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74) - 일이 없을 때에는 마음이 어두워지기 쉽고 일이 있을 때에는 마음이 달아나기 쉬우니 마땅히 고요함 속에서 밝은 지혜로 내 마음을 비추어야

허섭 승인 2021.06.22 15:49 | 최종 수정 2021.06.24 08:57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174 - 일이 없을 때에는 마음이 어두워지기 쉽고 일이 있을 때에는 마음이 달아나기 쉬우니 마땅히 고요함 속에서 밝은 지혜로 내 마음을 비추어야 하리.

일이 없을 때에는 마음이 어두워지기 쉬운 법이니 
마땅히 침착하고 고요함 속에 밝은 지혜로 비춰야 하고

일이 있을 때에는 마음이 달아나기 쉬운 법이니
마땅히 밝은 지혜 가운데 고요함으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

  • 昏冥(혼명) : 어두컴컴함, 혼미(昏迷)함.
  • 宜(의) : 마땅히 ~하라.
  • 寂寂(적적) : 고요함.
  • 惺惺(성성) : 마음의 밝은 슬기, 마음이 깨어 있음.  惺은 醒과 통용함.
  • 奔逸(분일) : 달아나 흩어지는 것. 즉 분주(奔走)함.
174 허련(許鍊 조선 1809~1892) 방예운림죽수계정도(倣倪雲林竹樹溪亭圖) 21.2+26.3 서울대학교박물관
허련(許鍊, 조선, 1809~1892) - 방예운림죽수계정도(倣倪雲林竹樹溪亭圖)

◈ 진각국사(眞覺國師) 혜심(慧諶)의 <주인공(主人公)> 법문 

主人公諾聽我箴(주인공낙청아잠) 
最好堅除殺盜淫(최호견제살도음) 火聚刀山難做得(화취도산난주득) 都緣是汝錯行心(도연시여착행심)           

- 주인공아!  예!  나의 경계(警戒)를 들어보라.
음행․살생․도둑질을 없앰이 제일 좋으니라. 불구덩이 칼산지옥에 어렵잖게 가는 것은, 이 모두 네가 마음을 잘못 쓰기 때문이니라. 

主人公諾聽我諭(주인공낙청아유) 
到處逢人須愼口(도처봉인수신구) 口是禍門尤可防(구시화문우가방) 維摩黙昧宜參取(유마묵매의참취)    

- 주인공아!  예!  나의 깨우침을 들어라.
어디서나 사람 만나면 부디 말조심하라. 입은 재앙의 문이니 더욱 그치게 하고, 유마(維摩)의 침묵한 뜻 의당 새겨 둘지니라.

主人公諾聽我辭(주인공낙청아사) 
十惡怨家速速離(십악원가속속리) 惡自心生還自賊(악심심생환자적) 樹繁花果返傷枝(수번화과반상지)

- 주인공아!  예!  나의 말을 잘 들어 보아라.
십악의 원망들을 하루 빨리 멀리 벗어날지라. 악은 제 마음에서 생겨 다시 자신의 도적되니, 나무 열매 무성하면 도리어 가지가 부러진다.

* 삼업(三業) : 몸으로 입으로 마음으로 짓는 세 가지 업으로 모두 10가지의 악(十惡)을 말한다. 이를 짓지 않으면 10선계(十善戒)로 수행의 바탕이 된다.

1. 신업(身業-몸으로 짓는 업) : 음행(婬行-이성에 대한 갈애) / 살생(殺生-생물을 죽임) / 투도(偸盜-도둑질)
2. 구업(口業-입으로 짓는 업) : 망어(妄語-허황한 말) / 기어(綺語-속이는 말) / 양설(兩舌-이간질) / 악어(惡語-악담)  
3. 의업(意業-마음이 짓는 업) : 탐욕(貪慾-욕심) / 진애(瞋恚-성냄) / 우치(愚痴-분별 없음)   
  이를 별도로 탐(貪)·진(瞋)·치(痴) ‘삼독(三毒)’ 이라 한다.    
                         
主人公諾聽我語(주인공낙청아어) 
旦暮浮生能幾許(단모부생능기허) 昨日虛消今日然(작일허소금일연) 生來死去知何處(생래사거지하처)

- 주인공아!  예!  내가 하는 말을 들어 보아라.
잠시간 거품 같은 인생 그 얼마나 되겠는가? 어제도 허송세월 지내고 오늘 또 그러하면, 나고 죽고 오고 가는 자리를 어찌 알겠는가?

主人公諾惺惺着(주인공낙성성착) 
十二時中常自覺(십이시중상자각) 從來身世太無端(종래신세태무단) 夢幻空花休把着(몽환공화휴파착) 

- 주인공아!  예!  정신을 똑똑하고 맑게 하여라. 
하루 이십사 시간 중에 항상 알아차림 하라. 본래 태허공에 이 몸뚱이는 무상한 것이요, 꿈길 환영에 허공 꽃이니 애착을 쉴지니라.
  
主人公諾心耶佛(주인공낙심야불) 
非佛非心亦非物(비불비심역비물) 畢竟安名喚作誰(필경안명환작수) 喚作主人早埋沒(환작주인조매몰) 

- 주인공아!  예!  마음인가 부처인가?
부처도 아니요 마음도 아니며 물건도 아니라. 그러면 필경에 무엇이라 이름 지어 부를까? 주인공이라고 부르는 것에 벌써 묻혔느니라.

174 허련(許鍊 조선 1809~1892) 방예찬산구도(倣倪瓚山水圖) 80.4+35 개인소장
허련(許鍊, 조선, 1809~1892) - 방예찬산구도(倣倪瓚山水圖)

* 조계진각국사(曹溪眞覺國師 1178~1234)의 속성은 최(崔)씨이며 법명은 혜심(慧諶)이다. 호(號)는 무의자(無依子)로 일찍 진사(進士)에 급제했으나 불일보조국사(佛日普照 知訥 1158~1210)에게 출가해 그의 법맥 <간화선(看話禪)>을 이었다. 저술로는 『선문염송(禪門拈頌)』 『무의자시집(無依子詩集)』 『금강경찬(金剛經贊)』 『심요(心要)』『조계진각국사어록(曹溪眞覺國師語錄)』  『구자무불성화간병론(狗子無佛性話揀病論)』이 있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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