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35) - 엄마가 받은 복과 엄마가 주는 복

소락 승인 2021.02.16 20:39 | 최종 수정 2021.02.21 02:38 의견 0
늘 한결같은 엄마의 웃음
늘 한결같은 엄마의 웃음

내가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이었을 때 우리 식구는 물골안이라는 곳으로 피서를 갔다. 내 희미한 기억으로는 일주일 정도 민박을 하며 묵었던 것 같다. 우리 가족 최초의 야외숙박 여행이었던 셈이다. 아버지는 회사 일 때문에 못가셨고 엄마와 두 딸, 나만 갔다. 나는 아버지가 준 카메라 덕분에 사진을 많이 찍었다. 내가 찍은 인물사진이라서가 아니라 정말로 사진이 잘 나왔다. 특히 엄마가 계곡의 바위 위에서 튜브를 잡고 찍은 사진은 여성잡지 사진처럼 아름답게 나왔다. 또한 두 딸과 찍은 연작의 사진은 모녀의 다정함을 잘 포착한 듯하다. 내가 내 칭찬을 하니 이상하지만 아무튼 여하간 잘 찍은 가족사진이다.

엄마는 사진들 모두에서 여고생과 처녀 때처럼 하얀 치아를 밝게 드러내시며 활짝 웃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여고생인 누나와 초등학교 2학년이었을 여동생 안나가 아무리 어리고 예뻐도 엄마의 밝은 미소를 쫒아오기 힘든 것 같다. 참으로 엄마는 사진빨이 좋으시다. 즉 포토제닉하시다. 그런데 엄마는 두 딸들에게 노골적으로 하시는 말이 있다. 애교 없는 딸들이라고. 하나는 중공군, 하나는 로스키라고. 로스키란 러시아 사람을 뜻한다. 그만큼 두 딸이 여자로서 애교가 부족하다는 말을 비유해서 하시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평가하기에 두 딸들은 비록 애교는 없지만 정감이 넘친다. 엄마는 애교가 부족한 딸들을 낳았지만 그래도 정감이 넘치는 딸들과 살아가고 있다. 여자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들보다 딸이 있으면 좋다는데, 그런 점에서 엄마는 정감 넘치는 딸을 둘이나 두었으니 엄마는 복받았다. 물론 나를 포함한 삼남매는 엄마로부터 무진장한 복을 받고 살고 있다. 우리 삼남매는 엄마복이 많은 사람들이다. 엄마가 저리도 늘 밝게 웃으니 복이 저절로 들어 왔을 것 같다.

<소락>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