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78) - 상대가 그 어떤 사람일지라도 내가 성심을 다해 감화를 시킨다면 천하에 나의 불가마 속에 들어오지 않을 이가 없을 것이다.

허섭 승인 2021.06.26 16:16 | 최종 수정 2021.06.27 11:26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178 - 상대가 그 어떤 사람일지라도 내가 성심을 다해 감화를 시킨다면 천하에 나의 불가마 속에 들어오지 않을 이가 없을 것이다.

속이는 사람을 만나거든 성심으로 감동케 하고
난폭한 사람을 만나거든 온화한 기운으로 감화시키고
사리사욕에 비뚤어진 사람을 만나거든 정의와 절개로 격려한다면
천하에 나의 도야(陶冶) 속에 들어오지 않는 이가 없을 것이다.

  • 的(적) : ~한, ~하는.   * 앞의 말을 관형어로 만들어주는 기능을 함.
  • 暴戾(폭려) : 포악하여 도리에 어긋남.  戾는 ‘어그러지다, 어긋나다, 벗어나다’ 의 뜻.
  • 薰蒸(훈증) : 향(연기)을 피워 악취를 사라지게 하는 것으로, 여기서는 ‘감화(感化)시키는 것’ 을 뜻함.
  • 傾邪私曲(경사사곡) : 사악함에 경도되어 사리사욕을 탐함. 傾邪는 마음이 바르지 아니함, 私曲은 사리사욕을 탐함.
  • 名義氣節(명의기절) : 명분(名分), 의리(義理), 기개(氣槪), 절조(節操)
  • 激礪(격려) : 격려하여 갈고닦아 줌. 격려(激勵)와 같다.  礪는 숫돌.
  • 陶冶(도야) : 陶는 질그릇을 만드는 것, 冶는 쇠그릇을 만드는 것, 합하여 사람이 훌륭한 인격을 갖추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닦는 것, 수양(修養)을 뜻함.  * 陶는 ‘언덕바지에 굴을 파서 그 속에 그릇을 넣고 굽는 것’ 을 형상화한 글자이고, 冶는 ‘쇠를 불리는 것 - 담금질’ 을 말한다.  
장승업(吾園 張承業, 조선, 1843~1897) - 수리, 고양이

◈ <양상군자(梁上君子)> 라는 고사(故事)의 유래(由來)

  후한(後漢) 말기에 진식(陳寔)이란 관리가 있었는데, 항상 겸손하고 일 처리에 공정하며 백성들의 고충을 잘 처리하여 칭송이 자자했다. 그가 하남성의 태구현(太丘縣) 현령으로 근무할 때의 일인데, 어느 해 흉년이 들어 백성들의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풀뿌리를 캐거나 나무껍질을 벗겨 연명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고, 어제의 양민이 오늘은 도적으로 변신하는 것이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닐 정도였다.

  ‘이 불쌍한 백성들을 어찌해야 좋단 말이냐. 관에서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진식은 안타깝고 걱정이 되어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 날 밤에도 대청에서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읽으며 시름을 달래고 있는데, 웬 사나이가 살금살금 들어오더니 대들보 위에 올라가 납작 엎드려 숨었다.

  ‘어허, 밤손님이구먼.’

  진식은 모른 척하고 짐짓 아들과 손자들을 대청으로 불러 모았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무릇 사람은 스스로 몸을 삼가 바른 길로 가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느니라. 악인도 본성이 악해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나쁘게 들인 습관이 어느덧 성품이 되다 보니 악행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금 ‘대들보 위에 있는 군자’ 도 그렇다.”

  숨어서 듣고 있던 도둑은 깜짝 놀랐다. 자기가 숨어 있는 사실을 꿰뚫어 보고 있지 않은가. 도둑은 얼른 펄쩍 뛰어내려 진식 앞에 넙죽 엎드려 사죄했다. 

  진식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네 얼굴을 보니 악인은 아닌 것 같다. 오죽했으면 이런 짓을 했겠나.” 

  그리고는 비단 두 필을 주어 돌려보내니, 소문이 퍼져서 어느덧 진식이 다스리는 고을에서는 도둑을 볼 수 없게 되었다.

◈ ‘도지개’를 아시나요?

178 장승업(吾園 張承業 조선 1843~1897) 기명절지도(器皿折枝圖) 132.6+28.7 개인소장
장승업(吾園 張承業, 조선, 1843~1897) - 기명절지도(器皿折枝圖)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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