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36) - 선한 외할아버지와 효녀 딸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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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7 19:23 | 최종 수정 2021.02.18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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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학생일 때 엄마의 남동생인 나의 작은 외삼촌과 외숙모는 내가 다니던 성수중학교 근처인 경마장 앞에서 튀김집을 운영하셨다. 외삼촌은 외할아버지를 모시고 사셨다. 사진은 그 당시 엄마가 남동생 집에 들르셔서 엄마의 아버지와 찍은 모습이다. 외삼촌의 딸인 엄마의 조카를 처녀 포대기에 업고 있는 모습이 청초하게 보인다. 비록 중학생이 된 큰 딸과 아들인 나를 둔 아줌마가 되었지만 엄마의 맑고 밝은 미소는 한결같다. 할아버지도 가만히 뵈니 미남이시다.
내 이름 박기철(朴起徹)은 바로 사진 속의 외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다. 나는 친할아버지를 생전에 뵌 적이 없다. 그래도 외할아버지는 자주 뵐 수 있었다. 가끔 막내딸 집인 우리 집으로 오셔서 주무시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엄마는 할아버지를 극진하게 모셨던 것같다. 할아버지가 오실 때면 부족한 살림살이에도 평소 없던 고기나 생선 반찬이 상에 올랐다. 엄마는 효녀이셨다. 아버지의 증언에 따르면 외할아버지는 아버지가 고등학생 때부터 엄마를 사귈 때 그리 반대를 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이북에서 내려와 부모가 다 돌아가시고 동생을 넷이나 가진, 좋은 배우자 조건과 한참 거리가 먼,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아버지였기에 더 좋은 사위를 보고도 싶었겠지만 반대를 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엄마의 언니들인 두 이모들이 반대를 심하게 했어도 외할아버지는 반대를 하지 않으셔서 아버지는 외할아버지를 좋아하셨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사진 속 할아버지 모습이 선하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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