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진 교수 "싸움만으로는 문제 풀 수 없는 시대"
신간 '한상진과 중민이론'서 소회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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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8 09:58 | 최종 수정 2018.06.1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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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지금은 싸우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풀어내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갈라진 사람을 소통으로 연결하고 잠재력을 높이는 길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학문의 장과 현실 정치를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한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가 신간 '한상진과 중민이론'에서 "과거에는 억눌린 이들의 목소리를 찾아주고 함께 소리를 높이는 것이 비판이론의 생명력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암울한 현실 진단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근거 있는 희망을 만들어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책은 한 교수가 인터뷰 형식을 빌려 사회학자로서의 여정을 담담하게 술회하고 1980년대 제시한 중민이론을 고찰한 글을 담았다.
한 교수는 제자들인 박영도 중민재단 수석연구위원, 김종엽 한신대 교수, 정태석 전북대 교수, 김홍중 서울대 교수와 함께한 인터뷰에서 "어느 때보다도 감정이 지배하는 시대로 가고 있고, 정치도 감정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며 "이성과 결합한 감정 또는 공감을 수반한 이성이 사회를 훨씬 풍요롭고 여유 있게 만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중민이란 화두를 품고 갔지만, 심도 있게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고 인정하면서 "이 시대의 희망은 상당히 감성적이고, 벽을 뛰어넘는 공감 안에서 희망이 자란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가 주창한 개념인 '중민'(中民)은 생활 수준은 중산층이지만, 가치관은 민중 지향적인 집단을 지칭한다. 그는 1980년대 대학 문화와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세대가 중민 핵심으로 사회 변동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1981년부터 30년 가까이 몸담은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자신이 극단적 소수자였다는 고백도 했다.
한 교수는 "학문적으로 무시당하지는 않았지만, 학과 주요 결정에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고 끼치려 하지 않았다"면서 "학계에서 일부러 논쟁을 걸기도 하고 탈인습적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신인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원장을 지냈고, 학교에서 정년퇴임을 한 뒤에도 민주통합당 대선평가특별위원장과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이에 대해 "김대중 정부 시절 현실참여는 하지만 직접 정치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결과적으로 정치 현상 예측이 참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새물결. 452쪽. 3만5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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