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3) 오직 그 마음을 내려놓아야 속됨에서 벗어나 성인(聖人)의 경지에 들 수 있으리

허섭 승인 2021.02.02 01:35 | 최종 수정 2021.02.03 20:25 의견 0
겸재 정선 - 인왕제색도
겸재 정선 - 인왕제색도

033 - 오직 그 마음을 내려놓아야 속됨에서 벗어나 성인(聖人)의 경지에 들 수 있으리

부귀와 공명의 마음을 놓아버려야 비로소 범속에서 벗어날 수 있고

도덕과 인의에 매인 마음을 벗어나야 비로소 성인의 경지에 들어설 수 있다.

  • 放得下(방득하) : 털어버림, 벗어남.
  • 便(변) / 纔(재) : 곧 즉시, 바로, 비로소
왕사신(汪士愼, 청, 1686~1759) - 창송죽석도(창송죽석도)

◆출전 관련 글

▶『노자(老子)』제38장에

上德不德(상덕부덕) 是以有德(시이유덕), 下德不失德(하덕불실덕) 是以無德(시이무덕). 上德無爲而無以爲(상덕무위이무이위) 下德爲之而有以爲(하덕위지이유이위). 上人爲之而有以爲(상인위지이유이위) 上義爲之而有以爲(상의위지이유이위) 上禮爲之而莫之應(상례위지이막지응) 則攘臂而仍之(즉양비이잉지). 故失道而後德(실도이후덕) 失德而後仁(실덕이후인) 失仁而後義(실인이후의) 失義而後禮(실의이후예). 夫禮者(실례자) 忠信之薄(충신지박) 而亂之首(이란지수) 前識者(전식자) 道之華(도지화) 而愚之始(이우지시). 是以大丈夫(시이대장부) 處其厚(처기후) 不居其薄(불거기박) 處其實(처기실) 不居其華(불거기화) 故去彼取此(고거피취차).

높은 덕(德)을 지닌 사람은 덕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 그래서 덕이 있다. 낮은 덕을 지닌 사람은 덕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덕이 없다. 높은 덕은 무위(無爲)로써 하기 때문에 높은 덕이요, 낮은 덕은 인위(人爲)로써 하기 때문에 낮은 덕이다. 높은 인(仁)은 무위(無爲)로써 베풀고 의(義)는 아무리 높은 의라도 인위(人爲)로써 하는 것이며, 가장 높은 예(禮)는 상대방이 합당한 예를 갖추어 응하지 않으면 팔뚝을 걷고 덤벼든다. 이런 까닭으로 도(道)를 잃은 뒤에 사람들은 덕(德)을 말하고, 덕을 잃은 뒤에 인(仁)을 말하고, 인을 잃은 뒤에 의(義)를 말하고, 의를 잃은 뒤에 예(禮)를 말한다. 무릇 예(禮)라는 것은 충(忠)과 신(信)이 두텁지 못하여 어지러움의 머리가 된다. 먼저 안다는 자는 도(道)의 꽃이라. 이것이 어리석음의 시작이다. 그러므로 대장부는 도의 두터움에 처하되 도의 얕음에 처하지 않으며 도의 근원에 처하되 그 꽃에 처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잡는다.

-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 삼인 -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 글

▶다석 유영모 선생 풀이

위로 오르는 속알은 속알 (기대지) 않아 / 이래서 속알 있고, / 알로 내리는 속알은 속알 놓치지 않아 /
이래서 속알 없으리. / 위 속알은 함 없고 (나)라 함 없으며 / 아래 속알은 하고 (나)라 함이 있으며 /

위 사랑은 하되 (나)라 함 없으며 / 아래 옳음은 하되 (나)라 함이 있으며 / 위 낸감은 하여서 말 안 들으면 / 팔을 끌어다 그대로 치른다. / 므로 길 잃은 뒤에 속알. / 속알 놓친 뒤에 사랑. / 사랑 잃은 뒤에 옳음. / 옳음 얽힌 뒤에 낸감 / 그저 낸감은 맘속, 맘믿의 얄팍얄팍한 이요 / 어지러움의 머리로다.

/ 본데 아는 이란 길의 꽃, 어리석음의 비롯. / 이래서 사나이는 / 그 두터운 데로 가며 그 얇은 데로 안 가며 / 그 열매를 맺지, 그 꽃 뵐라 않아. / 므로 이를 집고 저를 버림.

  • 낸감 : 예의, 제도. 맘속 : 충(忠). 맘믿 : 신(信)

▶박영호 선생 다시 풀이

높은 속알은 속알 없는 듯 / 이래서 속알이 있다 / 낮은 속알은 속알을 잊지 않아 / 이래서 속알이 없어진다 / 높은 속알은 하되 (나란) 생각 없이 한다 / 낮은 속알은 하되 (나란) 생각 있어 한다 / 높은 어짐은 하되 (나란) 생각 없이 한다 / 높은 옳음은 하되 (나란) 생각 있어 한다 / 높은 차림(예의)은 하고서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 팔을 잡아당겨서 꺾는다 / 그러므로 참을 버린 뒤에 속알 / 속알 버린 뒤에 어짐 / 어짐 잃은 뒤에 옳음 / 옳음 잃은 뒤에 차림(예의)이다 / 저 차리는 이는 속 마음과 믿음이 얇아 어지러움의 머리이다 / 먼저 아는 것은 참의 꾸밈이요 어리석음의 비롯이다 / 이래서 사나이는 / 그 두터움(절대)에 들지 / 그 얇음(상대)에 머물지 않고 / 그 참(절대)에 들지 그 반지르르(상대)에 머물지 않아 / 그러므로 저(상대)를 버리고 이(절대)를 잡는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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