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6) 소인을 대함에 엄하되 미워하지 말며, 군자를 대함에 공경하되 비굴하지 말라

허섭 승인 2021.02.04 16:53 | 최종 수정 2021.02.06 02:29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036 - 소인을 대함에 엄하되 미워하지 말며, 군자를 대함에 공경하되 비굴하지 말라 

소인을 대함에 엄하기는 어렵지 않으나 미워하지 않기는 어렵고,

군자를 대함에 공경하기는 어렵지 않으나 예를 지키기는 어렵다. 

  • 惡 : 악할 악 / 미워할 오 / 어찌 오.  여기서는 ‘미워할 오’ 로 새겨야 함.

소인을 대함에 있어 엄하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나, 그를 미워하지 않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인격적으로 모자라는 사람을 대할 때에는 ‘따뜻한 봄 햇살처럼’ 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군자를 대함에 있어서도 공경하는 것은 좋으나 그것이 지나쳐 아첨(阿諂)하거나 스스로 비굴(卑屈)해 지는 것은 마땅히 삼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공자께서도 ‘과공(過恭)은 비례(非禮)라’ 한 것이리라.

왕사신(汪士愼, 청, 1686~1759) - 화훼도3(오른쪽), 화훼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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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부처의 마빡을 까더라도 >

偉 踏 毘 盧 頂 上  위용(偉容)은 부처님 꼭대기를 밟을지라도, 
行 拜 童 子 足 下  행동(行動)은 아이 발 아래 엎드려 절한다.

비록 가슴에는 부처의 마빡을 까고도 남을 자존(自尊)을 품었을지라도
때로는 애새끼 발 아래 납작 엎드리는 겸허(謙虛)를 지니고 산다.

박생광(1904~1985)의 소1(왼쪽 위), 소2, 나녀(裸女)

내고(乃古) 박생광(朴生光) 화백(畵伯)의 그림책(畵集)을 보다가 
주워 얻은 부처님 말씀입니다.
선생께서 한평생 예술가로서 이런 자세로 살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눈물겹습니까? 
참으로 생광(生光)스러운 말씀입니다. 
당신을 통하여 부처님의 이 말씀이 더욱 빛이 나고 
오늘 이 사람에게도 그 말씀이 봄 햇살처럼 더없이 따사롭기에 
감히 위와 같이 옮겨 보았습니다. 

하여 다시금 바라옵기는

하늘 아래 지극히 높을지라도 결코 교만(驕慢)하지 않기를
땅 위에 지극히 낮을지라도 결코 비굴(卑屈)하지 않기를      
              
-  빈항아리(空壺)  허 섭  합장(合掌)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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