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를 데리고 임진각에서
아버지가 임진각으로 엄마와 안나와 함께 도시락을 싸서 나들이를 가셨다. 임진각은 6·25 한국전쟁 때문에 북에서부터 피난 내려온 실향민을 달래기 위해 파주의 임진강 강변에 세워진 곳이다. 지금은 임진각평화누리공원으로 더 넓고 멋지게 단장되었지만 저때만 해도 3층 전망대에 올라 멀리 북쪽을 바라보고 오는 것이 전부였을 시절이다. 아버지 목에 망원경이 매달려 있다. 아버지가 망원경을 집으로 가지고 온 날 나는 그 물건이 너무도 신기했다. 내가 아직도 캐비닛에 간직하고 있는 이유다.
아버지는 저 망원경으로 이북의 땅을 바라 보았을 것이다. 아버지도 역시 북에서 내려온 실향민이시다. 북에서 피난 내려와 완전한 서울 토박이 여인인 엄마를 운명처럼 만났다. 아버지에게는 구사일생을 이루게 해준 은혜와 축복의 만남이었다. 아버지는 저 임진각 3층 꼭대기 전망대에서 북쪽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하였을 것이다. 또한 임진각에서 새삼 더욱 엄마를 만난 것에 감사하였을 것이다. 썬글래스를 낀 엄마 얼굴이 더욱 더 화사하게 빛나 보인다.
<소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