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37) - 엄마의 성품을 닮은 자식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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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8 23:46 | 최종 수정 2021.02.18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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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중학교 졸업식 때 회사를 가신 아버지는 못오시고 엄마와 누나, 안나가 왔다. 그런데 중학생치고 내 꼴이 영 불량하다. 눌러 쓴 모자 앞에 뭔가 스틱카를 붙인 듯하고, 교복 상의의 호크(hook)는 풀어져 있으며, 가장 윗 단추도 풀어져 있다. 아버지 가죽 잠바를 물려 받은 폼도 예사롭지 않다. 신발은 군인들이 신는 워커였다. 남대문시장에서 일부러 가서 산 기억이 난다. 본격적으로 슬슬 삐딱해지기 시작한 나이에 들어선 것이다. 어느 어르신께서 보더라도 세상 착하게 살라고 조언하고 싶은 모양새다. 여고 2학년이었을 누나는 얌전한 모양새다. 여동생 안나는 천상 착하고 이쁘고 귀여운 표정이다. 두 자매 모두 천성이 얌전하다. 착하고 선하게 컸다. 말썽 한 번 안 부리고 자랐다.
그런데 돌연변이처럼 태어난 듯한 아들은 뭔가 반항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겉모습만 그렇지 나는 그리 불량소년은 아니었다. 공부도 그런 대로 잘 했으며 아주 나쁜 짓을 하지는 않았다. 단지 제 멋에 취해 좀 건들거렸으며 그냥 겉모습이 사춘기 이후에 반항적으로 변했을 뿐이다. 다만 나는 엄마의 성품을 온전히 물려 받았다. 나는 아버지보다는 엄마를 닮았다. 천성이 착하고 고우신 엄마 성품 대로라면 내가 커다란 문제아가 될 리는 없었다. 겨우 중학교 2학년 어린 놈이 눌린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중2병에 걸린 듯 까졌어도 엄마는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공부해라 마라 강요한 적이 없었다. 그냥 따뜻한 밥을 해주시는 포근한 엄마이셨다. 그래서 우리 삼남매는 늘 밝게 웃으시는 엄마의 선한 성품을 닮았던 것이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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