다면 그는 분명 방외지사요 불기인일 것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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