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 3박4일, 기업 新시장개척 지원사격…이재용 만남 '파격 장면'
'3P 플러스' 미래 분야 협력확대, 비전성명 채택 성과…CEPA도 가속
'극진 예우' 받으며 印 문화 존중 "더 깊은 우정"…평화 공조도 강화
(뉴델리=연합뉴스) 이상헌 임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로 3박 4일간의 인도 국빈방문 일정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뉴델리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 뒤 11일에는 싱가포르로 이동한다.
문 대통령이 인도에서 보여준 모습은 '경제'라는 키워드로 압축된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인도와의 경제협력 확대에 힘을 쏟으면서, 기업들의 새 시장 개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데 집중했다.
여기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문 대통령에 대한 극진한 예우에 맞춰, 문 대통령 역시 인도의 문화를 최대한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양국 정상의 우애와 신뢰를 두텁게 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과 모디 총리의 신동방정책을 기반으로 외교·안보·국방 분야까지 협력 관계를 확장하는 데 합의했다"며 "과거의 파트너십을 한 단계 뛰어넘는 포괄적 미래 동반자로서 기반을 다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 기업 시장진출 '지원사격'…이재용·마힌드라 만남 주목
문 대통령은 이번 인도 방문에서 기업인들로 구성된 대규모 경제사절단과 '동행'을 하면서 빼곡히 채워진 경제 관련 일정을 부지런히 소화했다.
기업들이 커다란 잠재력을 가진 인도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사격에 나서,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여기에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기조인 '제이(J) 노믹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9일 열린 한·인도 비즈니스포럼에서 "지금이 한국에 투자할 적기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며 양국의 투자·교류 확대를 강조했다.
10일 열린 '한·인도 CEO라운드테이블'에서는 양국 경영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업 하기 좋은 나라가 되도록 양국 정부가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점을 찍은 것은 9일 열린 삼성전자의 새 휴대전화 공장인 노이다 공장 준공식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웃으며 악수를 한 것은 물론, 별도 접견에서 "한국에서도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이 이른바 '국정농단 게이트'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양측의 관계가 껄끄러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이런 정치적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만들기를 최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10일 문 대통령이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쌍용자동차 해고자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한 것 역시,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 4차혁명 공동대응·CEPA 가속…新남방정책 교두보 확보
이처럼 기업들의 시장 개척을 지원한 것과 더불어, 문 대통령은 양국 정부 차원에서의 경제협력을 한층 가속하며 신남방정책 교두보 확보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사람·상생번영·평화·미래를 위한 비전'을 채택, 현재 200억 달러 수준의 교역을 2030년까지 500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기존 신남방정책 전략인 '사람·상생번영·평화(People·Prosperity·Peace'에 미래(Future)라는 키워드를 더한 '3P 플러스' 전략을 내세우면서, 미래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을 공고히 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양국은 IT·바이오 산업을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하며 4차 산업혁명에 공동 대응하는 데 뜻을 모았고,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한국과 인도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 협상과 관련, 인도의 농수산품과 한국의 석유화학제품 등 핵심 분야에 대한 시장개방 확대 협상에 속도를 내기로 한 것 역시 양국의 교역을 확대를 가속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인도와의 관계를 두고 "인도와의 관계를 미·중·일·러 등 4강 수준으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다.
◇ 모디 총리와 11차례 동행·印 문화 존중 행보…"더 깊은 우정"
이번 방문에서 문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18개의 일정 가운데 11개를 함께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전날에는 함께 지하철을 탑승해 이동하면서 일반 시민들과 마주하기도 했다.
윤 수석은 "모디 총리는 한인 동포간담회에 인도 전통 예술단을 파견하는 등 이례적인 호의를 배풀었다"며 "양국 정상 간 신뢰와 우의를 확고히 다졌다"고 평가했다.
인도 언론에서도 연일 문 대통령의 방문 소식과 정상회담 일정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는 등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도 이에 화답해 인도 전통문화에 대한 존중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뉴델리 도착 직후 세계 최대 힌두교 사원으로 꼽히는 악샤르담(Akshardham) 힌두사원을 찾아 이마에 '틸락(인도식 붉은 점)'을 찍고 사원을 둘러봤으며, 간디 추모공원에 헌화하는 등 인도의 국부인 마하트마 간디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한·인도 비즈니스포럼에서 "한국과 인도가 성큼 더 나가, 더 깊은 우정으로 협력하자고 제안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한반도 비핵화 지지 확보…아시아 다자협의체 평화공조 확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인도 정부와 '평화 공조'를 재확인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북핵 문제는 북미 간 논의가 중심이지만, 한반도 평화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컨센서스를 재확인한다면 비핵화 논의에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에서 "모디 총리님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해 주셨다"며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다자협의체에서의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윤 수석은 "양국 정상은 북핵과 미사일, 핵 프로그램 폐기가 인도의 안보 여건에도 중요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이 양국 공동의 이해관계에 부합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공유한 것"이라고 말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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