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9) 깨끗한 밭에 잡초의 씨앗을 뿌리면 평생토록 좋은 곡식을 심지 못한다
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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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7 16:41 | 최종 수정 2021.02.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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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9 - 깨끗한 밭에 잡초의 씨앗을 뿌리면 평생토록 좋은 곡식을 심지 못한다.
자녀를 가르치는 것은 규중 처녀를 기르는 것과 같으니
무엇보다도 출입을 엄하게 하고 친구를 신중하게 사귀어야 한다.
만일 한 번이라도 나쁜 사람과 접촉하게 되면
이는 마치 깨끗한 밭에 잡초의 씨앗을 뿌림과 같아서
평생토록 좋은 곡식을 심기 어려울 것이다.
- 弟子(제자) : 자녀(子女), 자제(子弟). * 본문의 내용으로 보아 제자보다는 자제로 봄이 타당하다.
- 閨女(규녀) : 규중의 처녀.
- 最要(최요) : 가장 긴요(緊要)한 것.
- 匪人(비인) : 나쁜 사람. 匪는 非의 뜻으로 쓰임.
- 下(하) : 떨어트리다. 여기서는 ‘심다’ 의 뜻으로 蒔(모종할 시)의 뜻이다.
- 不淨種子(부정종자) : 질이 나쁜 씨앗, 잡초의 종자.
- 終身(종신) : 평생 동안, 평생토록.
- 嘉禾(가화) : 좋은 벼, 질 좋은 곡식.
‘여자와 그릇은 밖으로 내돌리면 깨진다’ 는 우리 옛 속담이 있다. 이렇듯 채근담의 저자 홍자성도 당대의 가부장적 사고와 관념을 넘어서기에는 상당히 모자라 보인다. 그런 점에서 당대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사상가로서 장자가 단연 돋보이는 것이며, 홍자성보다 조금 뒤에 나온 『분서(焚書)』의 저자 이탁오(卓吾 李贄 1527~1602)야말로 실로 시대의 이단아(異端兒)가 아니라 진정한 사상의 혁명아(革命兒)라 할 것이다.
오늘날 ‘암닭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고 말하는 남자가 있다면 여자들에게 몰매를 맞아 그 생명을 온전히 보전치 못할 것이다. ‘암닭이 울면 달걀이 하나 생긴다’ 고 바꾸어 말해야 옳을 것이다.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 글
▶< 식견에 남녀의 구분이 있다는 것이 옳은가? > - 『분서』중에서
일전에 편지로 말한 여자는 식견이 짧아서 도를 배울 수 없다고 한 가르침이 과연 옳은가? 사람에게는 남녀의 구분이 있는데, 식견에도 남녀의 구분이 있다는 것은 옳은가? 식견에는 길고 짧음이 있는데, 남자의 식견이 길고 여자의 식견이 짧다는 것 또한 과연 옳은가? 설령 여자라고 하더라도 바른말 듣기를 즐기고 속된 말은 멀리할 줄 알며, 배우기를 즐기고 뜬구름 같은 세상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세상의 남자들도 그 여자 앞에서는 부끄러워하며 식은땀을 흘리고 아무 말도 못 할 것이네. 바로 이런 사람이 성인 공자가 천하를 두루 다니면서 단 한 번이라도 만나고 싶어 했지만 결국 만나지 못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식견이 짧다고 하다니, 그것은 지나친 편견이라고 생각하네. 그 당사자인 여자는 또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그리고 당사자와 아무 관계도 없는 말을 주변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이야말로 추한 일이 아니겠는가? - 「2권」
▶이철수「남녀가 다같이」- 대종경 연작 판화 『네가 그 봄꽃 소식 해라』31쪽에서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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