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75) - 일을 계획할 때에는 이해관계를 모두 꼼꼼히 따져보아야 하며, 일단 일을 추진할 때에는 이해관계를 떠나 오로지 그 일에만 매진해야 한다.

허섭 승인 2021.06.24 16:26 | 최종 수정 2021.06.26 11:57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175 - 일을 계획할 때에는 이해관계를 모두 꼼꼼히 따져보아야 하며, 일단 일을 추진할 때에는 이해관계를 떠나 오로지 그 일에만 매진해야 한다.

일을 논의하는 사람은 몸을 그 일 밖에 두어 이해의 실상을 모두 살펴야 하고

일을 맡은 사람은 몸을 일 안에 두어 마땅히 이해에 대한 생각을 잊어야 한다.

  • 議事者(의사자) : 일을 논의(論議)하는 사람.
  • 身在事外(신재사외) : 몸을 일의 밖에 둠. 즉 객관적 입장을 취함.
  • 悉(실) : 모두. 다하다(다 알다, 끝까지 궁구하다)
  • 利害之情(이해지정) : 이해(利害)의 실정(實情)과 실상(實狀).
  • 任事者(임사자) : 일을 맡은 사람.
  • 身居事中(신거사중) : 몸을 일의 가운데에 둠. 즉 일에 철저하게 몰두(沒頭)하는 것.
  • 利害之慮(이해지려) : 이해에 대한 생각.  
이하응(흥선대원군 李昰應, 조선, 1820~1898) - 동심여란(同心如蘭)

※ 저자는 ‘일을 논의하고 계획하는 단계에서는 이해의 실상을 두루 살펴야 하고, 일단 일이 결정되고 그 일을 추진하는 단계에서는 이해의 생각을 잊어야 한다’ 고 말한다. 여기서 ‘이해의 생각을 잊어야 한다’ 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단순히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벗어나라는 이야기라면, 이미 논의의 단계에서 ‘몸을 그 일 밖에 두라’ 는 말로 언급했으니, 분명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대체 무슨 의미일까?

일단 그 일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했으면 그 일에 뛰어들어 혼신의 힘으로 오로지 그 일에 열중(熱中)․골몰(汨沒)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일을 함에 있어 그 진행과정에서 이해타산(利害打算)을 따진다면 그 일을 온전히 이루어낼 수 없을 것이다. 일을 맡았을 때에는 성패(成敗)에 대한 생각을 몰아내고 오로지 그 일에 전념해야지, 이해득실(利害得失)을 따지며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當忘利害之慮’ 는 이해관계를 떠나 오로지 정해진 목표를 향해 모든 마음을 기울이는 일심불란(一心不亂)의 자세로 강력히 일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며 이것이 곧 성공의 비결이라는 의미이다.

175 이하응(흥선대원군 李昰應 조선 1820~1898) 석란도(石蘭圖) 1887년 151.5+40.8 호림박물관
이하응(흥선대원군 李昰應, 조선, 1820~1898) - 석란도(石蘭圖), 1887년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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