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33) - 일을 통해 약간의 종자돈을 만든 엄마

소락 승인 2021.02.14 14:50 | 최종 수정 2021.02.14 22:04 의견 0
잠시 이사가 살던 행당동 어느 한 집에서
잠시 이사가 살던 행당동 어느 한 집에서

엄마가 또 생업전선에 뛰어 드셨다. 어릴 적부터 6·25 한국전쟁 때 생필품을 나르며 식구들을 먹여 살리고 결혼해서도 한양대 앞에서 문방구도 하며 김밥을 머리에 이고 한양대 학생들에게 팔았던 또순이 억순이 엄마였다. 그동안 신문사 직장을 다니게 된 아버지 덕분에 전업주부로 살다 또 다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상보를 만들어 파는 일이었다. 상보(床褓)란 차려놓은 음식 위에 덮는 둥근 돔형의 상보가 아니라 밥상을 예쁘게 장식할 수 있도록 상 위에 까는 상보다. 상보의 재질은 헝겊이 아니라 비닐이었다. 하얀 바탕의 비닐 위에 빨간 딸기 무늬가 인쇄된 상보 가장 자리에 색깔이 있는 레이스로 재봉된 상보였다.

내 머릿속 기억으로 그 상보와 비슷한 모양을 그림으로 만들어 보았다. 지금 그런 상보가 나오면 거들떠 보지도 않을 제품이지만 1970년대 초반 그 상보는 꽤 잘 팔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작은 우리 집은 상보를 만드는 1차 공장이 되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집안은 온통 상보를 재단하느라 어지러웠다. 하나의 상보 크기에 맞추어 재단되어진 상보는 동네 아주머니들의 재봉틀로 가서 레이스로 재봉되고 또 동네 아주머니들은 만들어진 상보를 가지고 남대문시장 등에 나가서 팔았다.

엄마가 만들어 팔던 상보와 비슷한 모양
엄마가 만들어 팔던 상보와 비슷한 모양

엄마는 주로 재단을 했지만 상보의 제조 판매를 총괄하는 사장님이었다. 유행을 타는 제품인지라 이 일을 오래 한 것 같지는 않다. 약 1년 남짓 하였던 것 같다. 하지만 엄마는 이 일을 하면서 약간의 종자 목돈을 모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좀 더 큰 집으로 이사 가는 기회가 열렸던 것 같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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