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는 조금 작은 듯 한 것을 얻으라.
가방 크다고 공부 잘하는 것 아니듯이 처음 시작하는 가게는 조금 작은 게 좋다. 남들 이목도 있고 크고 번듯한 가게를 얻고 싶겠지만 참으라. 아까도 언급했지만 장사는 전쟁이다. 체면이 뭐가 중요한가? 망하지 않고, 대박집 만들면 그만이다.
가게가 커지면 보증금, 월세도 올라가고 관리비도 올라간다(권리금은 약간 다르지만 즉 상권의 활성도와 입지에 따라 정해지지만 그래도 큰 가게가 작은 가게보다는 권리금이 비싼 게 당연하다.). 매출에 따라 연동되지만 가게가 크면 아무래도 사람을 더 쓰게 되어 인건비도 더 들게 된다. 빚 얻어 큰 가게 얻지 말고 내 자본 한도 내에서 그것도 꼭 여유자금 즉 3개월 이상의 운영자금을 뺀 자본 한도 내에서 가게를 얻는 게 좋다.
가게가 크면 어느 정도 손님이 있어도 썰렁해보여 지나는 사람들이 잘 안 들어오는 경향이 있다. 좀 작은 가게로 시작하여 손님이 바글바글한 느낌을 주는 게 좋고, 맛만 좋다면 (더 정확하게는 가성비가 뛰어나다면) 줄 서는 손님도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음에 한 번 와야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하지만 너무 작으면 회전율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어서 매출이 적을 수 있다. 최소 20평에 테이블 6~8개 정도는 되는 것이 무난할 것 같다. 테이블도 4인 상만 8개를 놓지 말고 2인상 2개를 붙였다 떼다 할 수 있게 배치하고 혼밥, 혼술족들을 위해 자투리 공간에 벽을 바라보고 식사할 수 있는 긴 테이블을 준비하는 게 좋다.
#치즈를 활용해 보자.
외식업에 젊은 사장들이 많이 진출하면서 퓨전요리들이 많이 등장한다. 모 스테이크 하우스의 경영철학처럼 '클래식은 절대 유행을 타지 않는다(Classic never goes out style)'에서 볼 수 있듯이 퓨전요리를 개발하더라도 기본에는 충실해야 한다.
제가 오잉크를 운영할 때 돼지볼살(아리헨티나에서는 돼지볼살 스테이크를 최고의 요리로 친다.) 전문점으로 명성을 날렸지만 수년이 지나니 삼겹살을 찾는 손님들이 늘어갔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삼겹살이 돼지고기의 클레식인 셈이다. 돼지볼살을 매인으로 하면서 삼겹살을 추가했더니 장사가 더 잘 됐던 기억이 있다.
기본에 충실하되 치즈를 활용해보자는 것이다. 모 짬봉집처럼 매운 짬봉을 중화하기 위한 치즈가 들어간 피자를 주라는 게 아니라 매운 등갈비에 토핑으로 듬뿍 올려 매운 맛도 중화시키고 풍미도 올리자는 얘기다. 단 가짜 치즈를 쓰지 말고 진짜 치즈를 쓰자는 거다. 손님들의 입맛이 이제는 점점 서구화되고 특히 젊은 사람들이(그중에서도 아가씨들이) 무지 좋아하니 응용하여 음식을 만들자는 거다.
또한 묵은지를 곁들여서 김에 싸먹는 것도 고려해보자. 우리나라 사람들 김치와 김을 싫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거다. 단 묵은지는 꼭 물에 빨아서 써야 한다. 그냥 내주면 김치의 맛이 너무 강해 메인 메뉴가 맛을 잃게 된다.
#2월의 저주
회사 다닐 때는 월급날이 왜 이렇게 더디게 오냐고 안달했지만 내 장사를 하면 직원들 월급날은 왜 이리 빨리 오는지! 월세, 공과금도 어제 낸 거 같은데 또 내야 하고...
장사는 캐시플로가 좋기 때문에 관리를 잘 해야지 관리를 잘못하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기 쉽다. 특히나 2월은 조심해야 한다. 2월은 달도 짧고(1달이 28일~29일) 설이 끼어 있어 일하는 날 수가 적다. 매출이 많게는 2/3까지도 줄 수 있다. 매출이 줄었다고 건물주가 월세 깎아주는 것도 아니고 직원들의 월급을 안 줄 수도 없고, 오히려 직원들 사기 진작 차원에서 설 선물이나 보너스를 줘야 한다. 본인도 세뱃돈, 부모님 설 선물, 차례상비, 아이들 졸업, 입학 등 지출이 많은 달이다.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 주 고객층이 주부라면 아이들 등록금 내야 하기에 매출이 반으로 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산지에 답이 있다.
오잉크를 운영할 때 개업 10주년 이벤트로 서비스로 무엇을 제공을 할까 고민하다 귀하고 비싼 전복을 테이블 당 한 마리씩 제공하고 싶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보니 1만 원에 3마리 정도 하는데, 삼겹살 1.5인분의 원가였다. 도저히 수지타산이 안 맞아 고민하다 완도로 내려갔다. 종패장, 도매점, 시장을 2박3일 동안 미친 듯이 뒤지고 다녔다.
드디어 1마리에 700원에 구할 수가 있었다. 물론 현금 500만 원을 미리 입금해주고 잔고가 200만 원이 되면 다시 500만 원을 채워주는 조건을 제시했고,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매일 배송오는 5톤 트럭에서 새벽2~3시에 직접 받는 조건이었다. 10여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은 전복이 많이 싸져 산지로 가면 더 싸게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테이블에 세로로 길게 놓을 수 있는 야채 바구니 80cm 짜리를 구하러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을 다 돌아다녀 봐도 구하지 못하자, 또 '산지에 답이 있다'는 생각에 꽃혔다. 당장 담양으로 내려갔다. 재미난 일이 벌어졌다. 요새 누가 대바구니를 만드냐는 게 아닌가. 중국산 때문에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거였다. 선거운동 따라다니면 일당이 7만 원인데 대바구니를 하루 종일 만들어 봐야 7만 원 벌기 어렵단다. 서울서 내려왔다고 사정을 하면서 길다란 야채 바구니에 대해 설명하니 시장에 가면 중국산 제품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알려준다. 엄청난 대나무 제품 속에 마침 구하고 싶은 야채 바구니가 있었다. 자주 못 갈 것 같아 넉넉하게 100개를 사왔다.
과거에는 귀하고 비싸서 식재료로 쓰기 어려웠던 것들 중에 싸진 것들이 많다. 전복이 그렇고 문어도 그렇고 특히나 먹어본 조개 중 가장 맛있었던 갈미 조개(일본으로 수출하여 우리가 잘 접하기 어려웠던 조개)는 수출길이 막히면서 싸게 구할 수 있게 됐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꼭 직접 현장을 찾아 좋은 재료를 싸게 구하길 바란다. TV 맛집 프로에 나오는 싸고 푸짐한 집들은 대부분 ‘동생이 어부다’, ‘장인이 고기 도매상이다', '처갓집에서 농사를 지어 모든 식자재를 보내준다.’고 한다. 단순한 비법이다.
#건물주를 조심하자.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말도 있다. 좋은 상권에 좋은 입지에 싸게 가게를 얻어서 대박집으로 키우느라고 정말 고생을 많이 했지만 건물주를 잘못 만나면 계약 갱신 때 낭패를 보기 일쑤다. 경험상 좋은 건물주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장사가 잘 되면 계약 갱신 때 임대료를 왕창 올리기 다반사고 최악은 갱신을 안 해주고 나가라는 경우다. 권리금 고스란히 날리는 것이고, 새로 가게를 얻으면 시설도 다시 해야 하고 손해가 엄청나다.
복덕방 사장 말은 절대 믿지 말고 얻고자 하는 가게의 주변 가게에 들러 식사나 술을 하면서 종업원들에게 물어 봐야 한다. 가게 주인들끼리는 서로 친한 관계가 많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꼭 3~4군데 가게 종업원들에게 건물주의 평판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나 건물주가 건물 하나만을 가지고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로 모든 생활을 한다면 피하는 게 좋다. 건물주가 여유가 없기 때문에 절대 인간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큰 건물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건물주는 안심해도 되느냐, 꼭 그렇지는 않다. 건물주는 상당히 여유롭고 인간적이지만 거기에서 일하는 건물 관리 책임자, 보통은 전무나 상무로 있는 분들이 본인의 안위와 건물주에 대한 충성도로 매우 깐깐한 경우가 많다. 건물주를 직접 만나기도 쉽지 않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꼭 주변 가게 종업원을 통해서 건물주의 평판을 확인하라는 거다.
정부에서 소상공인을 위하여 임대차보호법도 개정하며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좋은 건물주를 만나도록 조금 더 노력을 해야 한다.
#밑반찬이 많이 나가는 업종은 피하자.
고기집을 하면서 느낀 건데 밑반찬이 많이 나가야 하는 업종은 별로 재미가 없다. 냉면집은 무채 정도만 나가고, 칼국수집은 김치 겉절이와 석박지 정도만 나가고(단 김치 겉절이와 석박지의 맛이 칼국수 맛 못지 않게 중요하다.) 중국집도 단무지에 양파 정도이며 고급 차이니스 레스토랑도 차사이 정도 추가 되니 참 편한 업종인 셈이다.
고기집에서 상추 하나만 예를 들어도 평상시 4kg 한 박스에 1만 원 정도 하는 것이 여름이면 7만~8만 원까지 치솟는다. 또한 비싸지면 손님들이 더 찾는다. 아무리 재료 값이 올라도 꼭 제공해야 한다. 중국집에서 양파 파동났다고 양파 안 주고, 배추 한 통에 5천원 한다고 칼국수집에서 배추김치 안 주고 깍두기 주면 안 된다. 손님들은 이해하지 않고 발길을 돌린다.
역발상으로 가게 홍보의 적기로 이용하자. 상추가 7만~8만 원까지 올랐을 때 상추를 더 푸짐하게 주고 벽에다 써놓는다. “손님들 덕분에 제가 장사가 잘 돼 애들 잘 키우고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상추가 너무 비싸졌지요? 아무 걱정 하시지 마시고 마음껏 드십시오. 언제든지 더 달라 하시고 필요하신 분은 싸달라 하십시오! 이렇게 해서라도 여러분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반찬이나 부재료 제공이 많으면 주방 인원도 더 필요하고 설거지, 음식물 쓰레기도 많아진다. 반찬이 많아지면 재고정리에도 신경써야 하고, 잠시 방심하면 유통기한이 지날 수도 있다. 유통기한이 남았어도 관리를 잘 못하여 신선도가 떨어지면 맛도 떨어진다.
가격 변동이 심한 야채류는 연간계약(평상시 4kg 1박스에 1만 원 정도 가격이 형성되던 상추의 경우 폭염이 심해지는 1달 정도 비싸질 때 7만~8만 원 가격이 형성될 때가 있는데 1년 내내 1만5천원 정도로 연단위 계약을 맺어 지출을 예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Guardian Korea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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