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71) - 나의 신분과 지위를 받드는 것인지 실로 나의 인격과 행위를 존경하는 것인지, 이조차 분간하지 못하는 인간이라면 말하여 무엇하리?

허섭 승인 2021.06.21 00:35 | 최종 수정 2021.06.21 20:21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171 - 나의 신분과 지위를 받드는 것인지 실로 나의 인격과 행위를 존경하는 것인지, 이조차 분간하지 못하는 인간이라면 말하여 무엇하리?

내가 귀하여 남들이 받드는 것은 높은 관과 넓은 띠를 받드는 것이요,
내가 천하여 남들이 업신여기는 것은 베옷과 짚신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그런즉, 본시 나를 받드는 것이 아니니 내 어찌 기뻐하며
원래 나를 업신여기는 것이 아니니 내 어찌 성낼 것인가.

  • 奉(봉) / 侮(모) : 받들다 / 업신여기다.
  • 峨冠大帶(아관대대) : 높은 관과 큰 띠. 고관대작(高官大爵)의 복식(服飾)을 말함.  峨는 원래 ‘높은 산, 위엄이 있는’ 의 뜻.
  • 布衣草履(포의초리) : 베옷과 짚신. 미천한 서민이나 가난한 선비의 옷차림을 말함.
  • 然則(연즉) : 그런즉, 그렇다면 곧.
  • 原(원) : 원래, 본래, 본시.
  • 胡(호) : 어찌.
171 김정희(秋史 金正喜 조선 1786~1856) 세한도(歲寒圖) 1844년 23+69.2 그림부분
정희(秋史 金正喜, 조선, 1786~1856) - 세한도(歲寒圖)
171 권돈인(權敦仁 조선 1783~1859) 세한도(歲寒圖) 22.1+101.5 국립중앙박물관
권돈인(權敦仁, 조선, 1783~1859) - 세한도(歲寒圖)

◈ 『논어(論語)』에

논어의 첫 문장으로 그 유명한 세 가지 즐거움과 기쁨과 자긍(自矜)을 설파한 것 중에서 채근담의 이 장과 관련하여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마지막 세 번째 항목이다.

子曰(자왈)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 不亦說乎(불역열호). 有朋自遠方來(유붕자원방래) 不亦樂乎(불역락호). 人不知而不慍(인부지이불온) 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 - 학이편(學而篇) 

-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아니하면 또한 군자답지 아니한가.

不患人之不己知(불환인지부기지) 患其不能也(환기불능야). - 헌문편(憲問篇) 
-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게 능력이 없는 것을 걱정하라.

不患人之不己知(불환인지부기지) 患不知人也(환부지인야). - 학이편(學而篇) 
-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라.

君子病無能焉(군자병무능언) 不病人之不己知也(불병인지부기지야). - 위령공편(衛靈公篇) 
- 군자는 능력이 없는 것을 근심하지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것을 근심하지 않는다.

171 김정희 권돈인 합작(合作) 산수도(山水圖) 92.7+25.1 일본 고려미술관
김정희 - 권돈인 합작(合作) 산수도(山水圖)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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