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40) 정욕에는 잠시라도 물들지 말고, 도리에는 조금도 물러서지 말라 

허섭 승인 2021.02.08 22:41 | 최종 수정 2021.02.10 00:23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040 - 정욕에는 잠시라도 물들지 말고, 도리에는 조금도 물러서지 말라 

정욕에 관한 일은 쉽게 즐길 수 있을지라도 손끝에 묻히지 마라.
한번 물들게 되면 이내 만길 벼랑으로 떨어진다.

도리에 관한 일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결코 물러서지 마라.
일단 물러나게 되면 천산의 거리만큼 멀어지게 된다.

  • 欲路上事(욕로상사) : 욕망(정욕)에 관한 일
  • 理路上事(이로상사) : 도리(道理)와 관련된 일
  • 毋(무) : 금지사로 ‘ ~하지 말라’ 의 뜻. 본문에서는 樂其便而姑爲染指에까지 걸린다. 
  • 姑(고) : 잠시 
  • 染指(염지) : 손가락에 물들이다, 즉 ‘손에 묻히다’ 의 뜻. 고사성어(故事成語)이다.
  • 萬仞(만인) : 만 길 벼랑(절벽).  仞(길 인)은 길이의 단위로 8척(尺)에 해당한다.
  • 憚(탄) : 꺼리다
  • 稍(초) : 조금, 점차.  稍는 원래 ‘벼 줄기의 끝’ 을 뜻함. (작다, 적다)
  • 遠隔千山(원격천산) : 수많은 산을 사이에 둔 것처럼 멀리 떨어짐.
  • 姑爲(고위) / 稍爲(초위) : ‘잠시 ~하다 / 약간 ~하다’ 의 뜻인데, 앞의 금지사 毋와 호응하여 ‘잠시라도 ~하지 말라 / 조금이라도 ~하지 말라’ 가 된다.
  • 便 (1. 편 / 2. 변)
    1. 편하다, 익숙하다, 편지 / 아첨하다, 구분하다(편을 가르다)
    2. 곧, 문득 / 똥오줌 
왕사신(汪士愼, 청, 1686~1759) - 매화도

◆출전 관련 글

▶<염지(染指)/식지동(食指動)> 의 고사(故事)

뜻 식지가 움직이다. ‘음식이나 사물에 대한 욕심을 갖거나 야심을 품는 것’ 을 비유하는 말이다.

춘추시대, 초(楚)나라 사람이 정(鄭)나라 영공(靈公)에게 자라를 바쳤다. 영공은 그 자라로 죽을 끓여 신하들과 함께 먹기로 했다. 공자 송(宋)과 공자 자가(子家)가 함께 궁에 들어가는데 송의 식지가 떨렸다. 송이 이를 자가에게 보이면서 말했다. “지난번에도 식지가 움직여 별미를 먹었는데 오늘도 별미를 먹게 될 것이 틀림없소.” 과연, 궁에 들어가니 요리사가 자라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마주보며 웃었다. 영공이 보고 그 까닭을 묻자 자가가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영공은 자라를 대부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공자 송을 불러 놓고 주지 않았다. 송은 화가 나서 자라 죽에 손가락을 넣어 국물을 묻힌 다음, 손가락을 빨면서 나가 버렸다.

(楚人獻黿於鄭靈公. 公子宋與子家將見, 子公之食指動. 以示子家, 曰, 他日我如此, 必嘗異味. 及入, 宰夫將解黿, 相視而笑. 公問之. 子家以告, 及食大夫黿, 召子公而弗與也. 子公怒, 染指於鼎, 嘗之而出.)

화가 난 영공은 공자 송을 죽일 뜻을 품었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 송은 자가를 협박하여 영공을 살해해 버렸다.

이 이야기는 『좌전(左傳)』에 나오는데, 여기에서 유래하여 <식지동(食指動)> 은 ‘음식에 욕심을 내거나, 야심을 품는 것’ 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게 되었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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