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2) 모름지기 낮은 곳에, 어두움에 처해 보아야 비로소 높음과 밝음을 안다

허섭 승인 2021.02.01 01:15 | 최종 수정 2021.04.30 22:36 의견 0
겸재 정선 - 인왕제색도

032 - 모름지기 낮은 곳에, 어두움에 처해 보아야 비로소 높음과 밝음을 안다

낮은 데에 있어 봐야 높은 데 올라감이 위험한 줄 알고
어두움에 처해 봐야 밝은 데 있음이 지나치게 드러남을 알고
고요함을 지켜 본 뒤에야 움직이기 좋아함이 수고로움에 지나지 않음을 알고
침묵을 길러 본 뒤에야 말 많음이 시끄러운 것을 안다.

  • 太露(태로) : 지나치게 드러나 있음. 지나치게 노출되어 눈이 부심.
  • 過勞(과로) : 지나치게 수고로움.
  • 養黙(양묵) : 침묵을 지키는 수양을 쌓음. 불교에서 행하는 묵언(黙言) 수행이 그 한 예가 될 것이다.
  • 躁(조) : 시끄러움. 떠들썩함. (조급하다, 성급하다)
왕사신(汪士愼, 청 ,1686~1759) - 경영수월도(鏡影水月圖) 

◆출전 관련 글

▶『노자(老子)』제16장에

致虛極(치허극) 守靜篤(수정독) 萬物竝作(만물병작) 吾以觀其復(오이관기복). 夫物芸芸(부물운운), 各復歸其根(각복귀기근), 歸根曰靜(귀근왈정), 靜曰復命(정왈복명), 復命曰常(복명왈상), 知常曰明(지상왈명). 不知常妄作凶(부지상망작흉), 知常容(지상용) 容乃公(용내공), 公乃王(공내왕), 王乃天(왕내천), 天乃道(천내도), 道乃久(도내구), 沒身不殆(몰신불태).

빔의 극에 이르고 / 고요함을 돈독하게 지키면 / 만물이 서로 어울려서 이루어지므로 / 나는 그 뿌리를 볼 수가 있다. // 대개 사물들이 무성하게 자라나지만 / 모두가 그 뿌리에 돌아가는데 / 뿌리에 돌아감을 고요하다고 하고 / 고요함은 생명의 회복이고 / 생명의 회복을 영원이라고 하고 / 영원성을 아는 것을 밝다고 한다. // 영원성을 모르면 망령되게도 허물을 지으며 / 영원성을 알면 수용성이 있어서 용서하고 / 용서하면 삿됨을 벗어나고 / 삿되지 않고 공변되면 왕이고 / 왕은 바로 하늘이며 / 하늘이란 바로 도이며 / 도라면 오래가게 되니 / 몸은 비록 사라지더라도 위태롭지는 않으리라.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 글

▶다석 유영모 선생 풀이 - 박영호 선생의 한글 풀이

가장 비워 아주 / 고요 지켜 도탑. / 잘몬이 나란히 이는데 / 나로서는 그 돌아감을 봄. // 그저 몬이 쑥쑥 나(오나) / 따로 (다) 그 뿌리로 돌아간다. // 뿌리로 돌아가서 고요하다 하고 / 고요하여서 목숨 돌렸다 하고 / 목숨 돌려서 늘이라고 하고 / 늘 아는 걸 밝다 한다. // 늘 모르면 함부로 짓 (하)다가 언짢음. / 늘 알아 받아들임. / 받아들여서 반듯, / 반듯에서 임금, / 임금에서 하늘, / 하늘에서 길, / 길에서 오램. // 몸 빠져, 나 죽지 안 해.

  • 致 : 아주, 끝까지 치 竝 : 다(皆) 병. 芸 : 촘촘할 운(多貌) 殆 : 죽을 태, 위태할 태.

#함석헌 선생 풀이

빔을 이루우기 다시 없이 하고 / 고요를 지키기 도타이 하면 / 모든 것이 아울러 일어나나 / 나는 거기서 돌아감을 본다. / 모든 것이 무럭무럭 자라지만 / 저마다 그 뿌리로 찾아 돌아가는 것이니 / 뿌리로 돌아감을 고요라 하고 / 고요를 말씀에 돌아감이라 하고 / 말씀에 돌아감을 덧덧이라 하고 / 덧덧을 앎을 밝음이라 한다. / 덧덧을 알지 못하면 함부로 짓을 하여 언짢고 / 덧덧을 앎은 받아들임이요 / 받아들임은 번듯이 내놈(내어놓음)이요 / 번듯이 내놈은 임금이요 / 임금은 하늘이요 / 하늘은 길이요 / 길은 기리 있어 몸이 꺼져도 죽지 않는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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