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73) - 하늘의 본체가 곧 내 마음의 본체이니 구름과 비와 이슬과 서리가 어느 것인들 없어서야 되겠는가?

허섭 승인 2021.06.22 15:35 | 최종 수정 2021.06.23 08:37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173 - 하늘의 본체가 곧 내 마음의 본체이니 구름과 비와 이슬과 서리가 어느 것인들 없어서야 되겠는가?

마음의 본체는 곧 하늘의 본체인지라

한 조각 기쁨은 빛나는 별이요 상서로운 구름이요
한 조각 노여움은 진동하는 우레요 쏟아지는 비요
한 조각 자비로움은 따뜻한 바람이요 단 이슬이요
한 조각 엄격함은 여름날의 뜨거운 햇볕이요 늦가을의 찬 서릿발이니

어느 것인들 없어서야 되겠는가.

다만 모두 때에 따라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으로
확 트여 막힘(거리낌)이 없어야만 
곧 저 가없는 하늘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 心體(심체) : 마음의 본체, 마음의 본바탕.
  • 便是(변시) : 곧 ~이다.
  • 景星(경성) : 빛나는 별, 반짝이는 별.
  • 慶雲(경운) : 상서(祥瑞)로운 구름.
  • 震雷暴雨(진뢰폭우) : 진동하는 우레와 사나운 비.
  • * ‘우레’ 는 ‘천둥’ 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동사 ‘울다’ 에 +명사파생접사 (-에/애) 가 결합한 파생어이다. 따라서 한자어인 ‘우뢰(雨雷)’ 와는 별개의 단어이다. 雷는 ‘번개 뢰’ 자로  ‘천둥과 번개’ 는 ‘소리와 빛’ 으로 같은 사건의 다른 현상인 것이다. 
  • * ‘천둥’ 은 ‘지둥’ 과 함께 원래 한자어인 ‘천동(天動)과 지동(地動)’ 이 순우리말로 귀화한 것인데, 천둥만 살아남고 지둥은 ‘허둥지둥’ 할 때에만 살아남고 ‘지진(地震)’ 이란 전문용어가 대신하게 되었다. 
  • 和風甘露(화풍감로) : 따뜻한 바람과 단 이슬. 
  • * 甘露는 ‘천주(天酒)’ 라고도 하며 태평성대(太平聖代)에 내린다고 함. 
  • * 『노자(老子)』 제32장에 <天地相合(천지상합) 以降甘露(이강감로) 民莫之令而自均焉(민막지령이자균언) - 천지가 화합하여 감로를 내릴 것이며, 백성들에게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스스로 화합할 것이다.> 라는 말이 보인다.
  • 烈日秋霜(열일추상) : 여름의 뜨거운 태양과 늦가을의 찬 서리.
  • 何者少得(하자소득) : 어느 것인들 없어서야 되겠는가.  * 이런 경우, 少는 ‘적다’ 보다는 ‘없다 - 缺없을 결’ 로 해석하는 것이 좋다.
  • 隨起隨滅(수기수멸) : 때에 따라서 일어나기도 없어지기도 한다.
  • 廓然(확연) : 넓고 텅비어 있음.  廓은 ‘넓은 것, 큰 것’ 을 가리킴.   * 廓은 ‘둘레, 성곽-郭과 같은 뜻’ 일 때는 <곽> 으로 읽으나, ‘크다, 넓다, 텅비다’ 의 뜻일 때는 <확> 으로 읽는다. 
  • 無碍(무애) : 장애(가로막힘)이 없음, 걸림(거리낌)이 없음.
  • 太虛(태허) : 가없이 넓은 하늘, 우주가 생겨나기 전의 텅빈 모습 그대로를 말함. 
  • * 다석(多夕) 유영모(柳永模) 선생의 용어로는 ‘빈탕’ 이라 한다. 이 빈탕은 곧 하느님의 활동 무대인 셈이며 다석은 하느님을 일컬어 ‘없이 계시는 분’ 이라 했다. 장자는 일찍이 극대(極大)와 극소(極小)를 정의하기를, 극대는 ‘바깥(윤곽)이 없는 것’ 이며 극소는 ‘안(속)이 없는 것’ 이라 했으니 이보다 더한 지혜는 없을 것이다.
  • ※ ‘只要(다만 ~해야 한다)’ 는 뒤에 나오는 ‘隨起隨滅과 廓然無碍’ 모두에 걸리나, 번역에 있어서는 ‘廓然無碍’ 에만 한정한 것은 인간의 정감(情感)인 ‘喜․怒․慈․嚴’ 이 자연현상처럼 ‘때에 따라 일어났다가 때에 따라 사라지는 것’ 이기에 굳이 ‘隨起隨滅 해야 한다’ 고 번역하지 않은 것이다.
173 조희룡(趙熙龍 조선 1789~1866) 묵란(墨蘭) 26.5+22 간송미술관
조희룡(趙熙龍, 조선, 1789~1866) - 묵란(墨蘭)

◈ 『역경(易經)』 단전(彖傳)에

大哉乾元(대재건원) 萬物資始(만물자시) 至哉坤元(지재곤원) 萬物資生(만물자생)
- 위대하구나, 건원이여! 만물이 그것을 근본으로 하여 시작된다. 지극하구나, 곤원이여! 만물이 그것을 근본으로 하여 생겨난다.

◈ 『역경(易經)』 대상(大象)에

天行健(천행건) 君子以自强不息(군자이자강불식). 地勢坤(지세곤) 君子以厚德載物(군자이후덕재물)
- 하늘의 운행은 굳세다(건실하다). 군자는 그것을 본받아 힘쓰며 쉬지 않는다. 땅은 기세는 유순하다. 군자는 두터운 덕으로써 만물을 품어 키운다.

◈ 『서경(書經)』 태서(泰誓) 상(上)에

惟天地萬物父母(유천지만물부모) 惟人萬物之靈(유인만물지령)
- 대저 천지는 만물의 부모요,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라.

◈ 『노자(老子)』 제25장에 

人法地(인법지) 地法天(지법천) 天法道(천법도) 道法自然(도법자연)
-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자연의 스스로 그러함’을 본받는다.

◈ 장횡거(橫渠 張載 1020~1077) 선생의 『서명(西銘)』에 
乾稱父(건칭부) 坤稱母(곤칭모). 予玆藐焉(여자막언) 乃混然中處(내혼연중처). 故(고) 天地之塞(천지지색) 吾其體(오기체) 天地之帥(천지지수) 吾其性(오기성) 民吾同胞(민오동포) 物吾與也(물오여야) 

- 하늘을 아버지라 부르고 땅을 어머니라 부른다. 나는 여기서 미미한 존재로서 그 가운데 뒤섞이어  살아있다. 그러므로 천지에 가득찬 기운이 나의 몸을 이루고 천지를 주재하는 이치가 나의 본성이 된다. 모든 사람들은 나의 형제이고 만물은 나와 같은 동류(벗)이라 할 것이다.

173 조희룡(趙熙龍 조선 1789~1866)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 106.1+45.1 간송미술관
173 조희룡(趙熙龍 조선 1789~1866)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 106.1+45.1 간송미술관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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