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외식업 스토리 (15)편의점은 절대 편하지 않다

김진석 승인 2019.02.21 17:14 | 최종 수정 2019.02.21 17:31 의견 0
출처 : 픽사베이

이번엔 편의점에 대하여 알아보자. 필자는 도대체 편의점은 무엇이 문제이기에 저 난리인가 하여 2주간 야간 아르바이트를 해보았다. 한마디로 가맹점 가입에 신중을 기해야하는 프랜차이즈의 변종 괴물이었다.

프랜차이즈의 기본 틀인 맛의 노하우(물론 외식업 프랜차이즈에만 필요한 노하우)와 물류의 노하우 중에서 거대 자본을 이용한 물류의 노하우를 장착한 프랜차이즈 시스템인 것이다.

논리는 단순하다. 막대한 자금과 수많은 가맹점의 판매망을 이용한 메가 바잉 파워(mega buying power)로 물품을 매우 저렴하게 구입하여 가맹점과 본사가 수익을 공유하는 훌륭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갑을 관계가 아닌 슈퍼갑과 병의 관계 정도로 정의하고 싶다.

필자가 2주간 저녁 6시부터 새벽 3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낀 것은 참 열악한 환경 속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일한다고 느꼈다. 5인 이상 사업장이 아니다보니 통상 임금의 50%를 가산해야 하는 야간수당은 당연히 없었고, 9시간을 일하면서 식사 시간도 따로 가질 수가 없었다. 손님이 계속 들어오기에 눈치껏 식사를 해야 하는데, 최저 시급이면서 식사비는 당연히 없고 식사 시간도 보장 해주지 않는다.

식사비가 제공되지 않는 대신에 유통기간이 막 지난 도시락이나 김밥 등을 먹으라 하는데 필자는 자괴감이 들어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다. 물론 유통기간이 하루 이틀 지난 것은 품질에는 아무 문제가 없기에 먹어도 된다.

처음에는 가맹점주가 인색한 사람이구나 생각했으나 시간이 지나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으니 점주 입장에서는 인색할 수밖에 없고, 본인도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 아르바이트생을 살갑게 챙길 수가 없는 것이다.

소량 다 품목이다 보니 일이 많았다. 밖에서 볼 때는 카운터에 앉아서 계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담배만 하더라도 100가지가 넘으니 손님이 원하는 담배가 어디에 있는지를 몰라 당황하는 일이 다반사며, 매일 저녁 7~8시 사이에는 신선 식품(우유, 김밥, 도시락, 햄버거 등)이 들어오는데 신선도 유지를 위해 지체 없이 냉장고에 넣어야 한다.

그 와중에 손님이라도 몰리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또한 2일에 한번 씩 물품이 들어오는데 장사하는 와중에 선입 선출로 정리를 해야 한다. 말이 선입 선출이지 이 또한 쉬운 것이 아니다. 수많은 물품 중에 한 품목의 경우 다 꺼내서 일일이 유통기한을 확인해야 한다. 손님들이 유통기한이 많이 남은 걸 사가기 위해 안쪽에서 꺼내는 경우가 많기에 날짜별로 진열되어 있다고 보기가 힘들다. 오전 근무자나, 주말 근무자 하고 손발이 안 맞으면 각자 기억하는 위치가 다르기에 정리가 쉽지 않다.

또한 편의점으로 편입된 것들이 점점 늘면서 일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간이식당의 역할도 한다. 컵라면, 도시락, 김밥 등 간단한 식사가 가능해지면서 분리수거도 마감 후 청소 시에 큰일 중에 하나가 됐다. 카페도 편입이 됐다고 봐야 한다. 캔 커피만 파는 게 아니라 원두 커피도 판다. 후라이드 통닭도 팔면서 치맥이 가능한 간이주점도 편입됐고 택배도 보낼 수 있으며, 간단한 상비약도 판다. 닭 꼬치, 아이스크림도 만들어 팔며 제 사무실 근처의 편의점은 만화방도 운영한다. 계속해서 편입되는 일들은 늘어날 것이다.

포스 시스템도 굉장히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숙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결제 수단은 거의 다 결제가 가능 하다고 보면 된다. 카카오페이, T-money, SKT할인, 1+1, 현금으로만 결제(쓰레기봉투 등)해야 하는 것과 카드 결제가 가능한 물품을 사면서 카드로 결제했을 때 취소하고 현금 결제와 카드 결제로 나누어 처리해야 하는 경우 등 여러 경우의 수가 많다. 본사에서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시스템인 것 같다.

위와 같은 복잡하고 어려운 일도 1~2개월이 지나면 익숙해지면서 편의점 운영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외식업 가맹점은 수억 원이 들지만 수천만 원의 적은 돈으로 내 점포를 운영하니 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돈을 많이 벌기가 쉽지 않기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왜 그런지 살펴보기로 하자.

편의점 가맹조건

위의 표는 모 편의점의 가맹 조건인데 왜 제가 프랜차이즈의 변종 괴물이라 하고 슈퍼갑과 병의 관계라 했는지 알 수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익구조는 앞서 설명했듯이 개설이익, 물류이익, 로열티라고 했는데, 가맹가입비(반환하지 않는 비용)도 받고 각종 보증금(계약 해약 때 돌려받을 수 있는 비용)을 받음으로써 개설 이익은 충분히 챙긴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보증금도 가맹점 수가 거의 1만 개 정도 되니 수천억 원의 자금을 이자도 안주고 굴려 최소 은행 이자만 해도 연간 수십억 원의 수익이 나며, 투자를 잘 한다면 훨씬 더 큰 수익이 가능하다.

가맹점주 수익을 보면 40%~80%로 되어 있는데 뒤집어 보면 본사가 20%~60%를 가져간다는 것이다. 로열티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수익 구조로 본사가 너무 많은 수익을 가져간다. 상품 보증금도 1,400만 원을 낸다는 것은 가맹점주가 본사에서 물품을 사와서 판매하는 것이 아니고 본사의 물품을 위탁 판매하는 것이다. 그러니 재고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이다. 물품이 없어지면 가맹점주가 물어야하기 때문이다. 본사는 메가 바잉 파워로 물품을 엄청 싸게 구입해서 가맹점에 납품하는 가격에도 마진을 붙일 것이고, 거기에 판매 수익을 점주와 공유하는 것은 폭리 인 것이다. 우리가 편의점을 이용해보면 물건 값이 많이 비싼 것을 느낄 것이다. 그 많은 수익이 본사에 유리한 구조인 것이다. 수많은 가맹점들이 죽겠다 난리를 쳐도 본사는 수조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성장하고 있다.

김진석

최저임금 때문에 자영업이 몰락한다는 기사들이 경제면을 하루 걸러 채워졌고, 심지어 편의점주들은 최저 임금도 못 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편의점 왕국이라는 이웃 일본의 점포 1개당 인구수가 2304명인데 우리나라는 1318명에 불과한 것만 보더라도 과당경쟁이 빚은 수익성 악화가 근본적인 이유일 텐데 언론보도는 늘 기-승-전-최저임금 탓으로 돌렸다.

편의점 수익악화는 최저 임금 상승 때문이 아니다. 2018년 최저 임금이 시급 7,530원에서

2019년 8,350원으로 820원 상승했다. 주간은 점주가 운영하고 야간만 아르바이트를 쓴다고 가정했을 때 820원x9(시간)x30(일)=221,400(원)이 더 지출되는 것이다. 과연 22만 원 때문에 경영이 어려워질까? 본사에서 수익을 0.5%만 덜 가져가도 오른 인건비를 충당하고도 남는다.

또 한 예로 카드 수수료만 줄여도 인건비 상승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편의점의 경우 카드 결제가 대부분이기에 월 매출 4천~5천만 원 매장의 경우 카드 수수료를 1%만 줄여도 4십~5십만 원이 절약되기에 최저임금에 대한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다.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제로페이(카드수수료는 0%대 : 연매출 8억 원 이하 0% / 8억~12억 원 : 0.3% / 12억 원 초과 : 0.5%이며, 사용자에게는 40%소득 공제 / 신용카드 15% 소득 공제 / 체크카드30%)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잘 정착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니스톱 인수에 나선 세븐일레븐이 경쟁사보다 1,000억 원 가까이 많은 금액을 제시했다고 하니, 만일 세븐일레븐이 인수에 성공한다면 가맹점주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이다. 지난 해 11월 기준 매장 수는 씨유(1만3151개), 지에스25(1만3085개), 세븐일레븐(9523개),

이마트24(3637개), 미니스톱(2572개)인데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을 인수하면 톱3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는다. 매출 기준으로도 90%를 넘긴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되게 된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분류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강력한 규제를 받는다. 거래처와 거래내역부터 공급이나 단가에 이르기까지 공정위가 면밀히 들여다보기에 본사의 수익 구조에 많은 변화가 올 것이다. 가맹점주 들에게는 수익 증대의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